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고령화 추세에 따라 중소기업계의 최대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 가업승계 문제다. 가업승계를 ‘부의 대물림’으로 보는 사회 일각의 부정적 인식과 과중한 상속·증여세 등이 중소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업승계가 제때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기업은 경쟁력이 약화돼 장수하지 못하고 결국 단명하게 된다.
오래 살기를 바라는 것은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의 영원한 꿈이다. 하지만 그것은 절대 만만치 않다. 수백년 이어가는 장수기업도 있지만 일찍 문을 닫는 경우도 흔하다. 일본만 하더라도 100년 이상 된 가업형태의 기업이 1만5천개가 넘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평균연령이 11.4년으로 매우 짧은 수준이며, 20년 이상 지속되는 기업이 14.8%에 불과한 실정이다.

가업승계 稅부담 완화돼야

우리나라는 기업을 키울수록 가업승계가 더 어렵게 돼 있다. 1994년 40%였던 상속·증여세의 최고세율은 96년 45%, 2000년 50%로 높아졌고, 경영권할증과세까지 생겨났다. 여기에다 최근 공장용지 등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올랐는데도 상속세 누진세율의 기준금액은 불변이어서 가업승계 비용이 가중되고 있다. 과중한 세금부담으로 경영권까지 위협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 그렇다보니 많은 중소기업들은 기업성장을 위해 재투자하기 보다는 승계 부담을 피하기 위해 폐업이나 국외 탈출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중소기업의 가업승계는 단순히 개별기업의 경영과제로 치부할 수 없는 국민경제에 있어서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가업승계가 원활하지 못해 폐업으로 이어질 경우에는 기업 내부에 축적된 기술과 경영 노하우 등 소중한 무형자산이 소멸되고 일자리와 생산설비 등이 상실돼 국가경제에도 적지 않은 손실을 초래하게 된다.
선진국의 경우 일찍이 가업승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 분야에 대한 세제지원 뿐만 아니라 장수기업 우대 등 다각적 측면에서 지원책을 강구해 왔다. 영국의 더 밀레니언 클럽은 창업을 해서 기업을 300년 이상 키워오고 유지시켜온 기업 가문의 CEO들이 모인 곳이다. 영국 황실에서 이들 기업들을 초대해서 노고를 기리고 우대하는 풍토를 만들고 있다.

가업승계지원센터 확대 필요

이제 우리나라도 중소기업의 가업승계를 책임의 대물림, 기업의 경쟁력 강화, 고용안정, 생산설비 및 경영노하우의 전수라는 관점에서 보다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늦다고 생각할 때 가장 빠르다’라는 말도 있듯이 지금부터라도 중소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이를 통한 국민경제의 성장동력 회복이라는 차원에서 가업승계 문제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과감한 정책적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가업승계는 제2의 창업이다. 창업에 대해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자금 및 세제지원을 하는 것처럼 가업승계도 창업에 준하는 수준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의 가업승계 원활화를 위해서는 상속세율 인하, 공제한도 확대, 주식평가방법 개선, 상속요건 완화 등이 적극적으로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독일의 경우처럼 상속세를 매년 1/10씩 감면하여 10년 동안 기업을 영속하는 경우 80%까지 감면하는 것도 시급히 도입돼야 한다. 중소기업들이 가업승계 과정에서 부닥치는 문제도 많아 질 것이므로 이를 종합적으로 해결하고 지원하는 가업승계지원센터의 확대도 필요하다. 가업승계가 어려운 경우에는 M&A시장 활성화를 통해 이들 기업이 지속적으로 유지·발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계주경기에서 바턴 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레이스에서 실패하듯이 가업승계는 경쟁력 있는 장수기업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이명박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비즈니스 프렌들리’다. 기업을 경영하는데 있어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은 과감하게 없애겠다는 것이다. 하루 빨리 가업승계 프렌들리 정책이 마련돼 우리나라도 100년 이상 장수하는 중소기업들이 많이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조봉현
기은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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