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경제의 ‘고물가-저성장’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중립적인 재정·금리정책 등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결정적인 이유는 물가가 갈수록 불안한 상황에서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
한국은행은 올해 하반기 성장률이 3%대로 주저앉을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 12월에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상반기 4.9%, 하반기 4.4%로 연간 4.7%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번 수정전망에서는 상반기 5.4%에서 하반기에는 3.9%로 추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반기 성장률 예측치를 0.5%포인트나 조정한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상반기 4.3%에서 하반기에는 5.2%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한은은 수출이 양호하지만 내수부진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민간소비 증가율이 상반기 3.2%에서 하반기 2.7%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통계청이 전날 발표한 산업활동 동향도 경기하강이 본격화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0.3으로 전월에 비해 0.2포인트 내려가 4개월째 하락했다.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해주는 선행지수는 전년동월비 0.5%포인트 떨어져 6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다른 지표들도 일제히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난 5월 경상수지 적자규모는 3억7천750만달러로 전월의 15억8천만달러에 비해 줄었으나 작년 같은 달의 8억3천910만달러에 비해 크게 악화됐다. 5월에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인 것은 외환위기 당시인 지난 1997년(9억10만달러 적자) 이후 11년만에 처음이다.
투자도 8년만에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한국은행 국민소득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의 기계류 투자는 작년 같은 분기에 비해 0.9% 감소했다. 기계류 투자가 줄어든 것은 2001년 이후 8년만에 처음이다.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의 설비투자 총지수의 전년대비 증감률은 작년 11월 10.4%, 12월 10.1%였으나 올해 1월 -1.8%, 2월 -1.9%, 3월 0.9%, 4월 -2.0% 등으로 감소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투자위축은 내수를 억누를 뿐만 아니라 잠재성장률을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더욱 냉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이 2천929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달 30일 내놓은 ‘6월 기업경기 조사결과’에 따르면 제조업의 6월 업황지수(BSI)는 77로 전월의 85에 비해 8포인트 급락했다.
이는 2006년 8월의 7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제조업의 채산성 BSI는 6월에 68로 전월의 76에 비해 8포인트 떨어졌다. 이 지수는 98년 3분기의 53 이후 가장 낮다.
한국은행은 우리 경제가 하반기에 5%대의 높은 물가와 3%대의 낮은 성장을 기록하겠지만 스태그플레이션 단계까지 진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망은 유가가 하반기 평균 120∼130달러대에서 통제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근거로 하고 있다.
유가가 150달러를 넘어 오일쇼크로 치닫는다면 우리경제는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현재의 한국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 초기국면이라는 진단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전문가들은 스태그플레이션 현실화 가능성을 주시하면서 정부에 재정·금리정책 등 각종 경제정책을 중립적으로 펴나가는 등 신중한 자세를 주문하고 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