긴급 투입된 연수생이 회사를 구해
‘중소기업의 인력난’
이것은 일반적으로 회자되고 있는 진부한 말이지만, 실제로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실상을 잘 모를 것이다.
우리 회사는 현대중공업의 1차 협력업체로 크레인 등 건설산업기계와 농업기계 부품들을 제조, 납품하는 회사이다. 20여년의 노력과 기술축적 끝에 이제 50여명에 달하는 종업원을 거느리고 있는 이른바 중견 중소기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접공 등 산업기술 인력난은 심각한 편이다.
2007년 9월15일은 현대중공업에 납품해야할 크레인 부품의 납기만료일이었다. 그런데 납품기일을 20여일 앞두고 돌연 용접공 2명이 사직했다. 개인사정으로 그만둔다고 말했지만 아마도 다른 회사에 더 좋은 조건으로 가기 위한 것 같았다. 우리 회사와 같은 1차 협력업체는 대기업이 요구한 정확한 부품제조 및 그 부품에 대한 납품일자를 지키는 것이 생명이다. 그런데 납품일자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핵심 용접공 2명이 돌연 사직한 것이다.
숙련된 용접공 2명이 달라붙어 15일여 동안 꼬박 작업을 해야만 제품들을 만들어낼 수 있어 다른 파트에서 용접업무를 맡고 있던 직원을 긴급히 대체인력으로 투입했지만, 작업성과는 크게 오르지 않았다.
평소 알고 있던 몇몇 회사와 사람들에게 빠른 시일 내에 경력 있는 용접공 2~3명을 구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 연락이 없었다. 십수년 동안 우리에게 제품을 주문하고 있던 현대중공업에 납기일을 늦추어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것은 회사의 이미지와 체면은 물론 신용에 관계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우리 회사 인근에 있는 서부산직업전문학교에 용접을 좀 잘 할 수 있는 훈련생을 급히 구할 수 없느냐고 문의해 보았다. 그러자 학교에서는 마침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시행하고 있는 3개월 과정의 특수용접 청년채용패키지 훈련수료생들이 있는데, 회사에서 1~2개월 정도의 연수를 거친 후 정식직원으로의 채용여부를 결정하면 된다고 했다. 더구나 연수기간 중에는 각 훈련생마다 50만원의 연수비용까지 지급된다고 했다.
겨우 3개월 정도의 훈련을 받은 연수생들이 현장에 와서 실무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고 망설였으나, 사정이 사정이었으니 만큼 일단 그 훈련생들 중 2명을 받아들여 회사에서 연수를 시키기로 했다.
촉박했던 현대중공업 납기마감일에 맞추기 위해 대체로 투입한 용접공 밑에 보조공으로 청년채용패키지 훈련생 2명을 배치시켰는데, 그들이 보조 일을 잘했을 뿐 아니라, 두세 번 시범적으로 가르쳐 준 부품용접작업을 제법 그럴듯하게 해내는 것이었다. 숙련공의 수준에는 물론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으나, 제품의 완성도에는 크게 지장이 없었다.
더 재미있는 것은 대체로 투입된 그 용접 직원이 그 연수생들의 실력과 열정을 보고 자기도 도전을 받았는지 이전보다 한층 더 역량을 발휘하는 것이었다. 그리해 그 세 사람의 노력으로 말미암아 15일만에 80개의 크레인 부품을 완전히 만들어내었다. 그것은 납기일 이틀 전에 이룬 성과로써, 납기연장까지 생각하던 회사로서는 상당히 성공적인 일이었다.
회사에서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 두 연수생들을 1개월이 지나자 마자 정규직원으로 채용했을 뿐 아니라 추석보너스까지 기존 직원들과 같은 수준으로 지급했다. 회사를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그들에게 연수생이 아닌 회사의 정식사원으로 채용해주고 아울러 회사의 이익을 나눠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에.
우리회사는 그 동안 쌓아온 기술력과 신용 등을 바탕으로 웅비의 나래를 펴기 위해 공장을 부산 강서구 지사동 소재 과학산업단지로 옮길 예정이다.
회사 경영진은 물론이고 직원들의 최선의 노력과 열정이 모여 이룩된 중견중소기업이니 만큼, 이제 마침내 대기업의 도약을 꿈꾸고자 이전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직원들 속에는 그 2명의 신입사원들의 희망찬 얼굴들도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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