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룡동굴과 장가계 국가 삼림공원
쌀죽, 쌀국수, 계란 프라이와 오이 무침을 반찬삼아
부실하게 아침을 또 해결한다.
차는 황룡동굴을 향해 가는 것이다.
개천에는 어김없이 빨래하는 아낙들이 부지기수다.
습도가 많은 곳이라서 건조가 더디어서
햇살 있는 날에는 빨래하기에 바쁜 것이다.
또 하나 이곳에서 눈에 띄는 것은 어깨에 짊어진 나무로 만든 바구니다.
아이도 담고, 빨래, 짐등을 담는 도구다.
배낭의 원조가 이곳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우리나라 제주도에서 물 허벅이 있지 않은가?

어쨌든 동굴 앞이다. 촌부들은 소리를 높혀 귤을 팔고 있다. 자그마한 입감귤이 아니다. 맛이 빼어나진 않았지만 1천원이라는 가격이 무색할 정도로 한무더기 안겨준다. 유자도 우리나라 것보다 몇배는 크지만 먹을 수 없는 일이니 이 순간은 무용지물이다. 그들을 뒤로 하고 동굴을 향해 들어간다.
黃龍洞(황룽 동굴)이라는 한자가 선연한 입구를 지나 굴속으로 들어간다. 사진 찍기 쉽지 않은 곳이 동굴이다. 습한 석회석 공기와 습도가 지루하게 이어진다.
황룡동굴은 지하의 물을 막아서 배를 띄울 정도라로 규모가 큰데, 정작 물길은 보기 힘들다. 가뭄탓인가? 동굴안에는 각양각색의 종유석과 석순, 석주가 있고, 여러가지 모양을 닮은 석순이 대단히 많다. 아쉽게도 중간중간 석순이 잘려나간 것을 볼 수 있다. 개념 없는 중국인들은 동굴 공사를 하다가 걸리작 거리면 잘라냈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금굴보다 큰 규모였지만 그에 따른 감흥은 없다. 지리한 동굴 탐사는 1시간 이상이나 소요되었다.
답답한 동굴을 나와 또다시 실크 쇼핑센터를 방문한다. 이곳에서는 모델이 나와서 패션쇼를 보여주었는데, 솔직하게 구입하고 싶은 마음 생길 정도로 디자인 등이 괜찮다. 하늘하늘한 블라우스를 몇 번 입어보다가 다시 내려 놓는다. 가격이 비싼 편은 아니었지만 사두었다가 장롱속에 쳐박혀 있을게 뻔한 일. 결국 포기하고 만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장가계의 백미인 국립공원을 향해 오른다. 이미 가이드는 7번이나 케이블카, 버스, 엘리베이트, 미니카를 타고 움직여야 한다고 말한 상태다. 우선 천자산(톈즈산)으로 오르기 위해서 셔틀 버스를 탔고, 그곳에서 케이블카(2km)를 탄다.
천자산자연보호구의 천자산(天子山, 2,084m)은 천문산과는 또 다른 비경을 선사한다. 천자산은 장가계 풍경구 중에서 가장 늦게 개발되었기 때문에 훼손이 적고 태고의 모습을 가장 많이 간직하고 있다. 케이블카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협곡과 숲, 그리고 수천 개의 석봉들은 상상조차 힘든 비경이다.
한마디로 오래된 산수화에 그려졌던 기암이 멋지게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자연이 빚어낸 암석은 그림속을 헤매는 것처럼 아름답다. 케이블카 차창밖으로 눈길을 떼지 못할 즈음 내린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다시 버스 이동이다. 이곳의 아름다움은 단 한번의 방문으로는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이동 장소로 옮기는 길목에서 아낙들의 높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밤을 파는데, 그릇에 소복하게 담아 놓고 1천원이라고 소리치지만 정작 봉투에 담아주는 것은 바로 옆에 있는 작은 그릇이다.
게다가 나중에 안 일이지만 밤도 종류가 다양하다는 점이다. 참고로 씨알이 작은 것이 맛이 좋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을 듯하다.
