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을 돌며 무병장수를 비는 ‘모양성제’
우리 앞에 가을이 열렸다. 산하를 수놓은 가을빛은 시나브로 그 고운 색감을 더해가고 있다. 이 쾌청한 가을날, 답성놀이(모양성제)가 펼쳐지는 고창으로 가보자.
모양성제(www.gochang.go.kr/festival)는 10월 3일부터 7일까지 고창읍성과 읍내 일원에서 열린다. 성을 돌며 무병장수를 비는 보기 드문 축제로, 지역민들의 화합과 협동정신을 일깨우게 된다. 사단법인 고창모양성보존회 주최로 열리는 이번 축제는 ‘고창읍성, 그 가치의 재발견!'을 주제로 방문객들이 보고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답성놀이 상설 운영'이란 주테마에 맞춰 조선시대 병영문화 재연, 무과제와 문과제 재연 같은 18종의 프로그램이 신설됐다. 이밖에 답성놀이 전국투어단 모객운영, 성벽스파이더맨체험, 옥사체험, 군영체험, 병영3종경기체험 등 다채로운 체험형 축제도 마련된다.
고창읍성(모양성)은 고창읍의 남쪽 성주봉(해발 1백8미터)을 감싸두른 성곽이다. 이 읍성은 우리나라의 성곽 중 그 원형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축조 방식도 ‘모서리이음공법’이라 해서 겉은 돌로 쌓고 안쪽은 흙으로 쌓아올렸다. 각 성문마다 굳건한 옹성(甕城)이 딸려 있어 그 당시 이 땅을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의 마음자세를 읽을 수 있다. 고창읍성(사적 145호)은 단종 원년인 1453년 고창 고부 순천 등 19개 지역의 주민들이 외침을 막으려고 축조한 것이라 한다. 고려 말 왜구들의 잦은 침입으로 법성포 진성과 정읍의 입암산성을 잇는 방어선을 구축하고 이곳에 둘레 1,680m, 높이 4-6m에 이르는 성을 쌓아 호남평야를 지키고자 했다.
5만 여 평에 이르는 성 안에 동, 서, 북문을 두었고 옹성 3개소, 치성 6개소 등 전략적 요충시설을 두루 갖추니 성으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성 안에 동헌, 객사 등 22동의 관아건물 등이 있었으나 전화로 대부분의 건물이 소실돼 옛 모습을 찾기 어렵다. 1976년부터 하나 둘 복원돼 현재 당시 건물 가운데 동헌, 객사, 풍화루, 공북루, 진서루, 등양루, 성황사, 관청, 작청, 내아, 향청, 서청, 장청, 옥 등이 복원됐다.
이곳에선 해마다 답성놀이가 펼쳐진다. 고창을 대표하는 관광상품이 된 답성놀이는 성벽 위로 난 1.7km의 길을 부녀자들이 머리에 손바닥만한 돌을 이고 도는데 한 바퀴를 돌면 다리의 병이 낫고, 두 바퀴를 돌면 무병장수하고, 세 바퀴를 돌면 극락왕생한다는 믿음이 전해 내려온다. 성 밟기는 저승문이 열리는 윤달이 좋고 특히 3월 윤달의 초 엿세와 열 엿세, 스물 엿세 날의 답성을 최고로 쳤다.
축제문의:고창군청 문화관광과 063)560-2235

■ 주변의 볼거리
고창읍성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고인돌 공원이 조성돼 있다. 거석문화의 대표적인 유적이자 수 천 년 전의 공동묘지다. 400개가 넘는 고인돌은 고창을 세계 속의 도시로 각인시켰다. 우리나라 곳곳에 흩어져 있는 고인돌은 모두 1,120기에 달한다.
특히 고창 지방에는 모두 2,000여 기의 고인돌이 분포돼 있어 세계적으로도 고인돌이 가장 많이 밀집된 곳으로 꼽힌다. 선조들의 삶을 담고 있는 이른바 ‘돌무덤’은 시공을 뛰어넘는 영원성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수 천 년 풍상을 고스란히 견뎌낸 그 균형의 미학은 놀라움을 넘어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10월이면 선운산은 단풍으로 뒤덮인다. 바람에 우수수 흩날리는 낙엽과 붉은 단풍 숲은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선운산은 도솔산이라 불리기도 한다. 도솔이란 불가의 도솔천에서 비롯된 것으로 미륵보살이 머문다는 뜻이다.
선운(禪雲)이란 이름도 고찰 선운사에서 따온 것이다. 한때는 절에 딸린 암자가 89개에 이르고 수도터로 쓰이는 석굴이 24개나 있었던 대가람이었으나 정유재란 때 모두 불타버리는 비운을 겪어야 했다. 이런 곡절에도 불구하고 수행자들이 계속 찾아들어 선풍을 크게 떨칠 수 있었다.
선운사를 둘러보고 선운산으로 가다보면 진흥왕이 왕위를 버리고 수도했다는 진흥굴이 나타난다. 산 중턱에 우뚝 선 바위는 봉두암(투구봉), 그 너머로 사자암이 굽어보고 있다. 다시 발길을 재촉하면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암자(도솔암)가 들어서 있고, 그 아래 40여 미터의 암벽에는 마애불상이 그려져 있다. 그 모습이 퍽이나 자애롭다. 마애불을 뒤로 하고 다시 산길을 탄다. 용문굴을 지나 능선을 타고 조금 더 가자 선운산의 하이라이트인 낙조대가 반긴다. 낙조대에서 정상까지는 20여 분 더 가야 간다.
선운산에서 나와 해안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심원면 하전리 갯벌마을(서전마을)이 나온다. 해양수산부가 아름다운 어촌 100개소로 선정할 만큼 경치가 빼어나다. 물이 빠지면 1,200ha의 갯벌이 펼쳐진다. 하전 갯벌마을에는 230여 가구 600여 주민이 살고 있는데, 그네들은 드넓은 갯벌에서 연간 4,000여t의 바지락을 거둔다. 수확량이 전국에서 가장 많다.
특히 심원면 어촌계에서 운영하는 갯벌체험장은 아이들의 자연학습장으로 더없이 좋다. 갯벌 체험 문의: 063-563-0117. 주변에 미당 시문학관(부안군 선운리)과 서정주 생가 등이 있어 연계해 둘러보면 좋다. 미당이 나고 자란 고향 마을 폐교 터에 건립된 미당 시문학관에는 미당의 시들과 그의 유품, 생전의 모습 등이 전시돼 있다. 여행은 석정온천(063-564-4441)에서 마무리하면 좋을 듯. 흔치 않은 게르마늄온천이다.
고창읍에서 서쪽으로 36km 떨어져 있는 구시포해수욕장(전북 고창군 상하면 자룡리). 외지인들에게 별로 알려지지 않아 호젓하기 이를 데 없다. 마치 개펄처럼 검붉은 모래는 자동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하고 고와서 아이들이 뛰어 놀기 딱 좋다. 물이 밀려 내려간 모래밭은 마치 사막 같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