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은 더 이상 보호 대상이 되는 약자로 인식돼서는 안된다. 오랜 기간동안 중소기업과 관련된 수없이 많은 정책들이 약자로서의 중소기업을 보호한다는 목적 하에 만들어졌다.
그러나 그 효과는 미미했다. 중소기업을 보호한다는 목적 하에 일시적으로 이뤄지는 지원은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한 채 중소기업을 약자로서 고착시키는 역할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히려 여러 부처가 중복적으로 내놓은 각종 정책들이 예산 낭비와 실효성 저하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처럼 중복성과 실효성의 문제는 중소기업특별위원회나 중소기업청이라는 별도의 정부조직이 구성되어도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를 내세우고 있는 이명박 정부 하에서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책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더 이상 중소기업을 일시적으로 그리고 간헐적으로 보호해주는 약자가 아니라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춰 강자가 될 수 있도록 각종 걸림돌을 치워줘야 한다. 이를 위해 대기업과의 관계에서나 외국시장에서의 경쟁력확보에서나 차별과 애로가 없도록 지속적이고 실효성있는 정책수단들을 동원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 지원정책은 크게 금융지원과 세제지원의 두 가지로 구분된다. 바로 이러한 정책들에 대한 과학적인 평가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이들 지원정책들은 예산을 통해 확보되는 지원자금이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지원에 투입되는 금액대비 효과가 극대화되도록 해야 한다.

금융·조세지원 실효성 제고돼야

따라서 비용효과성(cost-effectiveness)을 기준으로 지원정책 하나하나를 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전체적으로는 중복성과 실효성을 평가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부터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은 방향, 기본구조, 더 나아가 구체적인 정책수단에서 새로워져야 할 것이다.
그동안 중소기업 지원의 경우 지원이 필요한 중소기업을 선정하는 노력보다는 주어진 지원자금을 배분하는데 급급했다고 할 수 있다. 지원대상을 선정함에 있어서 늘 탈락기업으로부터의 불만과 비난이 두려워 적절히 배분하는데 그쳤기에 애당초 지원의 실효성을 기대하기가 힘들었다. 금융지원의 경우 이러한 문제가 더욱 심했다. 예산으로나 기금으로나 조성된 지원 자금을 선택과 집중을 통해 배분하지 않고 단순히 나누는데 그쳤다. 즉, 각종 신용보증을 중심으로 하는 중소기업금융의 경우 엄격한 평가에 의해 자금이 필요한 대상을 가려내는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최근 산업은행의 민영화 계획이 발표되면서 중소기업 금융지원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이른바 한국개발자금(KDF; Korea Development Fund) 의 설립을 통해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등의 손길이 닿지 못한 중소기업들을 발굴해서 지원하고자 한다.

경제살리기 중소기업서 출발

그동안 각종 기금들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을 적절히 가려내서 집중적으로 지원하는데 실패했던 것을 KDF를 통해 시중은행에게 선택의 역할을 하도록 한다는 발상이다. 즉, 정부가 아닌 시장이 유망한 중소기업을 선별해서 집중적으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차제에 기존의 보증기금 등을 중심으로 하는 금융지원제도들을 실효성 차원에서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조세지원책들도 재평가해야 한다. 중소기업들은 수많은 조세지원제도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현행 조세지원제도가 그만큼 복잡하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조세지원제도 자체의 구조조정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실효성이 낮고 복잡한 조세지원제도를 없애고 중복적인 제도들은 통폐합하는 구조조정을 통해 중소기업이 애용하는 그래서 경쟁력 확보에 큰 도움이 되는 그런 조세지원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나아가 중소기업들이 알기 쉽고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세법제도를 개편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금 우리가 갈망하고 있는 경제살리기는 사실 중소기업에서 출발된다고 할 수 있다. 중소기업은 앞으로 우리 경제가 국가경쟁력을 높이는데 있어서 핵심 경제단위가 될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는데도 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이 갖는 고용창출 기능은 ‘고용없는 성장’의 질곡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나아가 만성적인 내수부진을 극복하게 해줄 것이다. 약자가 아니라 경제살리기의 핵으로서 우리 중소기업이 더욱 강해질 수 있도록 지원정책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때이다.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