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받은 주식으로도 상속세 다 못내겠더라”

최근 중소기업 CEO의 평균연령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의 가업승계 문제가 업계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장수 중소기업이 다수 존재해 국가경제 발전의 토대를 이루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그런 기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도 큰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부터 중소기업의 원활한 가업승계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중소기업뉴스’는 ‘제20회 중소기업주간’을 맞아 중소기업중앙회·기업은행·매일경제신문 주최로 열린 ‘중소기업 가업승계 지상포럼’ 현장을 정리한다.

■발제자 : 조병선 기은경제연구소장
■토론자 : 장지종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정구용 인지컨트롤스(주)회장, 유관희 고려대 교수, 이경준 기업은행 전무, 송재희 중소기업청 차장

가업승계, 왜 중요한가
- 장지종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 : 가업승계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중요한 과제로서 가업승계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창업 후 장기간에 축적된 노하우 , 생산·경영기술, 경영기법 등 국부의 원천인 사회·경제적 자산이 시장에서 퇴출될 위험에 노출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보다 먼저 산업화를 경험한 독일, 일본 등 선진국들은 가업승계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인식하고 기업의 지속적 성장, 경제적 안정성 제고, 일자리 창출 등 고용안정성 측면에서 다양한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다.
- 송재희 중소기업청 차장 : 가업승계기업은 고유의 노하우, 높은 책임감 등으로 고용기여도가 크고 일반 기업보다 높은 성과를 구현하고 있어, 국가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해 우수 명문기업의 원활한 가업승계가 매우 중요하다.

중소기업 가업승계의 애로사항
- 정구용 인지컨트롤스(주) 회장 : 정상적으로 상속을 하면 경영권 승계가 불가능하다. 상속세·증여세 등 가업승계 비용 다 내면 기업을 이어서 운영하기란 굉장히 힘들다.
가업승계 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인식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친구가 그 기업이 코스닥에 상장된 후 한 달만에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그 때 가족들의 요청으로 회사 인수인계를 도왔었는데 차라리 상속을 포기하라고 말하고 싶더라. 상속 당시 주가는 6천원이었는데 한 달 후에 2천원으로 뚝 떨어졌다. 총 160만주였는데 최고세율이 50%까지 적용되니까 보유주식을 모두 팔아도 상속세를 못낼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그 친구 아들은 서른한 살에 신용불량자가 됐다.
- 조병선 기은경제연구소장 : 상속세 최고세율은 초기 35%였다. 하지만 탈세 등의 염려가 커지면서 50%로 높아졌다. 요즘 기업들은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등 과거와는 다르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제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데 문제가 있다.
- 장지종 부회장 : 기업 상속요건이 너무 까다롭다. 15년 이상 기업을 경영하고 대표로 근무를 해야 하는 등 실질적인 대상이 거의 없다고 본다. 가업상속 공제도 30억원 한도에 불과한데 10년, 20년 업력에 따라 차등을 둬 공제 폭을 조정하는 등의 방식이 필요하다.

가업승계가 ‘부의 대물림’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에 대해
- 유관희 고려대 교수 : 가장 좋은 표현이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배를 갈라 거위를 죽이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것이다. 가업승계는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한다는 차원에서 오히려 국가경제에 이득이 되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거둬들이는 증여·상속세를 다 합해도 2조여 원인데, 승계가 계속돼 법인세를 내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소득세를 내는 것이 2조원보다 더 큰 효과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 이경준 기업은행 전무 : 미국의 국세청 세무조사는 미국 기업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지만 거기에도 원칙이 있다. ‘가지는 치되 뿌리는 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기업이 도산하지 않을 정도로만 세금을 추징한다는 뜻이다. 우리도 최소한의 유지는 되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 장지종 부회장 : 지금은 기업을 잘 꾸려서 2선으로 물러나면 재산을 국가와 반으로 나누는 시스템이다.
- 조병선 소장 : 반으로 나누면 기업의 체력은 급격히 떨어진다. 미국이 2000년대 초반에 상속세제 개편을 한 이유가 있다. 상속이나 증여가 이뤄진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봤더니 10개 중 9개가 상속·증여 과정에서 세금부담이 너무 커 기업 체력이 떨어졌다는 결론이 나왔다. 결국 미 당국도 상속세 감면이라는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다.

상속세 부담 외에 어려운 점이 있다면
- 정구용 회장 : 실질적인 2세 양성을 위한 준비가 안돼있다. 경영자들을 만나보면 걱정은 많은데 무슨 준비를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 이경준 전무 : 예전엔 각자가 알아서 교육하는 식이었다면 최근에는 제도적·체계적으로 교육을 시키자는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기업은행이 차세대 ‘에버비즈클럽’을 만든 것도 그런 교육의 일환이다.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클럽을 만들고 있는 걸로 안다. 체계적으로 전문교육을 받고 2차로 기술 OJT를 받으면 더욱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 장지종 부회장 : CEO의 책임 중 80%는 후계자 양성에 있다는 얘기도 있다. 우리나라 CEO들은 기업을 키우고 일구는 데만 신경을 쓰다 보니 막상 상속·증여문제에 봉착했을 때 난감한 것이다.

가업승계 문제의 향후 과제는
- 유관희 교수 : 기업 투명성 측면에서 봤을 때 회계법인 등에서 중소기업에 대해 부실감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기반 정서가 중소기업의 가업승계를 막고 있는 원인이 된다. 기업들도 반성하고 투명한 기업경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 장지종 부회장 : 중기중앙회는 까다로운 가업상속요건 완화 등 상속세제 개편안을 만들어 정부에 제시했다. 15년 이상 기업을 경영한 사람이 80% 이상 대표로 재직해야 하는 것을 10년 이상 50% 대표 재직으로 낮추는 안이다. 또 30억원 한도로 돼있는 공제 폭을 사업 영위기간에 따라 차등적용 해줄 것을 건의했다. 어떻게든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본다.
- 송재희 차장 : 중기청에서는 올해를 가업승계의 원년으로 삼으려 한다. 얼마 전 가업승계지원센터도 열었다. 아직 예산은 5억원밖에 안되지만 상속을 앞두고 있는 기업대표에게 자문을 하는 역할 등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활동을 펼쳐나갈 것이다.
- 이경준 전무 : 기업은행은 승계기업 상속인에게 상속·증여세의 80%까지 지원해주는 대출상품을 마련했다. 컨설팅이나 차세대 CEO 교육과정 등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사진설명 : ‘중소기업 가업승계 지상포럼’이 중소기업중앙회와 기업은행, 매일경제신문 공동주최로 지난 14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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