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도적인 어음결제기간의 장기화, 고의부도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며 무분별한 어음발행의 남용을 억제하기 위해 어음발행인의 신용강화를 골자로 한 어음제도의 개선안이 발표됐다.
최초의 어음은 외상대금지금을 위한 수단으로서 어음이 사용된 것이 아니라 현금이동 및 지참의 위험성과 불편함을 대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어음이 사용됐다.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발달하자 그 사용이 크게 줄어들었다. 현재 유럽의 경우 어음의 사용은 거의 하지 않고, 은행에 잔액이 있거나 신용협약이 돼 있어야만 수표를 발행할 수 있는 당좌수표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어음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조선 태종 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역사가 깊은 상거래관행이다.
특히, 60~70년대에 은행자금이 많이 부족하던 시절에는 주요한 결제수단으로 사용됐다. 이 당시에 어음은 현금을 대체해 상품의 유통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면서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즉, 어음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상거래상 필요해서 나타났었고, 상거래에 용이하게 사용됐던 제도이다.
그러나 상거래에 유용하게 사용되고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에 기여를 했던 어음이 90년대 들어서 특히, 97년 외환위기 이후 금융질서를 어지럽히고 기업의 연쇄도산을 일으키는 주범으로서 우리경제의 발전을 막는 장애요인 중 하나로 오히려 비판의 대상이 됐다. 더욱이 최근에는 중소기업의 교섭력이 약한 것을 이용해 대기업과 중견기업에서 우월적인 지위를 남용해 어음을 사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게 나오며 아예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어음제도의 여러 가지 폐단을 수정하고 현금지급을 확대하기까지의 과도기적 수단으로서 전자어음제도가 도입됐다. 그러나 이 제도 역시 오프라인상의 어음이 온라인상으로 옮겨진 것에 불과해 어음결제의 문제점은 시정되지 않았다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결국 지난 1월 30일 은행연합회는 어음의 결제기간 장기화, 고의부도 가능성 등 어음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어음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해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마련된 어음제도 개선방안의 주요내용은 ▲현행 당좌예금 개설요건의 수신평잔금액을 상향조정하고 ▲발행인의 신용능력을 보다 객관적으로 심사하며 ▲1천만원 이상 어음에 대한 발행등록제를 실시해 어음의 남발, 위변조 등에 따른 선의의 피해를 방지함과 동시에 ▲어음발행인의 신용을 정기적으로 평가해 일정등급 이상인 경우에만 어음용지의 발행을 허용해 어음의 공신력을 확보하고 ▲어음대체수단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이 개선방안은 올 5월까지 신용조사 방안을 마련하고 은행내규에 반영해 전산개발을 완료하는 등 시행준비를 마무리 하고, 이후 3개월간의 시범운영기간을 거쳐 올 9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조치로 금융 및 결제시스템의 안정성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어렵게 납품한 후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는 한층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개선방안은 결제의 안정성만 고려했지 최근에 화두가 되고 있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우월적인 지위를 남용해 어음을 발행하는 폐단은 전혀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어음의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통해 중소기업 자금조달의 문제점 해결은 되지 않고, 단기적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운 기업들의 지급수단 즉, 기업간의 신용제도로서 유동성 제약을 완화시키는 어음의 순기능적인 역할이 오히려 위축될 수도 있다. 이번 개선안으로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은 가중되지 않고 거래의 안정성이 높아지는 순기능적인 측면이 더 많이 나타나기를 기대해 본다.

정남기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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