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치 수려한 동부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부산은 광활하다. 고층 건물과 아파트들이 밀집한 부산 해운대에서 시작해 대변항으로 이어지는 동부해안도로는 그 광활함의 중심에 있다.
이 길은 수려한 자연미가 으뜸이다. 길 양편으로 바다와 들판이 이어지고 그 들머리에는 달맞이고개가 있다. 달맞이고개는 동해바다와 남해바다가 만나는 곳으로 1km에 걸쳐 카페촌이 자리를 잡았다. 이 달맞이길은 밤에 더 운치를 풍기는데, 포근함이 흐르는 네온사인의 행렬과 저마다 독특한 모습으로 치장한 음식점들은 이국적인 분위기마저 자아낸다.
더 이채로운 것은 집집마다 바다 쪽으로 창을 내달아 전망을 한껏 살렸다는 점이다. 창을 낸 방향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마음에 드는 집에 들어가 창가에 앉으면 그림 같은 정경이 펼쳐진다.
연인들이 소원을 빌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언덕 위의 ‘해월정’과 추리작가 김성종씨가 세운 김성종추리문학관(051-743-0480)은 이 달맞이고개의 명물이 된 지 오래다.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차를 마시며 마음껏 추리서적을 읽을 수 있다.

#활기 넘치는 청사포와 고즈넉한 용궁사

달맞이고개를 넘으면 아름다운 해변마을, 청사포가 나타난다. 지명이 퍽이나 인상적인 이 항구는 조용한 바다 정취를 즐기려는 이들에게 그만이다. 방파제 위로 올라서면 짙푸른 봄 바다가 가슴 가득 안겨온다. 그 바다 한쪽으로 보이는 작은 등대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름답다.
청사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미역 양식장들은 이곳이 미역의 주산지임을 알려준다. 포구 앞바다에 촘촘히 떠 있는 부표들이 바로 미역 양식장이다. 때 맞춰 미역을 걷어오면 아낙네들은 미역 손질에 하루해가 짧다. 미역은 그렇게 손질돼 바닷바람에 말리기도 하고 생것은 부산 일대로 팔려나간다.
청사포에서 다시 해안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달리다 보면 송정해수욕장을 지나 해변 바위 절벽에 우뚝 선 사찰을 만난다. 해동 용궁사. 이름이 말해주듯 신비함이 깃든 절이다. 108계단하며 사찰로 들어가는 절벽 위 돌다리는 경건함이 흐른다. 발 아래로는 파도가 용틀임을 하고 경내에 서면 동해바다가 시원스레 바라보인다.

#멸치와 미역의 주산지, 대변항

서암포구를 뒤로하고 기장읍 쪽으로 계속 올라가면 멸치와 기장미역의 주산지, 대변항이 모습을 드러낸다. 해안을 따라 들어선 횟집들과 부둣가에 정박해 있는 멸치잡이 배들이 생동감을 느끼게 해준다. 멸치잡이 배들은 보통 새벽 5시경에 출어해 오전 9시가 되면 배 안 가득 멸치를 싣고 돌아오는데, 이때부터 멸치 털기가 시작된다.
멸치 잡는 그물인 ‘후리’를 일사불란하게 털어내는 장면을 지켜보노라면 숨어 있던 에너지가 온몸으로 퍼지는 느낌을 받는다. 구성진 노동요와 함께 멸치 터는 것을 ‘멸치 후린다’고 하며 이러한 작업은 6~7명이 한 조가 돼 하는 힘든 노동이다. 멸치 후리기는 조업을 마치고 귀항하는 어선의 도착시간에 따라 조금씩 다르나 대개 오후 3시 이후에는 볼 수 있다.
포구에서는 일 년 내내 멸치 배들이 머무르고 멸치를 말리거나 다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봄멸치 가을전어’라는 말도 있듯이 멸치는 풍부한 칼슘을 함유하고 있는 영양의 보고이다. 말리거나 젓을 담가 먹는 것이 일반적이나 회나 생것을 지져서 먹기도 한다. 살이 연하고 지방이 풍부한 멸치는 그물에서 털어내는 즉시 소금에 저려 젓을 담거나 쪄내서 말린다.
멸치는 상하기 쉬우므로 이렇게 재빨리 손질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적당히 간이 된 마른 멸치 한 마리를 입안에 넣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뼈째 먹는 몇 안 되는 생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멸치는 우리나라 전 연안에서 고루 잡히는 어종으로 가을에는 남쪽바다로 이동해 겨울철을 보내고 봄에 다시 연안으로 돌아온다. 산란기는 봄, 가을 두 차례로 이즈음(4월경)이 제 맛이 날 때다.
즉석에서 먹는 멸치회는 그 맛이 일품인데, 싱싱한 멸치를 깨끗이 다듬어 배, 미나리 등을 넣고 갖은 양념을 해서 먹는다. 생멸치로 만든 회가 얼마나 연하고 부드러운지 이곳 사람들은 ‘멸치가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고 말한다.
기장 앞 바다에서 잡히는 멸치는 80% 이상이 젓갈용이고 나머지 20%는 회나 무침, 찌개, 구이용이다. 어린 시절, 도시락 반찬으로 가장 흔하게 접했던 것이 멸치였다. 지금이야 ‘칼슘의 여왕’으로 대접받는 고급 어물에 들지만 20년 전까지만 해도 ‘강아지가 물고 다닐 정도’로 넘쳐났던 수산물이 바로 멸치였다.
이런 사실은 옛 문헌에도 나타난다. 멸치를 멸아(蔑兒)라고 한 게 이를 잘 말해준다. 멸치 한 포에 작게는 5~6만원, 많게는 10만원을 호가하는 지금과는 사정이 한참 달랐던 것이다.
대변항에는 멸치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횟집이 수십 곳에 달한다. 횟집에서 파는 회나 무침은 보통 작은 접시(2인용)가 2만원, 큰 접시는 3만원이다. 좀 더 싱싱한 맛을 원한다면 대변항 난전에서 파는 생멸치를 사서 초장에 찍어 먹으면 된다. 생멸치는 양에 따라 5천원, 1만원, 2만원 정도.

