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좋을 때면 야외나 외곽을 선택해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이다. 시내 탐험도 좋지만 근거리에 있는 소읍 여행을 해보는 것은 참으로 해봄직한 일이다. 몬세라는 바르셀로나에 오는 일반 여행객들은 으레 들르는 코스중 한군데다. 그만큼 유명하다는 뜻이고 볼거리가 많은 곳이라 할 수 있다.

글, 사진:이신화(DSRL 메고 떠나는 최고의 여행지의 저자, www.sinhwada.com)

몬세라는 바르셀로나에서 50km 정도 떨어져 있다. 에스파냐 역에서 까딸루냐 공영철도인 FGC를 타면 되는데, 따로 승차권을 구입해야 한다. 대부분 역마다 안내원들이 나와 있어서 친절하게 표를 끊어주기도 한다. 가장 좋은 패키지는 왕복 교통편과 두개의 푸니쿨라 탈 카드는 기본으로 끊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 외 몬세라 박물관이나 식사까지 포함된 TotMontserrat가 있는데, 사람이 많을 때는 식당이 매우 붐비므로 꼭 구입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몬세라 가는 방법도 두 가지가 있다. 매시 35분경에 출발하는 공영철도를 이용하는데 목적지를 Monistrol를 두거나 아니면 한정거장 전인 Montserrat-Aeri역에서 내리면 된다. 한정거장 전에 내리면 케이블카를 이용하고 다음 정거장에서는 초록색 등산열차를 타는 것이다.
열차는 지하철과 별다르지 않아서 역마다 선다. 다소 지루함이 느껴질 무렵 독특한 바위가 차창밖으로 펼쳐지기 시작한다. 산정위로 기암이 펼쳐지고 그 발아래로 길게 강줄기가 이어진다. 안내원이 끊어준 표는 한정거장 앞인 Montserrat-Aeri역이었다. 자그마한 간이역. 산정을 향해 올라가는 케이블카 주변으로 펼쳐지는 기암이 보기만 해도 멋지다. 마치 중국의 태산을 방불케 한다고나 할까?
깍아지른 듯한 기암속으로 올라가던 케이블카는 성지에 멈춘다. 몬세라는 이민족의 침략을 막고 자신들의 신앙을 지키려는 까딸루냐 이들의 역사가 살아 있는 곳. 수도자, 즉 고행의 길은 동서양을 막론하는 것 같다. 몬세라라는 뜻은 "톱으로 자른 산", 혹은 ‘나뉘어진 산’이라는 뜻이란다. 몬세라산(1,229m)은 아주 옛날에는 이곳이 바닷속이었는데 지각변동으로 지금과 같은 기암이 모습을 드러낸 곳이란다. 평지에 몇 개의 건물이 들어서있고 사방팔방 기암이 에둘러 싸여 있는 모습은 누가 봐도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휴게소 건물을 지나 가파른 계단을 우선 오른다. 대성당(Basilica)이다. 이 성당과 수도원은 15-16세기에 걸쳐 지어졌으며 르네상스 양식이 가미된 고딕양식 건물이다. 19세기초에 전쟁으로 부분적으로 파괴되었다가 다시 복원되었다. 사람들이 열지어 서 있는 성당으로 들어선다. 미사를 청하는 사람들 이외에도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은 성모상을 향해 가는 사람들이다. 이 성모상은 까딸루냐 사람들이 자신들을 지켜주는 성모로 굳게 믿고 있는 신앙의 상징처. 이 성모상을 지키기 위해 이 험준한 산꼭대기에 수도원을 지은 것이란다. 성지를 나와 산정을 향해 올라가는 푸니쿨라를 탄다. 푸니쿨라는 성지를 중심으로 위(Sant Joan), 아래(Santa Cova)로 나뉘어져 있다.
볼품없는 건물 앞에 내리면 몇 갈래로 길이 나뉘어져 있는데 가장 짧은 거리는 ‘산 후안’ 성당쪽이다. 희뿌연 안개가 시야를 가리는 점이 아쉽지만 전망은 눈 어디를 두더라도 시원하다. 20여분 걸었을까. 산정에 자그마한 수도원 건물이 나온다. 그 역사는 제대로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고행의 길이라는 것은 누군가 말해주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일이다. 다시 내려와 원점에서 ‘산 제르시니’ 쪽으로 향한다. 60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 산허리로 난 평평한 산길에 드러나는 산세가 멋지다. 엇비슷한 풍경이 발아래로 펼쳐지고, 멋진 기암은 금방이라도 닫을 듯 가깝다. 참으로 아름다운 산행지다.
다시 내려와 산 아래의 Santa Cova로 가는 푸니쿨라에 오른다. 이곳은 산정보다 더 아기자기하고 눈요기거리가 있다. 일명 십자가의 길(Via Crucis)인데 산책로 곳곳에 여러 가지 조형물이 들어서있다. 모두 의미가 담겨 있을 터. 그곳에서 중년 프랑스 여성과 길을 같이 걷게 된다. 너무 아름답다는 것에 서로 동조하면서 서투른 영어로 이야기를 나눠보지만 서로 한마디로 말투가 익숙치 않다. 그래도 낯선 누군가와 함께 길을 걷고 몸짓으로나마 이야기를 할 수 있음이 행복하다. 그녀는 완벽한 패키지 표를 구입해왔고 먼저 내려갔다. 그리고 성모상을 가야 한다는 말에, 그녀는 어쩌면 막차를 놓칠지 모르니 유념해두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짧은 만남을 하고 줄서지 않고 성모상을 보고 다시 푸니쿨라를 탄다. 시간은 이렇게 많은 것을 잊게 하는 것 같다. 이 순간 프랑스 스페인 선생은 무엇을 하는지 몹시 궁금해진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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