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상승이 어디서 멈출지 누구의 예측을 믿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로 인해, 중소기업인들은 자신들을 위기로 내몰리는 경제상황으로 대기업 시장 잠식, 사회적 혼란과 함께 원자재 가격상승을 들고 있다.
이 모든 요인들은 기업을 운용하는 사람들이 아니면 쉽게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 기업의 체감과 소비자, 정치인, 정부의 체감 정도 사이에 너무나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외부 환경에 발생되는 체감 정도의 차이를 원자재가격 상승을 통해 간략히 보자. 올해 6월 ‘코이마지수(한국수입협회가 발표하는 지수)’는 5월 보다 6.7%나 급등하면서, 월 30개 주요 수입원자재 가격을 조사하여 종합해 산정하는 ‘코이마지수’가 10개월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요 원자재 가격을 개별적으로 보면, 가격상승과 가격하락이 상쇄되기도 하는 ‘코이마 지수’로는 체감할 수 없는 가격폭등을 느낄 수 있다. 2007년 6월에서 2008년 6월의 1년 사이에 선철, 고철 가격은 2배 이상 상승하고, 철광석은 62.7%, 원유 96.3%, 옥수수와 대두는 각각 78.3%, 83.0%, 전기동은 10.4% 상승했다.
실례로 생산자는 고철 및 선철 가격이 1년 사이에 똑같은 양의 원료에 대해 2배 가격을 지불하지만, 최종 가격은 2배로 상승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단순한 논리로 계산해 보면 소비자, 정치인이나 정부가 구매하게 되는 최종가격에서는 원자재의 구성비만큼 생산비가 오르기 때문이다.

투기적 수요 원자재값 급등 한 몫
체감의 차이를 바닷가로 밀려오는 큰 파도로 비유해 보자. 큰 파도가 밀려오면 방파제는 큰 파도에 그대로 노출되지만, 방파제 뒤로 대피해 있는 배는 방파제가 막아 주는 만큼을 차감한 파도의 충격을 받는다. 원자재 가격의 급격한 상승이 큰 파도라면, 방파제는 원자재를 구매하는 기업이고, 고객(가계, 정치인, 정부)은 대피한 배와 같다.
체감 차이를 발생시키는 수입 원자재 가격이 1년 사이에 급속하게 상승한 이유는 두 가지 요소의 복합이라 분석하고 있다. 실수요가 갑자기 증가해 가격이 폭등하기 어려우므로, 가격 상승에는 실수요 증가와 투기적 수요가 큰 역할을 했다고 보는 것이다.
투기적 수요란 예측이 정확하다면, 폭등하는 가격은 버블이므로 미래에 버블은 터지게 돼 가격이 하락할 것이다. 그러나 투기적 수요가 미래의 실수요 보다 오히려 더 적거나 같다면, 폭등하는 가격은 정상가격이 될 수 있다.

원자재가격 변동 위험관리 필수
비철금속 등 주요 원자재는 국제적인 현물시장과 선물시장에서 이뤄지는데, 국제적인 시장의 참여자들이 섣부른 지식으로 거래하지 않는다. 국제시장 참여자들은 전세계적인 정보를 이용해 전문가들의 분석을 기초로 해 시장에 참여한다.
현재 원자재의 높은 가격이 버블인지 정상인지는 선물시장이 청산되는 미래 시점에 가 봐야 판정이 날 것이다. 물론 그러한 예측이 맞아 가격이 하락하면 더 없이 좋다. 그렇지 않아 지속적 가격 상승이 계속된다면 원자재를 미리 사두지 못한 기업은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제 투기적 수요의 가격상승 요인이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에 너무 기대하지 말자. 그 대신 원자재 가격의 미래가 불확실하다면 그 원자재를 많이 이용하는 기업은 가격변동에 대한 위험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자신들이 통제할 수 없는 이자율, 환율, 상품가격 등과 같은 외부요인의 불리한 변동으로 가격이 버블인가 정상가격인가 논쟁은 이제 자주 듣게 될 것이다. 이러한 논쟁 가운데 기업은 가격 상승으로 현금흐름이 언제든지 충격을 받을 수 있고, 이로 인해 기업의 투자 능력이나 이익실현이 미래에 위태로울 수 있다.
따라서 미래가 불확실할 때, 기업에게 위험관리는 필수이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이 종 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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