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중소기업들은 올해부터 은행권이 실행하는 바젤 II하에서 예상을 뛰어 넘는 원자재 가격의 급격한 상승 그리고 세계경제 불황으로 인한 수요 감소로 진퇴양난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상황은 많은 경영자들의 기존 경험과 전혀 다르므로, 중소기업 경영자는 기업경영, 특히 자금운용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제시장에서 석유, 고철, 비철금속, 곡물 등의 수입 가격이 급등하면서, 한국경제의 생산자물가 및 소비자물가는 3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그로 인해, 올해 1월, 2월의 소비자물가는 물가안정을 목표로 하는 한국은행의 목표 관리치 2.5~3.5%를 넘어 각각 3.9%, 3.6%에 이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주물 업체는 납품을 거부하고 단가 인상을 요구하는 극단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국경제는 물가의 상승과 더불어 서브프라임 모기지 여파로 초래된 미국의 불황 국면으로 인해 ‘불황속의 물가상승’이라는 전형적인 ‘스테그플레이션’ 상황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대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금년부터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전혀 준비하지 않은 바젤 II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바젤 II의 시행 초기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은행은 기존의 대출평가 시스템과 유사한 평가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등급 차별화 그리고 그로 인한 중소기업간 대출의 차별화는 심화될 것이다.
자금 조달을 위한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있지만, 중소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자금난 해결의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고, 그 기회를 실현하는 과정이 고통스럽다는 것이다.

원자재가 상승·바젤Ⅱ 中企 압박

어려운 여건이 오면, 중소기업은 먼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과 외부 도움이 필요한 것을 나눠봐야 한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열정을 가지고 해결해 나가면,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일에 대한 외부적 환경도 개선될 수 있다.
먼저, 스테그플레이션에서 중소기업 스스로 자금난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첫째, 은행의 신용평가를 잘 받아 지속적으로 차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경영자는 종업원들에게 기업의 현재 상황을 투명하게 설명하고, 기업의 신용평가 등급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기업은행과 같은 중소기업 대출 전문은행은 어떤 개선이 필요한가에 대한 컨설팅 서비스를 실비를 제공하고 있어, 각 기업은 구조조정에 필요한 정보를 구할 수 있다.
둘째, 훌륭한 인재 육성으로 질 좋은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해야 매출이 발생하고 이를 통해 자금난이 완화될 수 있다. 중소기업도 주어진 인재의 능력을 더 키워 나갈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시스템을 잘 활용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국가차원의 비축시스템 구축해야

현 상황을 극복해 나가기 위한 외부의 도움은 무엇인가? 단기적으로는 국제가격 상승이 높은 원자재에 대한 수입관세 인하, 그러한 원자재를 활용하는 제품에 대한 세금 인하를 통해, 그 혜택이 중소기업에게 환급될 수 있는 시스템을 고안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이 은행의 신용등급을 높이는 데는 3~5년의 중장기적 노력이 필요하므로, 이러한 전환 기간 동안 중소기업이 직면할 수 있는 자금난 해결을 위한 신용보증 상품 개발도 필요할 것이다.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인한 자금난을 조립 대기업에 대한 납품단가 인상으로 전가해 해결하려는 시도는 상대에 대한 설득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 왜냐하면 대기업도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인한 비용 상승 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대화를 통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우리가 그 동안 발전시켜 온 대중소기업 상생경영에 대한 신뢰가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상생경영의 교육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일방적인 요구 관철시 초기 성과에 만족할지 모르지만, 대기업의 범세계적인 조달 시스템 하에서 일방적인 전가의 요구는 중장기적으로 상생 보다 승자-패자의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원자재, 석유, 곡물 등의 가격 변동의 원인은 이미 잘 알려져 있어, 이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국가적 차원의 전략적 비축 그리고 선물시장의 활용 밖에 없다. 실수요자와 정부가 공동으로 원자재, 석유, 곡물 등에서 효과적인 비축 시스템을 구축해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중소기업 자금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종욱
서울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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