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에서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장가계’는 이미 국내인들이 많이 가는 유명여행지다.
“사람이 태어나서 장가계(장자제)에 가보지 않았다면,
100세가 되어도 어찌 늙었다고 할 수가 있겠는가?
(人生不到張家界, 百歲豈能稱老翁?)” 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니, 이 말을 통해서도 장가계의 풍치는
어느 정도 짐작하고도 남음직하다.
그 유명하다는 장가계의 모습은 어떨까?

오후시간, 인천공항에서 중국항공을 탄다. 기대했던 것보다 기내는 비좁고 빈자리 하나 없다. 공항에서 장사 황화공항까지 3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장사 황화(黃花)공항은 어둠속 가려져 있지만 포근하면서 안개가 자욱한 기운으로 가득하다. 황화라는 이름은 이곳이 유채꽃이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이다.
황화공항에서 장가계까지 5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공항에서 2시간 거리인 상덕이라는 곳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날 장가계로 출발한다.
몇시간도 자지 못한채 이른 아침부터 다시 차량 이동이다. 장가계에 도착하자마자 천문산(톈먼산)을 향해 달려간다.
장가계는 중국 호남성 서북부에 위치한다. 3억8000만년 전 해저가 융기하면서 생겨났다. 처음엔 사암으로 된 평평한 땅이었으나 오랜 세월 풍화작용을 거치면서 규암으로 굳어져 오늘날의 모습으로 변했다.
‘장씨의 마을’이라는 뜻의 장가계는 BC 200년경에 장씨들이 거주한 연유로 이름이 붙여졌다. 오랫동안 외부와 교류가 거의 없었고 지금으로부터 불과 20여 년 전 이 지역 출신 화가가 장가계의 산수를 담은 그림을 발표하면서 장가계는 중국 정부에 의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지난 82년에 중국 최초의 국가삼림공원(국립공원)으로 지정됐고 92년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된 것이다. 주요 관광지로, 장가계 국가삼림공원, 삭계곡(索溪谷), 천자산(天子山) 자연보호구, 양가계 풍치구(楊家界 風氣區) 등으로 이루어졌다.
그중 한군데가 천문산(1,518m)인 것이다. 천문산은 고대에는 운몽산, 고량산으로 불리웠으며, 장가계의 산 중에서 역사에 가장 먼저 기록된 명산이다. 삼국시대 오나라 영안6년(263년), 고량산에 홀연히 절벽이 열리니, 마치 문과 같아서, 세계적으로 기이한 경관이 형성되었다고 하는데 그것이 바로 천문동으로, 여기서 그 이름을 얻어 천문산(天門山)이라 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산정을 향해 오른다.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개울에서 빨래하는 아낙들의 모습도 보인다. 시야는 희뿌연한 안개가 끼어서 흐리게 했는데, 이것조차 행운의 날씨라는 것이다. 맑은 날이 많지 않고 비가 자주 내리는 곳이라는 것이다. 발아래로 굽이굽이 구절양장으로 뱀처럼 휘어진 길이 이어진다.
정상에서 하차하지 않았다. 다시 오던길로 회차해서 중턱에 내린 것이다. 그 이유는 중턱에서 ‘천문동’을 잇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다. 으레 여행코스로 이어지는 것인 듯하다. 셔틀버스는 위태하게 뚫어놓은 산길을 천천히 오른다. 가는 도로변에 눈에 띄는 것들이 있다. 숫자를 표시한 돌표지석이다. 길을 따라 총 99곡이 이어진다는 것인데, 중국인들은 ‘구’자라는 단어를 매우 좋아한다는 것이다.
천문동 앞에 차는 멈추게 되고 다시 돌계단을 따라 오르게 된다. “통천대도”라는 돌 표지석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계단은 999계단이라고 했는데, 중간중간 보폭이 매우 좁아지기도 한다. 계단수를 맞추기 위함인지 아니면 경사도가 높아서인지는 알 수 없다. 계단 입구 즈음에서 이 지역 소수민족인 ‘토가족’의 노랫소리가 울려펴진다.
