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외할머니 생신을 맞아 전주에 있는 외갓집에 가고 있었다. 익산에서 전주까지는 자동차로 30분밖에 걸리지 않지만, 가는 길에 창밖을 보면 여러 풍경이 펼쳐진다. 목천교 아래에는 만경강 지류가 흐르고 강 옆에는 논이 펼쳐져 있다. 벚꽃 길을 따라가면 옆에는 논이 펼쳐진다. 논은 전주 근교까지 이어지는데, 계절마다 풍경이 바뀐다. 한없이 펼쳐진 논을 보면 호남평야가 참 넓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몇 분 더 가면 전주의 관문인 호남제일문이 나오고 좀 지나면 공단이 나온다. 거기에는 항상 내 눈길을 끄는 건물이 있다. 그 건물은 꼭 동화 나라같이 신비롭고 독특하게 생겼다. 커다란 탑들이 뾰족뾰족 솟아 있는데, 분홍, 빨강, 파랑으로 곱게 색칠되어 있다. 나는 그곳이 어떤 곳인지 늘 궁금했다. 디즈니랜드에 나오는 궁전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마께 물었다.
“엄마, 연필기둥으로 되어 있는 저 건물은 무엇 하는 곳이에요?”
“어, 저기? 저긴 연필공장이야. 예쁘게 생겼지?”
“연필공장? 나는 어린이공원 들어가는 입구인 줄 알았는데…… 공장이 무척 예뻐요.”
“그렇지? 엄마도 여기를 지날 때마다 나도 모르게 저 건물 보게 된단다.”
“엄마, 저 공장에서 무슨 연필을 만들어요?”
“문화연필.”
“문화연필이라는 상표가 있었나?”
“엄마 학교 다닐 때는 문화연필이 인기 있고 가장 좋았어.”
엄마는 연필공장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엄마가 어렸을 때 연필공장으로 견학도 가고 선물로 연필을 한 타스씩 받았다고 하셨다.
“나도 가보고 싶다…….”
“지금 저 공장은 문을 닫았어.”
나는 깜짝 놀랐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연필을 생산하는 공장인데 왜 문을 닫아요?”
“음, 그 이유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아마 중국 제품이나 일본 제품이 밀려들어 와서 그랬을 거야.”
나는 엄마 말씀을 이해할 것 같았다. 내가 쓰고 있는 학용품을 보면 대부분 중국 제품이나 일본 제품이기 때문이다. 그날 나는 집에 돌아와서 내가 쓰는 학용품을 조사해 보았다. 그랬더니 공책, 연필, 지우개 그리고 볼펜 등이 거의 Made in China나 Made in Japan이라고 씌어 있었다. 연필과 샤프 열 자루 중에 여덟 자루는 수입품이고, 두 자루만 우리나라 제품이었다.
나는 이렇게 심각한 줄은 몰랐다. 문구점에 가서 학용품을 살 때는 어느 나라 제품인지보다는 무늬나 색상 그리고 모양이 보기 좋은지만 보았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 없이 물건을 사는 나 같은 사람들 때문에 많은 우리 공장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대기업은 회사가 크고 자본이 많기 때문에 다른 나라 회사와 경쟁할 수 있다. 하지만 문화연필 같은 중소기업은 다른 나라 회사와 경쟁하기가 힘들다.
중소기업은 우리 몸에서 실핏줄과 같다. 수많은 실핏줄이 쉬지 않고 더러운 피를 심장에 실어 나르고 깨끗한 피를 온몸에 실어 나르기 때문에 우리가 살 수 있다. 큰 동맥이나 정맥은 실핏줄이 모여 된 것이다. 이것은 시냇물과 강물과도 같다. 수많은 시냇물이 모여 강물이 되듯이 수많은 중소기업이 있어야 대기업도 살고 나라도 살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건들을 만드는 곳은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을 잘 모르고 지낸다. 텔레비전이나 신문에서 대기업 광고만 보기 때문에 우리나라를 이끄는 기업은 대기업이라고만 생각한다.
집은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아야 지을 수 있다. 그 벽돌이 약하거나 불량이면 집은 쉽게 무너진다. 중소기업은 집을 짓는 데 필요한 벽돌이다. 튼튼한 벽돌이 견고하고 멋지고 오래 가는 집을 만들 듯이 튼튼한 중소기업을 만들려면 우리가 중소기업 제품을 많이 써야 한다.
우리는 우리나라 제품이 중국 제품보다 품질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고, 또한 일본 제품과 비교해도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우리가 무심코 사는 연필 한 자루, 공책 한 권이 중소기업을 살리기도 하고, 망하게 하기도 한다. 중소기업이 살면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 요즘 일자리가 없어서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뉴스를 보면 경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경제를 살리려면 무엇보다 중소기업이 살아야 한다.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얻어 풍요롭고 행복하게 사는 우리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김 태 선 (모현초등학교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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