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6월 27일 내년에 적용되는 최저임금이 시간당 4천원으로 결정됐다고 발표했다. 하루 8시간을 기준으로 일급 3만2천원이다. 현행 시간급 3천770원, 일급 3만160원에 비해 6.1% 오른 것이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주 40시간 근무제를 실시하는 기업에선 월 83만6천원, 44시간 근무제 기업은 90만4천원이다.
올해 물가상승율이 예년보다 높아질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인상율인 전년대비 6.1%의 인상율은 지난 몇 년간 파행적으로 운영돼 온 최저임금제도가 다시 도입 목적에 맞게 운영되는 시발점이 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지난 몇 년간 경험을 보면 최저임금제는 파행적으로 운영돼 왔다. 시장경제체제 하에서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수준을 상회하는 임금을 지급하도록 강제하는 최저임금의 시행으로 일부 근로자의 임금은 올라가나 일부 근로자는 고용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지난 몇 년간 최저임금 상승률을 보면 2004년 10.3%, 2005년 13.1%, 2006년 9.2%, 2007년 12.3%로 우리나라 전체의 5인 이상 사업장 평균임금 인상율 6.0%(2004년), 6.8%(2005년), 5.7%(2006년), 5.6%(2007년)을 크게 상회해 저임금 근로자의 고용기회를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
작년도에 시행된 단속적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수준의 상향조정은 고령근로자가 대다수인 아파트 경비직의 심각한 고용불안을 가져와 올해에는 고령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의 예외규정을 두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저임금제도 오히려 일자리 축소

최저임금제도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저임금 근로자 보호라는 당초의 도입목적에 부합되게 제도가 운영돼야 한다. 노사, 특히 노동계는 최저임금제도를 매년 벌어지는 임금교섭의 전초전으로 악용하지 말아야 한다.
1993년에 최저임금 결정과정이 임금교섭의 대리전으로 비화하는 것을 방지하게 위해 최저임금의 효력시기를 1월1일에서 9월 1일로 바뀌었는데, 2005년에는 법의 효력시기가 당해 연도 9월 1일에서 다음연도 1월1일로 다시 변경하는 제도 개악을 했으며 최저임금제 결정과정이 우리나라 전체 임금교섭의 대리전이 되는 양상을 강화시켰다.
노사정 모두 우리나라가 1988년도에 최저임금을 도입한 이유는 시장기능에 의해 임금이 결정될 경우 열악한 처우를 받을 수밖에 없는 영세중소기업의 근로자의 보호라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최저임금의 범위에 대한 최근의 논란은 최저임금이 지난 몇 년간 너무 높게 올랐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대기업은 현재 최저임금에 산입되지 않는 정기상여금, 중소기업은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숙식비 등 현물급여가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몇 년간과 같이 10%내외의 최저임금 인상이 지속됐기 때문에 대기업도 고정적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키자는 요구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게 된 것이다.

숙식비 포함 등 제도개선 필요

외국인근로자와 내국인 근로자를 차별화할 수 없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는 중소업계가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숙식비등을 최저임금에 포함하자고 하는 주장을 한다는 것도 최저임금 수준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택시의 경우 법개정으로 단순히 산입범위가 변경됐기 때문에 현행 임금수준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사태가 초래되고 있는 것도 최저임금제가 근본취지를 벗어나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택시의 경우 작년도에 성과수당이 최저임금의 산입범위에서 제외되어 현행기준으로 하는 경우 7대 광역시의 임금이 모두 최저임금수준에 미달되는 결과가 된다. 조속한 법의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베트남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 필리핀, 인도네시아와 같은 저개발국가에서는 정부에 의해 결정되는 최저임금의 수준이 그 나라 생산직 근로자의 임금인상율을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시장도 없고 노동조합의 역할도 없다. 우리나라는 경제규모나 경제사회발전의 정도가 이미 그 단계를 넘어섰다.
최저임금제도 운영의 일대 혁신이 요구되며 그 기준은 법에 의한 임금수준의 과도한 보호가 저임금근로자의 고용기회의 상실을 초래하지 않도록 제도가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
만약 노사가 현재와 같이 최저임금제도를 매년 벌어지는 임금교섭의 전초전으로 활용하고자 한다면 노와 사는 결정과정에서 단순히 의견을 제시만 하고 공익위원들만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제도개선을 고려해야 한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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