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물이 생동하는 6월, 춘향과 추어탕의 고장 남원으로 간다.
춘향의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얽힌 광한루원은 남원여행 1번지다. 광한루원의 전체 구조는 우주를 상징한다. 전설 속의 아리따운 춘향은 볼 수 없지만 그녀의 곡진한 삶이 곳곳에 스며 있다.
광한루원의 정문인 ‘광한청허부’로 들어선다. 오른편으로 그네가 보이고 그 옆으로 춘향이가 자랐다는 ‘월매집’이 있다. 전통 한옥 양식에 장독대와 텃밭이 있는 초가는 춘향이와 이도령이 사랑을 속삭이고 백년가약을 맺은 곳으로 그 때의 분위기와 썩 잘 어울린다. 대문을 들어서면 안채와 부용당이 있고 뜨락엔 그 당시 쓰던 갖가지 생활용구들이 가지런하다.
광한루(보물 제281호)는 지배계층인 남원부사의 아들 이몽룡이 천민 신분의 기생 딸 성춘향을 만난 곳으로 광한루원 안에 있는 정자의 이름이다. 평양의 부벽루, 진주의 촉석루, 밀양의 영남루와 함께 조선시대 4대 누각에 들 정도로 고풍스러우면서도 우아하다. 단옷날 광한루에 올라앉은 이몽룡은 그네를 뛰고 있는 춘향을 보고 첫눈에 끌려 버렸다.
칠월칠석날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오작교는 단아하고 미려하다. 연못 위에 세워진 다리는 반달 모양의 유려한 홍교다. 춘향과 몽룡이 신분의 벽을 뛰어 넘어 사랑을 키운 곳으로 이 다리를 1년에 한 번만 밟으면 부부간에 금슬이 좋아지고 자녀가 복을 받는다는 전설이 있다. 그런 전설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리를 건너는 연인들 표정이 설렘으로 가득 차 보인다.
오작교를 건너 만나게 되는 광한루 앞 연못에는 중국 전설 속에 나오는 영주섬(산), 봉래섬(산), 방장섬(산) 등 3개의 작은 섬이 사다리형 예쁜 다리로 연결돼 있다. 이들 작은 섬은 일명 삼신산이라 불린다. 가운데 올라앉은 방장섬은 푸른 대나무가 둘러싸고 있어 그윽한 운치를 자아낸다. 그 옆의 영주섬도 나름대로 멋스럽다.
광한루원과 함께 남원시내에 있는 춘향테마파크도 남원을 찾은 여행객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곳에는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 촬영세트장을 비롯해 만남의 장, 맹약의 장, 축제의 장 등 춘향전을 테마별로 재현해 놓았다. 매일 밤에는 테마파크를 중심으로 남원의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남원시내에서 60번 지방도를 타고 주천면 소재지를 지나 지리산 북부 구룡계곡으로 간다. 춘향묘와 육모정이 있는 곳으로, 시간이 있다면 정령치를 넘어 반선~성삼재~달궁을 거쳐 뱀사골로도 들어갈 수 있다. 구룡계곡은 일명 용호구곡이라고도 하는데, 기암절벽으로 이뤄진 계곡은 길이가 4km나 된다. 지리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구룡분소(063-625-8911~2)가 있는 주천면 호경리에서부터 구룡폭포가 있는 주천면 덕치리까지 펼쳐지는 심산유곡은 자연이 빚어놓은 걸작품이다.