천자산 정상에서 버스로 5분쯤 이동하면 하룡공원을 만난다. 중국 10대 원수 중 하나인 하룡장군을 기리기 위해 조성한 공원이란다.
이곳에서 만나는 ‘어필봉’은 바위 봉우리에서 자란 소나무와 어우러져 마치 붓을 거꾸로 꽂아놓은 형상이다.
전쟁에서 진 황제가 천자를 향해 쓰던 붓을 던졌다고 해서 어필봉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데, 사진가들과 관광객들로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정말 멋진 절경이지만 달력이나 팸플릿에 나오는 사진은 기대할 수가 없다. 희뿌연 안개가 시야를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걸음을 떼어 하룡장군 동상에 다다른다. 그곳에서 보는 어필봉 또한 색다른 맛이다. 여행객인듯한, 젊은 중국 여자가 혼잣말처럼 ‘피요랑’이라고 말한다. 인종 불문하고 아름다운 것을 느끼는 것은 다 똑같은 일이리.
장소를 옮기고 산정에서 한식 뷔페집을 찾는다. 꽤 높은 곳에서 맛보는 한식부페. 초라한 식당이지만 그래도 느끼함은 없다. 참고로 이 지역은 금연구역. 중국에서도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무더기로 공안들이 모여 있었고 그들은 자연스럽게 담배를 피워댔다. 행여 걸리면 중국돈으로 200-300위엔을 물어내야 한다고 하니 각별히 유의해야 할 일이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버스를 타고 원가계 앞에 선다. 이제 산책을 해야 하는 코스다. 장가계 삼림공원과 천자산 가운데 위치한 산인 원가계(1,100m)는 무릉원(武陵源) 명소에 박힌 진주라고 할 수 있다. 원가계의 절경이 숨을 멎게 한다. 솔직히 말하면 장가계보다는 원가계를 보기 위해서 이런 힘든 여행을 선택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 아름다움에 신선이 되고 싶어라, 아! 원가계여
원가계라고 이름하게 된데는 이런 이야기도 있다.
당(唐)나라때 한 봉기가 실패한 뒤
봉기에 참가했던 원씨 성을 가진 장군이
추적을 피해 인간세상과 멀리 떨어진 이 깊은 산속으로 와서
오두막을 지어놓고 농사 지으며 살았다고 한다.
그 장군은 후에 자신의 성을 따서 이 곳을
원씨네 땅이라는 의미로 원가계라고 불렀다는 설이다.

원가계는 초입 산길부터 잘 정돈되어 있어 남녀노소 걷기에는 무리가 없다. 가는 길목 굽이마다 전망대를 만들어 놓고 자연풍치에 걸맞는 이름을 적어놓고 있다.
특히 협곡에서 솟은 바위봉우리가 인간의 넋을 빼앗을 정도로 아름답다는 ‘미혼대(迷魂臺)’에서 내려다보는 원가계의 절경은 한 폭의 산수화다. 400-500m 높이의 뾰족바위 수백 개가 버티고 있는 형상은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웅대함이다. 봉우리 아래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협곡이 두루마리 그림처럼 이어진다.
‘후화원’으로도 불리는 원가계의 천하제일교는 높이 300m의 커다란 바위 두 개에 길이 약 50m의 다리를 연결한 세계 최고높이의 다리라 할 수 있다. 글자를 되새기면서 풍치를 바라보면, 왜 그런 이름이 붙어졌는지를 짐작할 수 있으리라. 신귀운천(神龜雲天)이라는 곳에서도 거북구자가 들어간 것을 보고 유심히 살펴보면 발아래로 한 마리 거북이가 기어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저 풍치에 빠져들면 될 일이다.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앞에 두고 희뿌연 구름을 탓하고 있는 필자의 여유없음이 안타까울 뿐인 것이다. 1시간정도 족히 걸었을까? 마지막 비경까지 감상하고 나면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그리고 다시 수직으로 치솟은 326m 높이의 백룡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게 된다. 잠시 이동중에 기이한 현상을 만난다. 어린아이들이 우루루 관광객들을 뒤쫓으며 밤을 파는 것이다. 집요하게 붙어서 1천원을 외치는 코흘리게 아이들은 팔지 못하면 땅바닥에 주저앉기도 한다. 어른들은 놀고 있고, 아이들을 동원해 동정심을 유발시키는 모습이 유쾌할 리 없다.
