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으로부터 불어온 금융시장의 어두운 바람이 우리나라의 금융시장을 세차게 흔들고 있다. 미국 금융시장에서 대형투자은행들의 잇단 부실소식에 의해 미국금융가를 비롯한 주요 국제금융시장에 자금경색이 심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각국의 대형금융기관들은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쟁을 치르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 자금시장의 경색으로 국내 금융기관들도 유동성을 적시에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리고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금을 유출함과 동시에 국내 금융기관들과 기업들이 외화의 확보를 위해 외화를 시장에 공급하지 않음에 따라 달러화의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투자기관 유동성확보 전쟁에 중소기업 피해

이로 인해 우리 중소기업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첫째, 자금시장의 경색에 따른 피해는 투자를 위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많은 투자계획들이 중도에 무산되고 있다. 게다가 운영자금을 적시에 공급받지 못하여 도산까지 이르는 기업들도 나타날 것이다.
둘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의 강세는 원자재가격 상승을 유발해 중소기업들이 경영의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달러화의 강세가 수출기업들에게는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환헤지라는 명목으로 거래은행이 권유한 일종의 환통화 옵션인 KIKO(Knock In Konok Out)라는 상품에 가입하게 됐는데, 이로 인해 기업들은 회사의 존폐를 위협받을 정도로 손실을 입고 말았다. 올해 초에도 환율이 상승해 기업들이 큰 피해를 입었는데,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가 그 피해를 더욱 확대시켰다.
현재 피해기업과 은행은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여기에서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필자는 상품의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거래은행의 말만 믿고 키코에 가입한 중소기업들의 무지함을 나무라고 싶다.
그러나 더 무책임한 것은 거래은행이다. 은행은 금융전문가들의 집단이다. 키코는 누가 보아도 환헤지 상품이 아니라 환투기 상품이다. 키코가 말 그대로 환헤지 상품이었다면 이런 피해사례는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 헤지를 했는데 환율이 상승했다고 손해를 볼 수 있는가.

KIKO, 명백한 환투기 상품

키코와 같은 파생상품의 거래는 한쪽이 이익을 보면 다른 한쪽이 반드시 그 만큼 손해를 보게 돼 있다. 둘이서 ‘맞 고스톱’을 치는 경우로 보면 정확히 이해될 것이다. 즉 한사람이 따면 다른 사람은 반드시 그만큼 잃게 돼 있다. 이러한 거래에 국내은행들이 외국의 대형투자은행들을 상대로 국내의 중소기업들을 연결시킨 것이다. 그리고 가운데서 수수료의 수익을 챙긴 것이다. 고객에게 환율변동의 위험에 대비한 컨설팅을 해주지는 못할망정 최고의 도박꾼이라 할 수 있는 외국의 대형투자은행들을 상대로 거래 중소기업들에게 ‘맞 고스톱’을 주선한 것이다. 심지어 직접 상품을 개발해 중소기업과 계약을 맺은 은행들도 있다. 이 얼마나 비도덕적인 행동인가.
지금 키코 관련 피해는 중소기업들이 주로 입고 있다. 그 원인은 은행들이 무지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 공세를 펼쳤기 때문이다. 은행들도 ‘급작스러운 환율상승을 예측하지 못했고 중소기업들의 환헤지를 위해 키코를 제공한 것이다’라고 변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은행들은 국제금융시장의 정황을 전혀 모르는 경우이다. 키코는 환헤지 상품이 아니라 명백히 환투기상품이다. 그리고 외국 대형투자은행들이 무작정 손해만 보겠는가. 아니라는 것은 은행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심지어 국내은행들은 고객의 외환유출입에 대한 정보조차 파악하지 않은 채 실적을 올리기 위해 이미 수출한도를 초과해 키코에 가입된 기업마저도 키코계약을 요구해 소위 ‘오버헤지’를 하게 만든 것이다. 정확히는 ‘오버헤지가’ 아니라 ‘오버투기’일 것이지만…….
여기에는 정부도 문제가 있다. 파생상품의 거래를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데, 거래의 한쪽이 비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이의 감독 및 거래위험에 대한 사전 경고가 부족한 금융감독 당국도 파생상품의 거래에 대한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남기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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