#기장 멸치 축제

4월 25일부터 27일까지 대변항에서는 기장멸치축제가 열린다. 싱싱한 멸치회도 맛보고 기장 앞바다에서 잡은 멸치를 싸게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어부들이 그물에 잡아온 멸치를 해변에서 털어내는 멸치털이와 직접 어선을 타고 멸치를 잡는 어부체험도 할 수 있다.
축제 기간에는 특별히 마련된 부스에서 멸치회를 무료로 맛볼 수 있다. 대변항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기장시장은 각종 해산물이 모인 곳. 기장 앞바다에서 잡은 생선과 해조류가 푸짐하다. 인심도 후해 하루 반찬거리를 장만하기 좋다.
대변항을 지나 언덕길을 오르면 영화 ‘친구’의 촬영장이 나온다. 어린 주인공 네 명이 헤엄치며 놀던 곳이다. 여기서 조금 올라가면 아늑한 갯마을, 이을포가 나타난다.
이을포는 소설가 오영수의 ‘갯마을’을 낳은 실제 무대로 마을 앞으로는 개펄이 펼쳐져 있다. 이을포에서 울산 쪽으로 15분쯤 더 올라가면 임랑해수욕장이 나오는데 그 끝에 들어선 기장도예관(051-727-0161)은 도자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직접 물레를 돌려가며 성형을 하고, 위에 그림과 글을 써 맡기면 택배로 집까지 배달해 준다.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까지. 월요일은 쉰다. 요금은 어린이 1만원, 어른 2만원.

■ 여행쪽지(지역번호 051)=일단 부산까지 간 다음 해운대에서 동부해안도로를 탄다. 해운대-달맞이고개-청사포-송정-용궁사-연화리-대변항-월전마을-31번국도-일광해수욕장-임랑해수욕장. 대중교통은 광안리에서 181번 버스가 해운대를 거쳐 송정-용궁사-기장 방면으로 다닌다. 기장읍내에서 대변항을 거쳐 서암포구, 용궁사, 해운대를 잇는 시내버스가 수시로 있다.

■ 잠자리와 맛집=대변항 쪽에 도원모텔(724-4301), 꿈의궁전(721-7488), 썬샤인호텔(722-5661), ok모텔(722-5544), 그랜드비치모텔(722-2383) 등이 있고 청사포에 블루비치호텔(703-6633) 등이 있다. 어느 곳에서나 바다 조망이 가능하다. 청사포의 금오횟집(742-0011)은 자연산 회와 물미역 맛이 일미다. 대변항 주변에 멸치회를 내놓는 식당이 많다. 파도횟집(721-3762), 갯가횟집(722-5202), 남항횟집(721-2302), 진주횟집(721-6235) 등. 동백리 일광해수욕장 쪽에 있는 동백횟집(727-0391)은 자연산 생선회가 맛있다. 기장읍 시랑리는 곰장어짚불구이가 유명하다. 흔히 ‘꼼장어’, ‘꾀장어’ 등으로 불리는 곰장어는 ‘먹장어’가 표준말이다. 곰장어를 구울 때 볏짚을 쓰는 이유는 불이 활활 타올랐다가 금방 사그라져 본래의 맛이 살아나기 때문. 용궁사 길목에 있는 기장곰장어집(721-2934)이 유명하다. 기장시장에 있는 못난이식당(722-2527)은 갈치구이와 갈치찌개가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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