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60년 넘어 100년 기업으로”
최근 정부가 중소기업 가업승계에 대한 세혜택을 대폭 늘리는 내용을 포함한 세재개편안을 발표하는 등 중소기업 가업승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중소기업뉴스는 중소기업중앙회 가업승계지원센터와 함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대를 이어 기업을 경영하며 산업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중소기업을 격주로 소개한다.
편집자주

경기도 성남에 있는 광성고무롤(주)는 1948년 서울 동대문구에서 창업주 김용주(87) 회장을 포함해 직원 7명으로 시작한 국내 최초 고무롤 제조 회사다.
흔히 일본식의 잘못된 발음인 ‘로라’로 알려져 있는 롤은 제지, 제철, 플라스틱 등 주요 생산 현장과 신문사, 인쇄회사의 공정에서 빠져서는 안 될 필수 제품. 광성고무롤은 국내 고무롤 제조 회사 중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대한민국 최초로 등사롤을 만든 장본인이 바로 창업주 김용주 회장이다. 그 당시만 해도 등사롤은 물론이고 공장에 필요한 각종 롤은 전량 일본에서 수입해 왔던 것이 현실이었다.

국내 최초·최대 고무롤 제조사

우연한 기회에 일본에 다녀갔다 등사롤 기술을 배워 온 김 회장은 사촌형과 함께 본격적으로 등사롤을 제조하기에 나섰고 1950년 6.25 사변을 계기로 대구 및 전국 각지를 옮겨 다니며 등사롤을 제조하다 종전과 동시에 마포에 제대로 된 공장 건립하기에 이른다.
동대문이 작은 창고였다면 마포 공장은 1652.9m²(500평) 규모로 공장다운 공장이라 할 수 있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근근이 회사를 꾸려 나가는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전쟁 직후라 국가 전체가 재건에 힘을 쓰고 있기는 했지만 건설에 집중된 것이 많았죠.”
창업주 김용주 회장의 둘째 아들인 김유중 사장은 광성고무롤의 60년을 견인한 역사적 사건의 숨은 주인공은 ‘조폐공사’와의 인연이라고 말한다.
“조폐공사에서 전쟁 이후 많은 돈을 찍어야 하는 상황인데 기계를 두루 갖춘 일본에 맡기자니 비용이 많이 들고, 국내 기술을 가진 업체 쪽으로 눈을 돌리다 광성특별고무공업사를 알게 된 거죠.”
이때부터 광성특별고무공업사는 비약의 발전을 시작했다.
많은 양의 돈을 찍어내기에는 너무 작았던 공장의 증축을 위해 조폐공사측은 대지 무상제공은 물론이고 무이자 대출도 지원했다. 이러한 호재를 발판으로 포항종합제철, 신강제지, 현대, 한보 등에 고무롤을 납품하면서 명실공히 국내 최대 규모의 고무롤 제조 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밑바닥부터 착실히 경영 수업

현재 광성고무롤(주)을 이끌고 있는 김유중 사장은 80년대말 입사해 밑바닥부터 경영수업을 밟아오다 큰 형의 뒤를 이어 사장에 취임했다.
“아버님과 오래 동안 근무했던 임직원들이 사주 아들이라는 미명 하에 젊은 나이에 사장을 한다는 것을 못마땅해 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버님에 이어 회사를 경영하던 형님은 고무롤 수입과 무역업 쪽으로 방향을 돌리게 됐죠.”
결국 김용주 회장의 둘째 아들인 김 사장은 10살 터울인 그의 큰 형에 이어 가업을 이어 받은 것. 김 사장이 대표로 취임을 했을 때는 이미 회사 내 갈등요소가 어느 정도 정리된 상황이었다. 김 사장은 스스로를 억세게 운 좋았다고 표현했다.
김 사장은 대표이사 취임 전 회사에 입사해 회사제품에 대한 학습과 이해를 위해 연구소 근무를 먼저 시작했고 뒤 이어 영업, 총무를 회사 업무 전반을 거쳤다.
김 사장은 “밑바닥부터 직원들과 호흡을 하다 보니 직원들도 마음의 벽을 허물고 직원 대 직원으로 대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하지만 부작용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여전히 불만을 가진 일부 상당수 직원들이 퇴사해 동일업종의 ‘고무롤’ 회사를 창업했던 것. 현재 국내 유수의 고무롤 업체 10곳 중 5개가 광성 출신이다.
“그래도 창업 때부터 지금까지 몸담고 계신분도 여럿이고 20년 이상 장기근속 하시며 광성의 역사를 함께 쓰고 계시는 분들도 많죠.”
김 사장은 광성의 60년은 자신이 만든 것이 아니라 창업주인 김용주 회장과 반세기를 함께한 직원들이라며 그 공을 돌렸다. 현재 아들이 없는 김 사장은 지금의 기업을 온전히 가꿔 형님의 아들인 조카에게 승계할 예정이다.

어려움 극복 국내산업기반 지켜
“고무롤은 인쇄분야 뿐만 아니라 조선, 철강, 첨단IT산업 등에서도 필수적인 핵심 분야입니다. 처음 기업을 시작한 회장님의 신념을 100년 기업으로 이어가고 싶습니다.”
김유중 사장<사진>은 “우리나라 모든 공장에서 기계가 돌아가는 한 롤은 항상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국내에서 산업기반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롤을 많이 사용했던 섬유회사들이 인력난을 이유로 중국으로 진출, 국내 고무롤 수요가 현저히 줄고 있다.
선진국 어디를 가도 고무롤 산업은 수입 또는 해외업체에 의존하는 산업이 아니라는 김사장은 특히 고무롤 산업은 제품을 납품하고 나서도 계속적인 유지와 보수가 필요하기 때문에 국내 생산기반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 사장은 “IT산업 쪽이나 LCD, PDP분야에서는 정밀함을 원하는데 아직 롤이 그 수준에 못 따라가고 있다”며 “수명과 정밀도를 지속적으로 높여나가 게 바로 제품의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광성고무롤은 이달중으로 성남 공장을 정리하고 충북 제2공장으로 모든 살림을 이전할 계획이다. 사업장 이전과 함께 창립 60주년을 맞아 회사명도 ‘광성고무롤’에서 ‘광성텍’으로 변경을 앞두고 있다.
김 사장은 “사원들로부터 공모를 해 새로운 사명을 정했다”면서 “광성텍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새로운 60년을 이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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