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수출업체들이 존폐의 기로에 몰리고 있다. 올 1분기 환율급등으로 인해 환변동보험과 KIKO(Knock-In, Knock-Out) 등의 방법으로 환리스크를 관리했던 수출중소기업들의 영업외 손실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1분기 환변동보험의 환수금 납부로 인해 손실을 기록한 업체 비율이 40.8%에 이르며, 이들의 평균 손실액은 업체당 1억4천여만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KIKO 환수금 납부로 인해 손실을 본 기업 역시 31.2%로 이 중 1억원 미만 손실을 기록한 기업이 64.1%, 1억~10억원이 28.2%, 10억~50억원을 기록한 기업도 2.5%로 드러났다.
이미 현재의 손실규모 면에서도 중소기업이 감내하기 어려운 형편에 앞으로 이와 같은 잘못된 환헤지의 족쇄는 4분기까지 지속될 전망이며 전체적으로는 약 15조원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한다. 천문학적인 환헤지 피해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훨씬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환율급등 시 엄청난 손실을 초래하는 KIKO에 중소기업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은 불공정한 계약구조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KIKO란 통화옵션거래의 한 방식으로 환율이 일정 범위 내에 있을 경우 시장가 보다 높은 약정환율로 외화를 팔 수 있는 통화옵션이지만 환율이 급등해 약정환율 상단(Knock-In)을 넘어가면 계약금액의 2배 이상을 시장가 보다 낮은 약정환율로 팔아야 돼 기업이 손실을 입게 된다.

중도해지·약정금액 조정 허용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900원선 밑으로 내려오던 작년 9월부터 올해 연초까지 거래은행 은 KIKO의 문제점에 대한 설명은 제대로 하지 않고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장점만을 강조하고 가입을 권유해 중소수출업체들은 일년 이상 되는 기간계약을 서둘러 체결했다.
최근 환율은 950원을 상회하며 지속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해 1천50원대까지 올랐고 이로 인해 올해 3월부터 수출중소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낮은 약정환율에 계약금액의 두 배 이상 달러를 은행에 매각해야 할 의무가 있게 돼 심각한 영업외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피해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3월 한 달간만도 1조9천억원이 발생했고 2, 3분기에는 각각 5조원의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그 피해를 단순히 수출중소기업에게로만 돌릴 수 없게 됐다.

은행, 저리 특별대출 확대해야

중소기업이 이처럼 엄청난 영업외 손실을 기록하는 동안 은행은 상당한 환차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KIKO의 문제점이나 향후 대응방안에 함께 제대로 고민하지 않았던 정부, 은행 등이 함께 책임을 져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와 은행은 보다 적극적으로 환차손의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방법을 조속히 모색해야 한다.
먼저 기간제로 묶어져 있는 KIKO의 계약을 일단 중도 해지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할 것이며, 약정 금액 역시 두배 이하로 조정 가능하도록 지나친 투기성 거래에 대해 계약변경을 할 수 있도록 행정지도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은행들 역시 환차손의 일시적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특별대출을 대폭 확대하고 그 이자 역시 최소한으로 낮춰 사회적인 재난에 대한 포괄적 지원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와 같은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환헤지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에게 정확한 상품의 소개와 피해사례, 활용방법 등을 제시하는 현장 지향적 정보를 정부, 은행, 유관기관 등이 폭넓게 홍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나아가 최근과 같이 급격한 환율변동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을 위해 시한부로 중기청 등에 중소기업의 환거래를 지원할 태스크포스팀을 가동해 환헤지의 문제가 국가 전체로 번져 제 2의 IMF 사태로 심화되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하기 전에 환율의 급상승으로 위기에 빠진 우리경제의 풀뿌리, 수출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중소기업 친화적 (Small-business Friendly) 정책’을 기대해 본다.

최용록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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