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랜만에 찾은 의성 땅이다. 그만큼 이곳은 매력적인 여행지가 없다는 것이다. 천혜적인 자연풍경을 갖고 있지 못한 곳은 아무래도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적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 비록 갖추고 있는 자원이 없다고 해도 볼거리가 없는 것 아니고, 그래서 더욱 고즈넉한 가을 여행을 즐길 수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가을 하늘이 유난히 드높다. 가을 뙤약볕이 무섭게 내리쬐는 의성 땅.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분지형지라서 여름철 덥고 겨울은 춥다는 것이다. 사람이 살기에 적당치 않은 지형. 그래서 사과 등 과일은 ‘꿀’이 생길정도로 당도가 높다는 것. 의성하면 일단 마늘이 떠오른다.
국내 유명 마늘단지중에 한군데인데, 단양, 서산에 이어 의성마늘이라는데, 생산량이 많다보니 판로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의성에서의 1박2일동안, 찾은 식당에서는 온통 마늘이야기 뿐이다. 마늘 먹인 돼지, 마늘 먹인 소, 마늘로 일관된 한정식 등등. 껍질을 기계로 깔 수 있는 곳도 이곳이기도 하다. 마늘이 얼마나 스테미너와 연관이 있는지는 집에 돌아와서 확인하면 될 일이다.
우선 여행의 시작은 의성읍내를 기점으로 시작한다. 높은 고층 빌딩은 10층 정도되는 아파트가 전부인 곳. 그래서 단층 건물이 대부분인 시골 골목길에서 눈에 띄는 것은 농약사 간판이다. 변질되지 않은 시골의 옛 모습을 보는 듯하다. 일단 금성산 고분군(경상북도기념물 128호, 금성면 산운1리) 앞에 차를 멈춘다. 이곳에도 고분군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낯설다.
이 고분군은 대리리, 탑리리, 학미리 일원에 소재하며 200여기에 이르는데 출토된 유물은 5~6세기 것으로 추정된다. 삼한 시대에 부족국가인 조문국의 도읍지라는데, 낯설기만 하다. “삼국사기”에 조문국은 삼한시대에 소국으로 성립됐으며, 신라 벌휴왕 2년(185)에 신라의 영향권으로 편입됐다는 기록이 있다는 곳. 곳곳에 고분군이 분산되어 있다고는 하나 고령 가야고분보다는 여행객의 눈요기를 채워주진 않는다.
그곳을 비껴서 제오리 공룡발자국(천연기념물 제373호, 금성면 제오리)을 지나 탑리 오층석탑(국보 77 호, 금성면 탑리)을 들러보고 이내 산운마을을 찾아나선다. 마을 입구에는 체험관을 만들어 두었다. 산운마을(山雲마을)은 의성에서 대감마을로 불리는 전통반촌으로, 영천이씨의 집성촌이다. 금성산을 뒤에, 비봉산을 옆에 두고 나지막한 구릉과 평지에 자리잡고 있다. 한적한 반촌의 야트막한 담장을 따라 마을을 둘러본다.
조선 명종 연간에 영천이씨가 처음 입향하였다고 전하며, 그 입향조는 강원도 관찰사를 지낸 학동 이광준(1531~1609)이라 한다. 이후 많은 인물들을 배출했고 문화재로는 학록정사(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242호)가 조선 영조 26년 건축됐고, 운곡당(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374호)과 점우당(제375호), 그리고 소우당(중요민속자료 제237호)등이 있다. 이를 포함한 약 40여동의 전통 고가옥이 유존하고, 금성산과 비봉산이 만나는 절경 계곡에는 의상조사가 창건한 유서 깊은 고찰 수정사가 있다.