‘도라지, 도라지’등 세곡의 한국노래가 계단을 오를 내리는 동안 귀가 멍멍해질 정도로 반복된다. 토가족은 이렇게 한국 관광객들을 상대로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장가계는 한국인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고, 한국인에 의해서 알려진 것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천문동은 천문산의 중상부에 위치하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천연 종유굴로, 해발 1,300m,높이 131m, 너비 57m, 깊이 60m에 이른다.

아름다운 산속의 보봉호수와 절묘한 서커스
보봉호는 댐을 쌓아 물을 막아 만든 인공호수. 아스팔트 도로가 끝나면서 산길을 약간 걸어 고갯길을 넘어서니 자그마한 호수가 모습을 드러낸다. 길이는 2.5㎞이며, 수심이 72m다. 호수 안에는 작은 섬이 있고, 바깥쪽으로는 기이한 봉우리들이 들어서 있으며, 봉우리는 물을 감싸 안고 있어서 위에서 내려다 보면 마치 산 속에 비취 알맹이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는 곳이다. 으레적으로 그렇듯 배를 타고 호수를 유람한다. 공작바위, 두꺼비 바위, 선녀바위 등, 가이드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스르르 미끄러지듯 호수를 유영하는 배를 타고가면서 기암의 바위에 이름을 붙여 설명을 덧붙이는 것이다.
가이드는 이미 옵션에 대한 돈을 받고 저녁에는 서커스장으로 데려간다. 사람들 틈을 비집고 애써 앞자리를 잡았다.
제법 귀엽게 생긴 해설가가 나와 말을 하지만 도대체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기교 이외에도 중간중간 공연을 해주는데, 토가족의 생활상을 모르니 답답하기 이를데 없다. 기교는 그저 눈으로 보면 그만인데, 공연은 언어를 모르면 이해가 쉽지 않다. 공연 중간중간 관객들을 불러 들여 공연 재미를 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서커스는 놀라울 정도였다. 왜 그들은 이렇게까지 고된 훈련을 하면서 이런 아슬아슬한 묘기를 펼치는지 잠시 의문이 들 정도다.
맨 끝부분에는 공중묘기가 펼쳐지는데, 그 부분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공연장을 빠져 나오니 야외에서 또 차력 공연을 한다.
그것을 뒤로 하고 숙소로 돌아오는데, 거리에서는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 중국인들이 즐겨 먹는 ‘썩두부’라는 것인데, 두부를 발효시켜서 먹는단다. 아직 맛은 보지 못했지만 제법 고소하다는데, 냄새만으로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을 듯하다.
어쨌든 가이드에게 넌지시 공연내용에 대해 물어보았는데, ‘哭家’에 대해서 설명을 해준다. 공연은 아가씨가 우는 것으로 시작되고 내내 울다가 나중에 결혼한다는 것이었는데,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이 지역 토가족은 결혼전에 보름에서 한달정도는 눈이 퉁퉁 불도록 눈물을 흘려야 한단다. 눈이 붓지 않으면 결혼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풍습은 발을 밟는 관습이다.
토가족은 젊은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날이 있는데, 여자들이 좋아하는 남자들의 발을 세 번 밟으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한다. 결혼하지 않으면 여자네 가족들이 곡괭이를 들고 나와 빼도 박도 못할 상황에 처한다는 것이다.
남자는 선택권이 없다는 말이다. 남자들은 결혼하기 위해서는 돼지 한 마리가 필요하단다. 돼지를 3년정도 길러서 여자집에 가야 하는데, 퇴자를 받으면 또 다시 돼지를 길러야 하고, 머슴이 되어서 여자 집에서 일을 해주어야 하는 관습이 있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중국은 ‘여성상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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