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이 냉온탕을 번갈아 가는 혼돈상태에 있다. 주가,금리, 환율이 동시에 휘청거리는 ‘트리플 약세’ 현상이 지속되면서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금융시장發 충격이 작년 8월 이후 세계경제를 휘청거리게 하고 있다. 미국이 마이너스의 실질금리를 감내하면서까지 급한 불은 껐지만 약발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의문이다. 현재 정책금리가 2.25%이고 평균 물가 상승률이 3%이니까 이런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충격이 실물경제에 까지 파급돼 미국 및 세계경제가 언제까지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할까에 양론이 있다. 그린스펀 FRB전 의장이나 폴 크루그만 프린스턴대 교수는 앞으로 2년 정도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되고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버냉키 의장이나 정부 측 연구기관에서는 미국경제의 성장이 일정기간 둔화 하겠지만 하반기부터는 금리인하 효과(최소 6개월의 시차)와 경기 부양책 등에 힘입어 성장세를 회복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이다.

美 경제불안 전세계 파급

미국경제의 불안과 침체는 세계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중국과 인도 등 신흥공업국가들의 경제성장이 세계경제의 미국의존을 약화시키는 ‘디커플링(탈 동조화)’현상을 초래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최근 사태를 보면 미국경제의 영향력이 아직도 건재함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경제규모는 명목국내총생산(GDP)기준으로 세계경제의 27%를 차지한다.
세계수입시장에서 차지하는 미국의 비중은 16%로 아시아와 유럽제품의 주요소비자 역할을 한다. 스티븐 로지 모겐 스텐리 아시아회장은 최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미국소비자들의 지난해 소비액은 9조5천억 달러로 중국과 인도 소비자들의 소비액을 합친 규모의 6배”라며 미국경제의 영향력을 강조했다. 금융시장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더욱 막강하다. 미국은 전 세계 주식 및 채권의 60%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주가폭락은 미국의 투자은행들이 유동성확보를 위해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일어났다.
미국의 영향은 우리 국내시장에 나 홀로 환율상승과 고유가 및 국제 원자재 가격폭등으로 휘몰아치고 있다. 환율상승과 국제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인한 이중고는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큰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지만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청업체들의 연쇄파업까지 일어나고 있다. 중소기업의 수익성은 대기업보다 현저히 낮다.

大·中企 동반자 인식 중요

그런데 대기업이 납품업체에 원가부담과 비용을 떠넘기는 불공정 거래관행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산업전반에 걸쳐있는 고질병 중의 하나여서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실제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납품 계약 시 계약서상에 원자재 공급가격의 변동에 대한 탄력 폭을 두고 있지만,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약자의 입장에 있는 중소기업으로서 대등한 협상을 하기란 쉽지 않다. 물론 대기업들도 심각한 원가압박에 시달리고 있기는 마찬가지지만 중소기업과 고통을 나누는 상생의 협력체제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이다.
정부가 올 상반기안에 중소기업의 숙원사항이었던 원자재 가격납품단가 연동제를 도입하려고 하는 것은 잘한 일이다. 대·중소 기업 간의 갈등해소에 큰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다만 입법 과정에서 앞으로 시행 할 때 제기될 수 있는 문제점들을 파악해 보완하는 작업도 동시에 이뤄지길 바란다. 제품의 성격이 다르고 제품의 기술력과 생산성이 천차만별인데 값이 오른다고 모든 원자재를 연동시킨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많은 기술적 문제를 야기시킬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나 연구기관에서 객관적인 가격지표를 작성해 대·중소기업이 기본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제도상의 보완책도 필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다. 대·중소기업 양극화를 해소하기위해 품질개선을 도와주고 수익성도 보장해주는 동반자로서의 인식의 전환이 가장 본질적 해결책이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금융기관들의 대출 관행도 고쳐야 한다. 비올 때 우산 걷어 들이는 것과 같이 경기가 좀 안 좋으면 중소기업에 대출회수부터 하는 관행은 고쳐야 한다.

김대식
중앙대 교수, 전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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