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헤지 통화옵션 파생상품인 키코(KIKO)로 인한 수출중소기업의 피해가 사업존폐 여부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수출중소기업 씨모텍이 키코 계약으로 약 126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을 포함, 총 17개 기업이 약 2천454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금융감독원에 공시했다. 이는 업체당 평균손실액이 145억원으로 17개 기업 영업이익의 95%에 해당하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은행을 비롯한 금융당국에서는 속시원한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미봉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계는 환손실 책임 및 대책에서 더 나아가 거래자체의 불공정 여부를 놓고 집단소송까지 불사할 태세이다.
중소기업계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은 작년말 올해 연초 환율하락기에 키코계약을 권유한 주거래 은행으로부터 환율급등시 막대한 손실이 초래될 수 있다는 충분한 설명이 없었고, 녹인(Kock in)의 경우 약정금액의 2~3배를 납부하며 중도해지가 불가능 하도록 한 것은 대표적인 불공정 계약이라는 것.
실제로 환헤지와 환율변동에 대해 전문적 지식과 인력을 갖고 있지 못한 대부분의 수출중소기업들은 환율하락 시 예상되는 수익부분에 초점을 맞춘 주거래은행의 권유와 하락할 것이란 환율전망을 신뢰하고 환율급등시 약정금액 2배 이상 납부라는 불공정 계약구조를 인지하지 못한 채 키코에 가입했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 1조원 이상 막대한 수익을 챙긴 것으로 추정되는 은행은 이같은 수출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나몰라라 하고 있다. 은행 측은 계약서 작성시 상품설명과 함께 위험성도 충분히 설명을 했고 쌍방간에 환율 상·하한선을 협의해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은행들은 일부 기업들이 환차손에 대한 환헤지가 목적이 아니고 레버리지 효과를 활용, 환차익을 얻을 목적으로 키코를 활용하다가 이익이 났을 때는 아무 말도 없다가 예기치 못한 환율급등으로 막대한 환차손이 발생하자 손실보전을 요구하며 은행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최근 시중은행과 중소기업간 키코 분쟁과 관련 손실보상 유도 등 직접개입을 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키코 계약은 민간 경제주체들의 사적 재산권에 관한 것이며 원칙적으로 은행과 중소기업 당사자들이 조정, 해결할 일이지 금융당국이 정책적으로 개입할 일은 아니라는 것.
금융위원회는 은행권 전반을 대상으로 키코 판매현황, 피해발생 규모 등을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태스크포스(TF)를 구성, 불공정 판매 감독강화와 위험고지 등 보호방안을 강구하는 등 키코의 제도개선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키코 관련 중소기업의 민원제기에 곤혹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은행의 불완전한 판매 등 불법행위는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기업과 규모는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과 기업간 거래관계를 고려할 때, 분쟁조정을 통해 원만하게 합의를 이끄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금감원은 보고 있다.
최근 금감원은 개별은행이 수출기업과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할 경우 관련 거래정보를 은행연합회에 집중, 수출업체들이 수출대금 이상으로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사전예방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금융당국의 사후약방 격 대책에 중소기업계는 환수금 납부조건, 약정금액의 2~3배 납부하는 옵션조건 폐지, 해지조건 신설 등 근본적 개선대책은 전혀 없다며 시중은행에 대한 집단소송 제기 등 강경한 대응을 견지하고 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키코 판매과정에서 불공정거래행위와 불공정 약관에 대해 중소기업계가 제소를 하면 해당 은행에 대한 조사를 착수, 공정법 위반여부를 가리겠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제소가 접수되면 3개월 내 조사를 마치고 위원회 심의에 들어가며 불공정거래행위나 불공정 약관으로 판결되더라도 은행을 대상으로 시정명령·권고·과징금 등 행정조치를 취하기 때문에 중소기업계가 주장하는 손실보상 등 손해배상과는 거리가 멀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소기업계는 공정위 조사결과 공정법 위반으로 판명나면 향후 추진될 수 있는 민사소송에서 유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키코로 인한 손실발생이 불공정한 계약구조에 기인한 것이라면 법원에서도 은행에 배상책임이 있는 것으로 판결할 여지가 높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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