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위층 소득 최하위층 8.8배
네덜란드의 경제학자 펜(J. Pen)이 쓴 ‘소득 분배’라는 책을 보면 현실의 소득 불평등 상태를 잘 말해 주는 아주 재미있는 내용이 있다.
펜은 가상의 가장행렬을 연출한다. 그 행렬에는 소득을 가진 모든 사람이 출연한다. 흥미로운 것은 출연하는 사람들의 키가 각자의 소득에 비례한다는 점이다. 소득이 많은 사람은 키다리로, 평균 소득을 가진 사람은 평균 신장(170㎝)으로, 소득이 적은 사람은 난쟁이로 출연한다.
이 가장행렬은 영국에서 1시간 동안 벌어진다. 영국의 모든 인구 모델들이 1시간 동안에 모두 출연해야 하므로 이 가장행렬은 빠르게 진행된다.
가장행렬에 처음 등장하는 사람들은 머리를 땅 속에 파묻고 거꾸로 나타난다. 거꾸로 서있다는 것은 키가 마이너스(즉, 소득이 마이너스)라는 뜻이다.
행렬이 시작된 후 30분이 지나도록 계속 난쟁이들만 등장한다. 그래서 펜은 이를‘난쟁이의 행렬’이 라고 불렀다. 이것은 한 사회 내에 소득이 적은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는 것, 다시 말해 소득분배가 불평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행렬이 시작된 후 48분이 지났을 때에야 비로소 평균 신장(170㎝)의 사람들이 등장한 다. 이것은 사회의 대다수가 평균 소득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후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키가 급속히 커진다. 마지막 몇십 초를 남겨 놓고는 수십 m의 초거인들이 등장한다. 주로 유명한 대기업의 중역들이고, 약간은 왕족이다. 마지막 몇 초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키가 너무 커서 얼굴이 구름에 가려져 있으며, 마일(1마일=1,600m) 단위로 키를 재야한다. 대부분 거대한 유산을 물려받은 사람들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가장행렬을 펼쳐 본다면 어떤 모습일까? 우리도 영국과 마찬가지로 ‘난쟁이 행렬’일까? 아니면 평균 신장의 사람들이 많을까?
2006년 통계를 보면 소득이 최상위인 10%계층(제10분위)은 소득이 최하위인 10%계층(제1분위)보다 8.8배나 많이 벌고 있고, 제9분위는 제1분위보다 5.6배나 많이 벌고 있다. 키로 말한다면, 제10분위사람들의 키는 제1분위 사람들보다 8.8배나 크며, 제9분위 사람들은 제1분위 사람들보다 5.6배나 큰 셈이다.
세계은행은 제1∼4분위의 40%계층을 저소득층, 제9∼10분위의 20%계층을 고소득층, 제5∼8분위의 40%계층을 중소득층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저소득층의 소득점유율이 고소득층의 소득점유율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계산해서 한 사회의 불평등 정도를 재는 지표로 사용하는데, 이를 10분위 분배율이라고 한다.
10분위 분배율은 저소득층이 차지하는 점유율을 분자로 하기 때문에, 저소득층의 소득이 클수록 값이 커진다. 따라서 이 값이 클수록 소득 분배가 보다 평등하다고 할 수 있다. 보통 0.45 이상이면 고균등 분배, 0.35 미만이면 불균등 분배, 그 사이는 저균등 분배라고 한다.
아래 그림에서 2006년 현재 우리나라는 10분위 분배율이 0.52이므로, 고균등 분배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저소득층의 소득점유율을 나타내는 10분위 분배율이 1993년 0.53, 1996년 0.56에서 2006년에는 0.52로 오히려 낮아졌다.
저소득층의 소득이 증가하도록 정부에서도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지만, 우리 모두 경제생활에서 이들을 먼저 배려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자료 제공 : 통계청 ‘통계 속의 재미있는 세상 이야기’(개정증보판)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