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졸업을 앞두고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던 지난해 2월, 집안의 경제사정이 갑작스레 악화돼 학업에 대한 꿈을 잠시 접어둘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대학원 공부를 마치고 잡지기자의 길을 걸으려던 막연한 계획을 갖고 있었기에 취업을 위한 별 다른 준비가 없던 터라 더욱 막막하기만 했다.
대학원 등록을 취소하고 여기저기 취업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이력서를 넣어봤지만 녹록치 않았다. 수신확인도 되지 않는 이메일 지원에 몸도 마음도 점차 지쳐가고 있을 때 즈음, 한 취업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게시물이 눈에 들어왔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주관하는 ‘청년채용패키지사업’의 하나인 여의도 잡지교육원의 잡지기자 연수와 관련한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부족하나마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중요한 이정표였건만 그때는 “이 곳이 나를 확실한 목적지로 인도해줄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렇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시작된 여의도 잡지교육원에서의 교육. 처음 두 달 동안은 오랜 실무경험을 쌓은 선배들의 이론 강의를 통해 잡지기자라는 업에 대한 감을 잡아가는 시기였다. 그리고 한 달 후 한 여성월간지로 실습을 나가게 됐다.
지난해 5월 실습 취재기자로사무실에 발을 디디게 될 때까지만 해도 회사 내 스스로의 역할에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출근 첫날, 생각지도 못했던 업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수 전진의 아버지인 배우 찰리 박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4페이지 분량의 기사를 쓰라는 데스크의 지시였다.
당분간은 커피나 타고, 복사나 할 것이라 예상했었기에 조금은 당황스러우면서도 큰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사람이 갑작스레 부족하기도 했지만 대규모 사업장이 아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 생각한다.
보통 전문가들이 말하기를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오히려 능력 있는 인재를 필요로 하는 법이라고 한다. 이미 경직된 시스템이 꽉 짜여진 대기업 내에서는 하나의 개인이 부속품에 지나지 않는 역할에 머무는 경우가 많지만 중소기업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지적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곳에서의 모든 생활들이 만족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다. 분명 친구들 중에는 대기업에 입사해 나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 이들도 있고, 그로 인해 훨씬 윤택한 경제적 혜택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강조하건데 큰 규모의, 정형화된 차선이 확실하게 그어진 8차선 도로가 언제나 좋은 것만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진입차량이 넘쳐나 교통체증이 심각한 8차선 도로보다는 아스팔트 포장이 조금 거칠더라도 마음껏 달릴 수 있는 조금 좁은 도로가 앞날을 위해 훨씬 이로울 수 있다는 생각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무대는 없다. 부족한 하나하나를 채워나가며, 스스로를 계발시켜 나가며 성장하는 것이다.
현재 내가 몸담고 있는 잡지사에는 나를 포함해 청년채용 패키지사업의 수혜를 입은 이들이 네 명이 있다. 타 여성지에서도 패키지사업에 따른 잡지교육원 출신 기자들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실제 적극적으로 인사배치의 한 방편으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 청년채용 패키지사업을 통해 교육을 받고, 연수생활을 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확실히 정해지지 않은 만큼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겠지만 힘내라는 것이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으로 당당하게 “기다려라 세상아, 너 따위 하나도 두렵지 않아”라고 외쳤으면 한다.
나와 함께 교육을 받았던 40여 명의 동기들 역시 대부분 청년채용 패키지라는 맞춤 네비게이션이 지시하는 방향으로 힘차게 자신을 몰아가고 있다.

■사진설명 : 정지수씨(왼쪽)가 탤런트 최진실씨와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촬영 하고 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