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달라’밖에 모르는 직장인

M사장은 술자리에서 필자에게 신경질을 부렸다. 사원들에게 회사에 대해 무엇을 원하는지 적어 내라고 했더니, 온통 자기들이 받고 싶은 것, 회사가 해줬으면 하는 것만 적어냈다는 것이다.
M사장은 한 사람 쯤은 그래도 ‘회사를 위해서 이렇게 이렇게 하겠다’는 소리가 나오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고 보니 너무 해달라 해달라 해달라 요구 일변도여서, 사원들에게 그런 것을 적어 내게 한 필자에게 신경질을 냈던 것이다.
회사에 대한 사원들의 희망사항을 전혀 물어보지 않는 것이 대한민국 CEO의 거의 전부다. 경영대학원의 CEO 과정이나 최고경영자 모임에서 ‘사원들의 희망사항을 정확히 알아주는 CEO가 되라’는 강의를 하면 많은 CEO들이 ‘그거야 뭐 물어보나 마나 아니냐?’는 반응이다.
그러나 사원들의 희망은 오로지 달라 달라 달라 뿐이라고 지레짐작하고 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하고, 희망사항을 들어주는 것 하고는 전혀 다르다.
앞의 M사장도 말은 그렇게 하고 신경질을 부렸지만, 사원들의 요구사항 몇 가지를 들어줬다. 예를 들면 점심 시간에 방송되는 사장이나 회사 간부의 설교조 강의 대신 음악을 듣고 싶다는 희망은 즉석에서 해결했다.

월급보다는 비전을 달라

왜 사원의 희망사항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가? 이기적인 요구사항 밖에 없는 것을 알면서도 그래야 하는가? 주로 적극적이고 자기 주관이 강한 CEO들이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91%의 직장인이, 자기가 받는 연봉에 불만이 있다고 대놓고 불평을 해서 신문과 방송이 보도할 정도이다. 그리고 직장인 10명중 8명이 ‘현 직장 불만족’이라는 기치를 내걸었다.
인터넷 상의 모 취업 사이트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기업 형태에 따라서는 중소기업이 82.4%로 불만족도가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 벤처기업 78.0%, 공공기관 72.4%, 금융권 64.8%, 대기업 63.0% 순으로 나타났으며 외국계기업이 55.6%로 불만족도가 가장 낮았다. 직종별로는 생산·기술직에 종사하는 직장인들의 회사에 대한 불만족도가 83.0%로 가장 높았으며 정보통신직(78.3%), 사무·관리·회계직(77.7%) 등이 뒤를 이었다.
물론 직장인은 누구나 불만이 있다. 불만의 가장 큰 원인은 회사의 불투명한 비전. 자기 회사가 비전이 없다고 믿을 때 직장을 떠나는 것은 결단에 속하지도 않는다. 월급 적게 주는 회사보다는 비전 없는 회사가 더 불만이라는 사실에 CEO들은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들의 가슴에 불만 타오르면

사원의 희망사항 리스트를 만들어 보라. 사원이 좋아할 만한 것 30개를 뽑아서 리스트로 만들어 보라는 얘기다. M사장에게도 바로 그 리스트를 만들어 보라고 한 것인데, 제안 설명 없이 무작정 ‘뭘 요구하는지 적어보지 그래!’하고 밀고 나갔으니 그런 반응이 나올 수밖에.
사원들이 좋아할 만한 사항의 리스트를 만드는 데 있어서도 CEO의 이러한 태도 자체가 큰 불만을 유도한다는 것을 M사장은 언제쯤 알게 될까?
사원들이 신나고 재미 있어 하는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 가능하면 매일 매일을 잔치집에서 일하는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 수는 없을까? 축제 분위기 같은 회사, 월드컵 2002 같은 회사. 그런 회사라면 안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사원들에게 어떻게 하면 회사를 재미 있고 신나는 일터로 만들 수 있을지를 솔직히 말하라고 요구하라. 강압적인 태도가 아니라 우리회사를 대한민국 제일가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전제하에 적어내라고 하면 훨씬 좋은 의견이 많이 나올 것이다.
회사를 탱탱하고 활기차게 이끌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래야 사원들이 창의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일하게 된다. 열기가 뜨겁게 느껴지는 회사를 만드는 방법은 사원들 가슴에 불을 붙이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CEO는 할 일 다 한 셈이다. 회사는 이미 좋아지고 있을테니까.
commukim@dreamwiz.com
코리아 드림미디어 대표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