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 이후 우리 기업들의 인사 철학은 ‘사람 중심’에서 ‘성과 중심’, ‘직무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을 중심으로 직무 체계를 정비하고, 성과와 역량에 기반해 평가·보상 및 승진 등을 결정하는 직무 중심 인사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우리 기업들은 사람 중심의 인사 관리를 해왔기 때문에 직무에 관한 정보가 취약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기업이 직무 중심의 인사로 나아가는데 있어 첫 걸음은 바로 직무 분석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 우리 기업들은 주로 업무 프로세스 혁신을 통한 조직 재설계 및 적정 인력 규모 산정 등을 위해 직무를 분석한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1990년대 후반 이후로는 성과 지표 도출과 역량 추출, 직무 가치 평가 등을 통해 직무 중심 인사시스템 구축에 직무 분석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직무중심 인사시스템 보급 늘어
특히, 채용, 배치·전환, 평가, 보상, 육성 가운데 특정 인사 제도 일부분을 개선하거나 구축하기 위해 직무 분석을 수행하는 경우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효과적인 직무 분석을 위해서는, 우선 분석 결과를 어디에 활용할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직무 분석의 목적에 따라 접근하는 기법과 필요한 자원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자원과 비용이 소요돼야 한다. 따라서 직무분석의 목적을 먼저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직무 분석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명확한 목적을 설정한 후 직무 분석이 실제 활용돼는 과정을 프로세스화해 제도로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기업에서는 유사한 일을 다른 조직에서 수행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예를 들면 비교적 규모가 큰 대기업에서는 본사에 인사 부서가 있으며, R&D나 영업 조직에도 인사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이 배치돼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이들을 하나의 직무로 간주해 직무 분석을 수행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이러한 직무 분석으로 인해 구성원들의 교육 훈련이나 경력 개발 등 인재 육성의 효율성이 높아지며, 인력 운용의 유연성도 제고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또 모든 직무를 똑같이 관리하기보다는 전략적 가치가 높은 핵심 직무를 집중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직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직무 중에서 핵심 직무는 그 수가 많지 않다. 선진 기업의 경우에는 핵심 직무가 전체 직무 수 가운데 약 20%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러한 핵심 직무를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관리하는데 직무 분석의 자원을 쏟는 것이 전략적인 면에서도 더 효과적일 것이다.
그리고 직무 분석을 현장 관리자들이 직접 수행할 수 있도록 직무 분석 기법을 알기 쉽게 매뉴얼화해 현장에 제공하고 교육시키는 것도 직무분석 과정에서 꼭 필요한 사항이다. 처음에는 외부 컨설턴트나 인사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직무 분석을 할 수 있겠지만, 지금처럼 업무 환경이 급속히 변화할 때는 필요에 따라 수시로 직무를 분석해야 하는데 이때마다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조직 책임자의 의지가 가장 중요
한편 직무 정보의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위해서는 기업 차원에서 직무 분석을 장기적으로 이끌어 나갈 직무 분석 전문가를 육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직무 분석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직무 분석 기법을 잘 알고,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가 필요하다.
이는 인사 부서의 역할 변화와도 관계가 있다. 현장 중심의 인사가 점점 더 강화됨에 따라 인사 부서는 현장의 인사 활동을 지원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컨설팅(Consulting) 역할에 초점을 두고 인사 담당자들의 역량을 개발하는 추세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에서 우리 기업들이 직무 분석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유의해야 할 점들을 살펴봤다. 직무 분석이 조직에 정착되기 위해서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조직 책임자의 관심과 몰입이 필요하다. 조직 책임자가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직무 분석 결과는 한낱 서류 뭉치로 케비넷 속에서 잠자게 될 것이다.
<자료제공: LG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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