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중소기업 사랑 청소년 글짓기 공모전 수상작 - 금상(중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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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중소기업 사랑 청소년 글짓기 공모전 수상작 - 금상(중등부)]
  • 중소기업뉴스
  • 호수 1689
  • 승인 2008.05.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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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이름으로
나는 단 한 번도 아버지 직업을 자신 있게 말해 본 적이 없다. 내가 철이 덜 든 탓인지 몰라도 그것은 아직도 내게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아버지는 중소기업을 운영하신다. 세라믹을 가공하여 여러 곳에 납품하신다. 아버지가 하는 사업이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버지가 하는 일에 대한 배경지식이 별로 없고 아버지 또한 잘 말씀해 주시지 않는다. 다만 알고 있는 것은 이 일이 생소한 분야에 속하며 다른 기업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진행되는 일이라는 정도이다.
하지만 요즘 나는 이런 상황이 두렵다. 회사 사정을 우리 가족이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두렵고, 아버지가 하시는 사업이 어떠한 전망이 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아버지가 이 사업을 어떻게 이끌고 갈지 계획이 명확히 서 있는 것 같지 않아 두렵다.
중소기업이 갖고 있는 맹점과 한계는 마치 태생적인 것처럼 보인다. 직원고용이 그렇고 날로 상승하는 임금 또한 재무구조가 탄탄하지 않은 중소기업에게는 풀기가 매우 힘든 문제이다. 아버지는 단 한 번도 당신의 고민을 내게 말한 적이 없지만 나는 단 한 번도 아버지의 얼굴에서 고민의 그림자를 보지 않은 적이 없다. 아버지의 한숨은 이제 체질화되어 육신이 되었고, 아버지의 한숨에 내 가슴도 먹먹해질 때가 있다. 가끔 중소기업 사장이 사업에 실패하여 자살했다는 글을 기사에서 보거나 화재로 사업장이 불탔다는 얘기를 들으면 저런 일이 우리에게 닥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불안감이 배가되고 만다.
아버지가 기업 사장이라는 걸 알고 난 뒤부터 친구들은 우리 아버지가 어떤 차를 타는지 궁금해 했다. 보통 사장이라고 하면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것이 일반적인데 우리 아버지 차는 무슨 차냐고 묻는 것이다. 나는 그럴 때면 겸연쩍게 씩 웃고 만다.

빨리 자라 아버지 돕고 싶지만…

사실 아버지는 중소기업 사장이라고는 하지만 정신적 노동뿐만 아니라 육체적 노동까지 겸하고 계시다. 얼굴에 파이는 주름과 간간이 눈에 띄는 흰머리를 보면 아버지는 친구들이 말하는 고급 승용차를 몰고 다니는 기업 사장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고급 향수와 고급 외투가 아니라 늘 기름과 땀이 범벅이 되어 있는, 말 그대로 노동자의 모습과 별 다를 게 없다. 아버지의 고뇌에 찬 눈빛과 깊은 한숨이 내 가슴을 치는 이유는 넉넉하게 생활할 수 없어 아쉽기 때문이 아니라 정신적 노동과 육체적 노동을 모두 해야 하는 아버지의 힘든 상황이 안타깝기 때문이었다.
경제학 용어에서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이는 선진국가나 대기업이 국가의 충분한 지원과 보호 아래 성장해 놓고서 자신들의 부귀영화를 다른 개발도상국가나 중소기업에게 넘겨주기 싫어 올라갔던 사다리를 발로 걷어찬다는 것이다. 대기업을 국가가 도와주었다면 미래의 대기업이 될 중소기업을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도덕적 해이를 말할 상황도 아니며, 도덕적 해이는 오히려 불공정을 일삼는 몇몇 대기업의 문제이다.

적극적 中企지원 필요해

사람들은 흔히 중소기업에게 더 막강한 경쟁력을 갖추라고 요구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중소기업의 경영 현실을 생각해 보고 현장에서 그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그런 말은 하지 않게 될 것이다. 물론 모든 중소기업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미래가 있는 중소기업을 잘 선별하여 그런 기업들에게 더 많이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우수한 인재를 간절하게 원하고 있다. 언제까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일을 맡길 수는 없다고 생각하신다. 정말로 믿을 수 있고 실력이 탁월하며 장래성이 있는 사람을 만나 허심탄회하게 사업에 대해 구상하고 얘기하고 싶어 하신다. 그런 모습을 보면 내가 빨리 커서 아버지를 돕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하지만 열악한 아버지의 상황을 보고 나면 그런 마음이 생기다가도 쏙 들어가고 만다. 내가 과연 할 수 있는 일일까 회의가 생기고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에 과연 미래가 있을까 암담해지기도 한다.
나는 여전히 아버지의 직업이 쑥스럽다. 고생하시는 아버지를 보면 마치 수험생처럼 안쓰럽고 안타깝게 느껴진다. 아버지의 열정과 수고가 대단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자신 있게 아버지가 무슨 일을 하시는지 말하기가 머뭇거려진다. 제일 안타까운 것은 과연 아버지가 여전히 비전과 꿈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인데, 지금으로 볼 때에는 그 꿈과 열정이 많이 사그라진 것 같아 마음이 쓰리고 아프다. 그렇기 때문일까? 나는 아버지께 늘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하는 나 자신이 답답하기도 하고, 가끔은 아버지께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맘 편하게 살면 안 될까요’라고 건의 드리고도 싶다.
아버지는 내가 진정 당신을 자랑스러워 한다는 걸 아실 것이다. 다만 내가 안타까운 것은 마치 원죄처럼 자리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업보 때문에 아버지가 지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인식을 바꾸려고 노력하면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이다. 우리 아버지의 힘으로도 부족하고 일개 중소기업의 힘으로도 부족하다.
세상이 바뀌려면 모두의 협력과 결단이 필요하다. 경천동지하는 새 삶을 위해서, 중소기업 사장의 자녀가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그날을 위해서 이제는 아버지의 이름으로 그들을 사랑할 때이다. 나 역시 그 이름을 가슴에 걸고 중소기업의 미래를 지켜보겠다.

변준석
구갈중학교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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