만복대에서 흘러온 구룡계곡 물은 때 덜 탄 원시림과 멋진 조화를 이뤄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육모정 앞 주차장에 차를 대고 가파른 돌계단길을 허위허위 올라가면 무슨 왕릉처럼 생긴 춘향 묘가 나타난다. 춘향전을 토대로 만든 가짜 묘지만 실제 묘처럼 사실적이다. 1962년에 도로 공사를 하는 중에 ‘玉女’라고 새겨놓은 돌을 발견한 것이 계기가 되어 이 무덤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호화스런 묘를 보면 누구나 허구의 인물인 춘향을 너무 미화시킨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용소 위로 걸린 구름다리를 건너면 높은 암반 위로 육모정이 올려다 보인다. 산과 계곡을 낀 참으로 멋진 정자다. 거처를 볼 줄 아는 옛 사람들의 안목에 새삼 고개가 끄덕여진다. MBC드라마 <다모>의 촬영지로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용소(龍沼) 는 용호구곡의 제2곡으로 옛날에 이곳에서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다. 석문처럼 갈라진 바위틈을 뚫고 하얀 물줄기가 쏟아져 내린다. 용소 위 바위에는 명창 권삼득(權三得)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육모정에서 선유폭포, 정령치,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관광도로는 드라이브로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정령치를 넘는다. 한국 선문의 발상지인 실상사(實相寺)로 가는 길. 도로가에서 만수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면 두 기의 장승이 반갑게 맞아준다. 서로 마주 보고 ‘참 잘 오셨다’고 인사를 건네는 것 같다. 통일신라 흥덕왕 3년(서기 828년) 증각대사 홍척(洪陟)이 창건한 소박한 절집, 실상사(063-636-3031)는 평지에 세워진 드문 사찰이다. 일주문도 없고 절에는 으레 있을 법한 담장도 없다. 얼핏 보면 우리 살던 고향집같이 수더분하다. 격식과 차별을 제거한 본래 그대로의 모습이 마음에 든다. 천왕문을 지나면 탑들이 가지런한 사찰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담한 목조 건물 몇 개와 해우소도 보인다. 수철화상 능가보월탑(보물33호), 수철화상능가 보월탑비(보물34호), 석등(보물35호), 부도(보물36호), 삼층쌍탑(보물37호) 등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보물급 문화재는 하나같이 미려하다.
실상사 위 바래봉 아래 달오름마을(인월면 인월리)은 철따라 다양한 농촌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농가 민박집에서 머물면서 달떡 만들기, 농사 체험, 기 수련, 명상체조, 달오름 소원빌기 등을 함께 할 수 있다. 마을에서 바래봉까지 등산길도 열려 있다. 민박은 2인 기준 2만원, 1인 추가시 5,000원. 식사는 2식에 1인 1만원. 마을 홈페이지(www.dalorum. go2vil.org, 063-636-2233) 참조.
남원은 누구나 잘 아는 흥부 출생지이기도 하다. 고증에 따르면 흥부가 태어난 곳은 동면 성산리이고, 봉화산 자락에 아늑하게 들어앉은 아영면 성리의 상성마을은 발복지(發福地, 흥부가 놀부에게 쫓겨나 살았던 곳)로 돼 있다. 이 두 마을은 10km쯤 떨어져 있다.
아무튼 흥부도 춘향처럼 허구의 인물이긴 하지만 그 구구절절한 사연을 듣노라면 사실처럼 마음에 와 닿는다. 동면 성산리는 인월에서 함양으로 넘어가는 팔령재 아랫마을로 들머리에 흥부마을 출생지라고 쓰인 표지석이 서 있다. 70여 가구가 사는 마을은 소박하고 조용하다. 마을 주변에는 흥부(전)와 관련된 지명이 많이 남아 있다.
남원이 낳은 ‘혼불’의 작가 최명희(1947∼1998). 귀로에 그가 태어나고 작품을 썼던 사매면 서도리 노봉마을에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고인이 된 작가는 80년 4월부터 96년 12월까지 17년 동안 대하소설 ‘혼불’을 위해 혼신을 바쳤다. ‘혼불’은 한국문학의 새 지평을 연 기념비적 작품으로 일제 강점기인 1930∼40년대 ‘매안 이씨’ 문중의 무너져가는 종가를 지키는 종부(宗婦)3대와 이씨 문중의 땅을 부치며 살아가는 상민마을 ‘거멍굴’사람들의 얘기를 그린 소설이다. 혼불문학관(063-620-6788)에서 작품일지와 유품, 육필원고와 생전의 모습을 담은 사진 등을 볼 수 있다.

