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발생하고 있는 인권유린 사례는 단기 관광비자 등으로 입국해 불법체류하는 외국인들에게서 일어나는 것이 사실로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외국인산업연수생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중소벤처신문은 문화와 생활습관이 다른 이국 땅 한국에 와서 훌륭한 산업역군으로 거듭 나고 있는 외국인산업연수생들의 성공적인 한국생활 적응 과정을 시리즈로 게재해 불법체류자의 온상으로 알려진 외국인산업연수생제도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고자 한다. <편집자 주>

인천시 검단에서 프라스틱 재활용업체를 운영하는 숙질수지(대표 김신요). 지난 82년 회사 문을 연 이래 프라스틱 재활용 외길인생을 걸어온 이 회사는 고질적인 인력난 문제 해결을 위해 외국인연수생들을 지속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생산현장 누비는 사장님

예의(禮義)와 인의(仁義)를 중시하는 회사 분위기에 따라 김신요 사장은 요즘도 연수생들과 같이 생산공정에 뛰어들어 손수 작업을 한다.
창업이후 하루도 생산현장을 떠나 본적이 없는 김 사장의 솔선수범에 연수생들은 물론 전 직원이 자발적으로 생산성 향상에 앞장서고 있다.
네팔출신 연수생인 푸델씨가 숙질수지로 배정 받아 온 것은 3년전. 연수생활도중 신물이 나고 계속 목이 아프다는 푸델씨를 데리고 검단의 작은 병원을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정확한 진단이 나오지 않자 서울 강남병원에 입원시켰고 검사결과 식도염으로 판정 났다. 병원비가 비싸다고 생각한 푸델씨는 귀국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김사장은 “너희 나라로 돌아가면 시설이 낙후돼 있는데 어떻게 치료할 것이냐”며 “몸이 아픈채로 돌아가면 집에서도 걱정할 것”이라고 설득, 약물치료 후 완쾌돼 만기출국으로 고향에 돌려보내기도 했다.
남달리 따뜻한 눈길로 연수생들을 보살피는 숙질수지의 이 같은 노력은 연수생들을 3,4차까지 다 내보냈지만 이탈한 경우가 없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숙질수지에서 연수생들이 주로 일하는 곳은 분쇄실과 생산실. 월평균 120만원 수준의 급여를 받고 법으로 정해진 시간외 수당보다 많은 수당을 받는다.
이것은 연수생들이 협의를 거쳐 김 사장에게 애로사항을 직접 털어놓으면 회사측이 대부분 수용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같이 연수생들이 겪고 있는 애로사항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결과 모범적인 연수생 활용업체로 입지를 굳혀나가고 있다.
지난 2001년 4월 네팔출신 마라얀이 창원의 한 공장에서 연수생활을 하던 중 공장부도로 인해 숙질수지로 근무지가 변경된 일이 있다.

연수생 애로사항 적극 수용

일요일날 혼자서 기계를 돌리고 잔업을 하는 등 네팔출신 연수생들의 팀장격으로 열심히 일한 마라얀이 올 초 네팔로 귀국할 때였다.
회사측은 그동안 성실히 일해준 데 대해 넉넉치 않은 살림이지만 2년치에 해당하는 퇴직금을 자발적으로 지급했다.
“연수생 쿼터가 너무 적습니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인력관리 상의 애로사항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불법체류자들을 쓰고 싶은 생각이 간절합니다. 그러나 법질서를 지키기 위해 줄어드는 쿼터에도 불구하고 배정된 연수생만을 쓰고 있습니다.”
심각한 인력난을 겪기는 숙질수지 또한 마찬가지. 불법체류자들의 출국이 지연되면서 합법적인 연수생들의 쿼터가 축소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해진 법질서를 준수하고 있는 업체들의 상대적인 손해가 만만치 않은 상태로 김 사장은 불법·탈법이 상식으로 통하는 사회구조가 하루빨리 개선되길 바라고 있다.
박완신기자
wspark@kfsb.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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