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가 들어서고 국가의 살림을 맡아 앞으로 5년간의 국정을 이끌어나갈 새내각도 어느 정도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중소기업계는 큰 기대와 설레이는 마음으로 새 정부의 출범을 맞고 있다.
지난 5년을 돌이켜보면, 우리 중소기업계가 느끼는 국제적·국내적 경영환경은 중소기업에 대해 불리하게 전개돼 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중국이 시장을 개방하면서 우리 중소기업들은 오히려 중국기업의 저가제품 공세에 밀려 해외시장에서 뿐만 아니라 국내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거의 상실했으며, 대내적으로는 인력난과 자금난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경영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됐다. 여기에다 정부의 각종 제도가 오히려 중소기업의 발을 묶는 방향으로 개편되면서 우리 중소기업은 이제 국내에서도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새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이와 같은 국내외적 경영환경의 실체를 바로 인식하고 중소기업 발전을 위한 정책방향을 새롭게 모색할 필요가 있다.
먼저, 해외시장의 개방속도와 그 범위를 정확히 판단하고 그에 따라 우리 중소기업에 유리하고 불리한 부분을 예견해 시간계획(time schedule)에 따라 단기 및 중장기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정책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정책 통해 환경변화 대처해야
예컨대 중국이나 베트남 그리고 동유럽시장이 개방되고 자유화되면 될수록 우리 기업의 전체적인 수출은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그와 비례해 수입 역시 증가하게 되면서 가격 및 품질 경쟁력이 낮은 중소기업은 지금보다도 더욱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또한 저가 수입품에 의해 국내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은 중소기업이 인건비 및 기타 생산비용이 저렴한 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게 돼 우리 산업의 공동화가 가속되면서, 지방경제는 고사 위기를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요구되는 가장 시급한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중소기업청 및 유관 기관에 권한과 책임을 대폭적으로 이양하고, 지역에 따라 지리적·문화적 특성에 맞는 업종을 중점적으로 발굴·육성해 지역산업경쟁력을 제고하고 나아가 대외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각종 제도를 재검토하거나 그 시행시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지난 몇 해 동안에 만들어진 제도들은 우리 중소기업들에게 전통적으로 가장 큰 애로사항이었던 문제들을 해결해 주기는 커녕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간접지원으로 中企자생력 강화를
외국인의 불법체류와 인권침해를 방지할 목적으로 도입하려고 하는 ‘외국인 고용허가제’는 중소기업들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인 인력난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며, ‘주5일 근무제’와 ‘제조물책임법’ 등은 그나마 근근이 버텨오던 중소기업들의 목을 더욱 옥죄는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다.
또한 중소기업들이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해 스스로 자생력을 배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이 중장기적으로는 중소기업의 보호·육성보다는 자유로운 경영환경과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질서를 조성하고, 직접적인 물질적 지원보다는 협조와 지도 등 간접지원을 통해 중소기업의 체질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둬야 할 것이다.
끝으로 중소기업은 국가경제의 초석이며 국민생활의 터전이라는 신념으로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대기업과 기간산업 그리고 첨단기술산업의 중요성과 성과 위주로 편성돼 있는 초·중·고 교과서의 내용을 중소기업의 중요성과 공헌도를 더욱 비중있게 다뤄 어려서부터 규모의 편견을 갖지 않도록 교육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직업에는 귀천의 차이가 있을 수 없으며, 열심히 일해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삶이라는 근로가치를 심어줘야 한다.
이상에서 제시한 정책방향은 최근 몇 해 동안 본란을 통해 여러 전문가들이 반복해 강조한 매우 기본적이고 현실적인 사항들이다. 사실 중소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정책 및 지원방안이 지나치게 난해하거나 이상적인 것이 아니다. 정부가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에서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비중과 그 중요성을 인식한다면, 그리고 그것의 정치적 의미를 최소화할 수만 있다면 매우 상식적인 수준에서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새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과 지원시책은 보다 현실적이고 실행가능한 차원에서 수립되고 실행돼야 할 것이다.

박 영 배(세명대학교 경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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