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베이징 올림픽이 끝을 냈다. 한번쯤은 가보고 싶어가는 그곳의 열정이 이번 올림픽 이후로 더 관심을 갖게 한다. 필자는 언제가 모 TV프로그램을 보다가 북경 요리를 시식하는 코너를 보게 되었다. 소위 말하는 ‘베이징 덕’이라고 알려진 요리를 앞에 두고, 문제를 풀고 있었다. 서태후가 특히 좋아했으며 제대로 된 맛을 내지 못하면 요리사는 사형을 당하기까지 했다고 했는데, 그 맛의 관건인 장작불의 재료는 무엇인가라는 것이 문제였다. 정답은 ‘대추나무’. 북경오리요리는 북경에서만 맛볼 수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북경 특유의 사육방법으로 오리를 기르기 때문에 그 어느 곳에서는 제대로 된 맛을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흔히 우리나라 유명 중식요리집에서 파는 ‘베이징 덕’에서 제 맛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필자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한 여름철, 산동반도 제남에서 비행기를 타고 북경으로 찾아들었다. 제남 공항에서 8시 비행기에 올라 북경공항에 도착한 것은 한시간 남짓. 잠시 눈붙이면 오는 거리다. 푸석한 빵에 치즈 한 조각 들어간 햄버거가 전부인 비행기의 조식을 먹고 북경 시내 왕부정 거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점심시간을 앞두고 있었다. 북경에서는 세가지 요리가 기억난다.
첫 번째 방문한 곳은 왕의 친척들이 모여 살았던 거리가 왕부정(왕푸징)거리다. 물 맛이 좋은 우물이 있었다는 표시로 왕부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것이다. 서울로 말하자면 명동이나 동대문 주변정도라고나 할까. 저녁에는 도로변으로 길게 야시장이 형성되는 것도 진풍경이다. 수없이 많은 종류의 음식을 진열해 놓은 포장마차를 찾는 내외국인들. 때로는 고약한 냄새가 진동하기도 하고 먹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르는 뱀, 개구리, 소힘줄, 전갈튀김, 열대과일, 메뚜기, 지네, 메추리, 누에 등의 재료도 진열돼 있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찾는지, 판매원들은 제법 한국말을 잘한다.
어쨌든 왕부정 거리를 찾은 것은 북경오리를 맛보기 위함이었는데, 택시 운전사는 골목에 있는 이름도 알 수 없는 식당(65222170)에 차를 세워주었지만 그 집은 영업 개장전. 그래서 결국 구부리(枸不理)포자라는 집에 들렀는데, 오랜 역사가 있는지 연혁이 적혀 있다. 이 집이 원조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미 만들어진 음식들이 진열된 곳에서 원하는 것을 고르면 된다. 식당 한켠에서는 만두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는데, 바로 이 집의 특미는 만두였던 것이다. 몇가지 음식을 시켰는데, 특별하다기보다는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스넥점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 왕부정 만두는 제법 유명한 곳이어서 한국에도 그와 똑같은 이름으로 만두를 파는 곳이 있다는 것이다. 원래 구부리 만두는 청나라때부터 유명했던 것으로 서태후가 몹시 즐겼다 한다. 딱히 특별나다는 생각은 없다.
그리고 이화원과 자금성을 둘러보고 오전에 먹지 못한 북경오리집을 찾기로 했는데, 택시는 엉뚱한 곳에 내려주고 말았다. 왕부정 거리는 분명히 맞는데, 분명히 이 근처인 것 같은데, 가이드는 입이 없는지, 아니면 말을 못하는지, 약도가 그려진 명함을 주고도 위치를 못 찾고 헤매고 있다. 도대체 말을 할 수 있음에도 그 주변을 뱅글뱅글 돌면서 길을 못찾는지는 지금도 의문이다. 결국 또 택시를 잡아 탈 수밖에 없다. 겨우 택시를 세 번이나 갈아타고서야 전취덕(63018833-1536)이라는 곳을 찾게 되었다. 의외로 전취덕이라는 간판이 붙은 곳이 많으므로 잘 찾아다니길 바란다.
건물 규모가 매우 컸고 관광차가 즐비해서 내심 내키지 않은 상황인데, 더 이상 헤메고 다닐 상황도 아니다. 번호표를 받아야 했고, 시끄러움에 귀가 터져 버릴 것 같은 곳에서 근 20분을 기다렸다가 겨우 자리를 얻어냈다. 요리사가 오리를 구워 직접 자리에 와서 썰어 주었는데, 양파와 두반장 소스가 나오고 그 외는 전부 따로 시켜야 된다. 늘 많은 음식을 시켜 놓고 남기는 탓에 소량의 음식을 시켰는데, 오리구이는 맛이 좋아 반마리를 더 추가하기로 한다. 청도 맥주 가격도 이곳에서는 꽤 비쌌다. 어쨌든 이 집은 워낙 유명한 집인가 보다. 규모는 물론이고 벽면에 주은래, 김정일 등 유명한 사람들의 사인과 사진이 줄줄이 이어진다.
중국에서도 “북경오리구이”는 역사는 깊다고 한다. 이 요리는 명조 때부터 만들어져 현재까지 전해왔으며 중국내에서 유명할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소개되었고 외국인들은 중국제일의 요리라고 말한다. 어찌됐든 제대로 된 북경오리집을 찾아간 것만으로도 다행스럽지 않은가. 지금 생각해봐도 전취덕의 베이징 덕은 제대로 된 맛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발품을 팔더라도, 행여 패키지 여행을 떠나더라도 우겨서라도 이 집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또 한군데는 만리장성을 갔다가 오면서 들른 춘원반점(60761573)이라는 곳이다. 이 집은 만리장성을 가기 위해 탔던 운전자가 안내한 음식점이다. 만리장성에서 제법 떨어져 있고, 지금 일부러 찾아가려면 가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음식점에서 멀지 않은 곳에 황비의 무덤들이 이어진 ‘명 13릉’이라는 관광지가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된다.
이 식당은 한적한 시골구석에 외따로 떨어져 있었고, 상차림은 외국인에게 바가지를 씌운 인상을 저버릴 수 없다. 300위엔짜리 음식 상차림은 딱 네가지 뿐이었다. 오골계와 자연산 버섯이 들어간 닭탕 한그릇(한 마리는 분명 아닌 것 같다)과 미나리 무침, 탄 냄새 나는 마파두부요리 한접시, 그리고 양고기 구이가 전부다.
대부분 중식당은 그 정도 가격이면 푸짐하게 나올 것이 확실한데, 지나치게 요리수가 적다. 운전사는 요리재료를 수작업 통해서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었다. 닭도 기르고, 양도 사육해서 직접 하는 곳이며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다. 대신 음식은 모두 맛이 좋았다. 음식중에서 양고기 구이는 정말로 맛이 좋기는 했다. 가격 조율만 잘한다면 중국인들이 가장 맛있게 생각한다는 양고기를 제대로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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