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97년 금융위기 이후 재무구조 개선, 투명성·신뢰성 강화 등이 기업들에 요구되면서 이중장부를 비롯한 잘못된 재벌 관행이 변화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번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사건은 적어도 일부 재벌들이 과거의 밀실경영 관행을 지속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재벌들은 회계장부를 주주용, 세무용, 경영자용, 회장용 등 4가지 형태로 각기 다르게 기록해 갖고 있다고 한다.
서울의 한 증권사 대표는 “시장에서는 대체로 재벌 단속을 환영하고 있다”며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재벌들의 투명성이 제고돼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SK그룹 사건은 노대통령 취임 후 한달도 지나지 않아 일어났다. 노대통령은 재벌의 가족소유 구조를 쇄신하고 소액주주의 권익을 향상시키겠다고 약속하면서 재벌에 새로운 공세를 취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6개 재벌의 내부거래 등 불법관행 가능성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한편 이번 SK 스캔들은 97년 이후 진행된 재벌개혁에 대해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재벌에 비판적인 경제전문가들은 “재벌들을 97년 금융위기로 몰아넣었던 오너일가가 지금도 예외 없이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PwC가 2002년 35개국을 대상으로 한 회계투명성 조사에서 한국은 바닥권에 머물렀다. PwC의 한 관계자는 “SK 글로벌의 사례는 단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퍼져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외국인 투자자는 “재벌개혁의 필요성에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지금은 최상의 시기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은 “현재는 노대통령이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남아있는 재벌을 압박하기에는 시기적으로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6.2% 성장을 기록했던 한국경제는 소비 감소, 과중한 가계부채, 유가 상승, 불투명한 수출전망, 북한 핵 위기 등으로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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