어쨌든 엘리베이터는 아주 짧은 거리지만 높이는 굉장하다. 하강 후에 밖으로 나오면 그곳에 펼쳐지는 모습 또한 한폭의 그림이다. 그러나 이 즈음에서부터는 너무 아름다운 기암을 많이 본 탓에 감흥도 서서히 줄어든다. 계곡의 전체 길이는 20㎞ 정도, 걸어서 지나려면 3시간 가까이 소요된다는 금편계곡을 앞에 두고 시간 관계상 포기하고 다시 버스에 오른다.
‘십리화랑’이라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미니카를 타고 오른다. 설명이 이어진다. 심마니 바위, 세자매 바위 등등. 아름답지만 틀에 박힌 여행코스 때문인지, 몸이 피곤해진다. 두부부침을 한조각 사먹고 심드렁 한 기분으로 내려와 버스에 오른다. 차는 손님이 찰 때까지 기다렸는데, 그 막간을 이용해 아주 잠깐 젊은 남녀를 만나 대화를 나눈다. 그저 풍치를 보는 것도 좋지만 아주 잠깐의 대화만으로도 이들과의 이야기가 즐겁다.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돌아나오는 길은 셔틀 버스다. 온 산길을 다 뚫어 놓은 근성. 참으로 대단한 것인지 무분별한 것인지. 원점으로 돌아나와서도 또 할일은 남았다. 북한산 약을 구입하는 일이다. 손수 수를 놓아 액자화 시킨 자수품은 한마디로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멋지다. 대신 가격은 매우 고가다. 곱게 차려 입은 북한여성이 들어와 우황청심환을 소개한다. 그녀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멋진 아나운서가 되었을 것 같다. 정말 달변가다. 김일성 대학을 졸업했다는 그녀. 청심환 가격은 길가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고가였는데, 그곳에서 상황버섯을 구입했다. 믿을 수 없다는 속내가 꿈틀거리지만 결국 사고 말았다.
그곳에서 한식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 마사지를 받는다. 방으로 들어와 마사지를 해주는 일인데, 30살이라는 미혼인 남성이 들어온다. 그는 말이라도 트 려고 펼쳐놓은 중국어책에만 관심을 보였고 정작 집중적으로 마사지를 해주지 않았고 시간 떼우는 것에 멈추고 만다. 마사지는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하룻밤이 다 지나갈 무렵. 짧은 시간 같이 했던 여행객들은 간단하게 맥주 한잔 나누기를 원했고, 가이드가 안내한 꼬치구이집에 들러 술을 마신다. 한 치에 500원이라는 돈이 결코 싸진 않다. 얼콰하게 취해서 숙소로 돌아와 조식 해결하고 또 황화공항까지 지리한 여행을 한다. 차창밖으로 어둠속에 가려졌던 모습이 눈안으로 들어온다. 유채꽃이 만발했고 산벚꽃이 피어 봄을 활짝 열고 있다. 단순히 풍광만 보고, 지나치게 돈만 아는 가이드의 상흔이 지리할 정도인 전형적인 패키지 여행.
그래도 가이드는 장사에서 제일 크다는 서호루(867314258188)에서 점심을 먹게 했다. 북경의 자금성을 본 따서 만들었다는 식당은 그 규모가 실로 어마하다. 음식상 또한 웬만한 한식상보다 훨씬 낫다.
곡부의 궐리빈사에서 먹었던 것보다는 약간 못하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요리들이 차려졌다. 새로운 사실 하나. 장사라는 곳은 그 규모가 우리나라 정도라고 한다. 모택동(마오쩌둥)의 고향이기도 하다고 한다. 떠들썩하게 같이 떠났던 사람들은 조금은 다르게, 혹은 비슷한 코스로 팀별로 여행을 마치고 공항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잘있거라, 장가계여! 원가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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