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63주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60주년을 맞아 각종 자료들이 발표되고 있다. 가난을 숙명처럼 여기던 나라가 세계 13위권의 국내총생산(GDP)과 무역대국으로 부상했다는 자랑스러운 통계가 주류를 이룬다.
중소기업정책과 관련된 분석자료도 나왔다. 중소기업의 경제발전에 대한 기여도는 역대 정권 가운데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1998~2002년) 때가 가장 빛났고, 박정희 대통령의 제3공화국(1963~1971년) 때가 가장 나빴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1963년부터 2006년까지 우리나라 광공업의 사업체수·고용·생산액·부가가치 등을 토대로 역대 정부별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성장기여율을 계산하고, 중소기업육성시책을 비교·분석해 본 결과이다. 매우 흥미로운 분석이다. 중소기업시책의 평가 작업은 앞으로도 여러가지 관점에서 다각도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국민의 정부가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까닭은 벤처기업의 육성정책에 힘입은바 크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IMF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일부 대기업집단의 대형 도산과 구조조정, 대대적인 해외진출이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80년대 중반의 과격한 노사분규 때문에 시설자동화와 해외투자가 급격히 늘어나 대기업에서 일하던 근로자수가 꾸준히 줄어들더니, 외환위기를 전후해 그 절정을 이룬 것이다. 결국 대기업의 해외탈출 등이 중소기업의 위상을 상대적으로 높인 셈이 돼 씁쓰레한 생각도 든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쪽에서는 고용인원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 거의 없고, 신규인력의 상당수는 싫든 좋든 중소기업이 떠맡을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현재 대기업은 신규채용 10% 추가 증원 등의 채용확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은 8·15 특사를 통해 대기업집단의 총수들에게 획기적인 국내투자를 권장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올 상반기 중에 국내의 총 투자액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0.5% 밖에 늘어나지 않았고, 해외 직접투자는 43%나 늘어났다고 한다. 8월 18일 발표된 한국은행의 자료다. 큰 기업들이 해외투자에는 열심이지만, 국내투자는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지극히 꺼리고 있다는 얘기다.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들이 야단법석을 떨지만, 실적은 부진하다. 이에 비해 국내기업의 해외투자는 권장을 안해도 건수와 금액이 모두 늘어나고 있어 좋은 대조를 이룬다.

투자유치도 중요하지만, 우리기업이 떠나는 것을 막는 것도 다급하지 않을까. 물론 해외진출에는 시장확대나 원자재의 안정적 확보 등 글로벌시대에 불가피한 사유도 많다. 그러나 빈번한 노사분규나 인건비의 급속한 상승, 땅값의 앙등, 각종 규제와 고율의 세금 때문에 부득이 고국을 등지는 기업이 얼마나 되는지 그 실태부터 철저히 파악해야 할 것이다.
해외투자의 지속적인 증대는 국민경제에 있어서 중소기업의 비중을 상대적으로 높일 것이 분명하다. 특히 일자리창출 면에서는 대기업의 역할이 매우 제한적일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주역을 누가 맡을 것인가. 기업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성장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들을 꾸준히 발굴해서 적극적으로 키우는 수 밖에 없다. 물론 대기업들의 국내투자를 더욱 늘리게 하고, 외국인 투자를 계속 유치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일반적으로 생계형기업이나 영세기업은 추가 고용흡수력이 매우 약하다. 우리나라는 중간규모 기업의 수와 비중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특히 낮다. 따라서 상당한 수준의 고용성장을 창출할 수 있는 10~100인 미만의 중간규모 기업의 육성에 각별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는 한국자본주의의 안정기반을 다지는 길이기도 하다.
또한 창업활성화와 창업성공률 제고를 위한 기반구축에 힘을 쏟아서 지속성장을 유도해야 한다. 결국 끈질기게 생명력을 갖고 존립하는 중소기업이 활기차게 뻗어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소기업정책의 요체이다. 이명박 정부가 중소기업으로부터 참으로 사랑 받는 정부가 돼야, 기업도 살고 나라도 살 수 있다.

최 용 호
경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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