■ 여행수첩(지역번호 063)=경부고속도로-천안 논산 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 전주나들목-17번 국도-남원. 88고속도로 남원 나들목으로 나와도 된다. 광한루와 춘향테마파크는 시내에 있다. 남원시내에서 남원대교를 건너 좌회전, 730번 지방도로를 타고 7km쯤 달리면 지리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 앞 주차장(구룡계곡 용소 입구)이다. 남원시내에서 육모정행 시내버스 이용/하루 16회 운행/ 30분소요. 88고속도로 남원 나들목-남원 방면으로 직진-두 번째 신호등에서 구례지리산 방면으로 좌회전-19번국도-지리산 구룡계곡 방면으로 좌회전-구룡매표소. 88고속도로지리산나들목-3km-아영면 소재지(좌회전)-2km-성리 흥부발복지. 지리산 나들목(직진)-2km-24번국도(함양 방향)-2km-성산 흥부 출생지. 혼불마을은 전주-남원간 17번 국도를 타고 춘향터널 직전에 혼불마을을 알리는 이정표가 있다. 남원시외버스터미널(633-1001)에서 1일 4회 운행하는 서도역행 시내버스 이용. 서울역에서 전라선 기차를 타고 남원역(632-7788)에 내리면 훨씬 편리하다.
■ 잠자리=남원시내에 한국콘도(632-7400), 하이츠콘도(626-8080) 등과 로망스(632-2536), 퀸파크(631-2030), 쌍둥이파크장(620-5000) 등 장급 여관이 많다. 남원자연휴양림(636-4000), 흥부골자연휴양림(620-6791), 지리산용궁가족휴양촌(625-9009)도 나름대로 좋은 시설이다.
■ 남원과 추어탕=남원은 뭐니뭐니해도 추어탕이 제일 맛있는데 여름철 더위에 지친 몸을 추스르는데 제격이다. 비타민A를 다량 함유한 추어탕은 노인, 허약체질, 임산부에게 특히 좋다. 섬진강 지류가 거미줄처럼 뻗어 있는 남원은 오랜 옛날부터 미꾸라지 등 민물고기들이 강을 따라 많이 오르내렸다. 여기에 지리산에서 나는 고랭지 우거지와 추어탕에 들어가는 초피(향신료)를 쉽게 구할 수 있어서 어느 지역보다 손쉽게 추어탕을 끓여 먹을 수 있었다. 초피는 맛을 돋워주기도 하지만 비린내 제거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광한루 주변에 새집(625-2443), 서린식당(625-4392), 일성식당(625-5793), 남원추어탕(625-3009), 현식당(626-5163), 부산집(632-7823), 보석추어탕(631-1669) 등 추어탕집들이 몰려 있다. 그 중 천거동의 새집추어탕은 50년 손맛을 이어가고 있다. 미꾸라지 숙회와 미꾸라지 튀김이 별미다. 반찬도 전라도식이다. 배추나 상추 겉절이는 즉석에서 양념을 해 나온다. 남도식 추어탕은 서울식과는 달리 삶은 시래기를 넣고 된장을 풀어 맛을 낸다. 한 그릇 6천원. 추어숙회는 미꾸라지와 갖은 야채를 더해 상추로 싸먹으면 일품이다. 이밖에 남원에선 한정식도 먹을 만한데 이화회관(625-8332), 지산장(625-2294), 청월장(633-7533), 종가집(626-9988), 춘향각(633-3302) 등을 알아준다. 구룡계곡에 있는 외갓집식당(626-0120), 육모정산장(626-6904)은 토종닭으로 만든 한방백숙이 일품이다. 지리산 자락의 운봉은 흑돼지로 유명하다. 황산토종정육식당(634-7293)은 토박이들이 즐겨 찾는 맛집으로 주 메뉴인 지리산 흑돼지 삼겹살은 육질이 쫄깃하고 단단해 깊은 맛을 낸다. 흑돼지 삼겹살 200g에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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