가을인데도 날이 더워서 빨리 시원한 빙계계곡으로 옮겨가고 싶을 뿐이다. 의성 여행지중에서 가장 매력적이었던 곳이 바로 이 빙계계곡을 장식하고 있는 멋진 기암이 아니었던가. 가는 길목에 못보던 조형물, 빙계서원이 눈에 띄고 이내 빙계계곡이 모습을 드러낸다. 빙계라는 단어에서 금방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시원함’이다. 빙혈과 풍혈이 있어 삼복에 얼음이 얼고 엄동설한에 더운 김이 무럭무럭 나오는 곳이다. 이곳은 경북 8승지의 하나다. 빙계 8경이란 계곡 주변의 빙혈, 풍혈, 인암, 의각, 물레방아, 석탑, 불정, 용적 등 여덟 개의 절경을 이른다. 도로변에는 울창한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준다. 계곡에는 커다란 검은 바위가 듬성듬성 멋지게 들어 앉았다. 도로변 옆으로 이어지는 커다란 바위는 구멍을 냈다. 그 구멍속에서는 시원한 바람을 품어 내고 있다. 이곳이 바로 풍혈이다. 이런 풍혈은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빙혈이라는 석조 팻말을 따라 올라가보니 조성해 놓은 듯한 잔디밭이 나온다. 이곳이 옛 빙산사지. 바로 그곳에는 5층석탑이 있다. 신라말 건축된 것으로 보물 제 327호다. 의성땅에는 흔하게도 삼층 석탑이 흩어져 있다. 탑을 지나치니 바로 ‘빙혈’이 있다. 새로 고친 듯 대리석으로 석굴을 만들었다. 안으로 들어서니 마치 얼음창고를 들어선 듯 시원해진다. 올 여름에도 얼음이 얼었다고 한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풍혈이다. 조금만 있어도 금새 온몸이 차가워진다.
빙산사지는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단군 영정을 모신 태일전이 있던 곳이며 불정산 꼭대기의 쇠스랑 자국 모양(불정)과 개울 옆 절벽 아래의 소는 그 옛날 용과 장수가 힘겨루기 하여 생긴 흔적이라는 전설이 전해 온다.
그리고 찾은 곳은 사과밭이다. 의성은 앞서 말한대로 일교차가 큰 지역이라서 달디 단 사과를 생산해내는 곳이다. 가을이면 사방팔방 사과 천국이 된다. 이 지역의 특산물인 사과를 이용해 ‘사과와인’을 만들고 있는 곳이 의성의 ‘한국 애플리즈(054-834-7800, applewine.co.kr)’다.
하루가 흘러가고 있다. 의성의 한우촌에 자리를 잡는다. 요새 유행하는 한우촌. 고기를 사서 어느 식당에라도 가면 고기도 구어 먹을 수 있고 맛있는 찬도 차려지며 된장국에 밥도 먹을 수 있다. 고기는 마블링이 많아서 질이 좋은 편이다. 가격대비 만족스러운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곳이다. 멀지 않은 탑산온천(054-833-5001)으로 향한다. 수질이 좋은 곳을 느낄 수 있지만 시설은 예전과 별로 달라진 것은 없다. 저녁은 금봉산 자연휴양림(054-833-0123, 점곡면 사촌리)이다. 산막이 많지는 않지만 산속에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고 지은지 얼마되지 않아 시설은 괜찮은 편이다.
휴양림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찾은 곳은 인근하고 있는 사촌마을(沙村마을). 특히 사촌리의 가로숲(천연기념물 제405호)은 한번쯤 와보고 싶은 곳중 하나였다. 정작 기대했던 것보다 멋진 숲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한적한 여정을 느끼기에 좋다. 사촌마을은 고려중기 김자첨이 안동 회곡에서 1392년 이곳으로 입향 하여 중국의 사진촌을 본 따 사촌이라 하였으며 송은 김광수, 서애 유성룡, 천사 김종덕 등 많은 유현들이 이 마을에서 태어났다. 특히 서애 유성룡 선생의 이야기는 사촌 숲에 전설처럼 내려오고 있다.
마을은 그저 반가를 느낄 수 있는 시골마을이다. 만취당(경상북도 지방유형문화재 제169호)과 그 옆에는 수령이 약500년 된 의성 사촌리 향나무(경상북도 지방기념물 제107호)가 있으며, 송은 김광수(1468~1563)가 연산군 때 관직을 버리고 운둔생활을 하며 학문에 전념하기 위해 지은 영귀정(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234호)이 있다.
그리고 찾은 곳은 사과밭이다. 의성은 앞서 말한대로 일교차가 큰 지역이라서 달디 단 사과를 생산해내는 곳이다. 가을이면 사방팔방 사과 천국이 된다. 이 지역의 특산물인 사과를 이용해 ‘사과와인’을 만들고 있는 곳이 의성의 ‘한국 애플리즈(054-834-7800, applewine.co.kr)’다. 그곳의 사과농장에서 사과 한 개를 따면 사진을 찍어주는데, 그 이유는 바로 사과와인 만드는 체험에 쓰기 위해서다. 공장에 가면 사과와인, 복분자 와인을 시음하게 하고, 여러 가지 설명을 듣고 나면, 체험을 하는데, 그다지 복잡하진 않다. 미리 숙성시켜 놓은 와인을 병에 따르고, 코르크 마개를 직접 막아보는 일, 그리고 드라이어로 가열하면서 뚜껑 닫기를 하고 나면 사과밭에서 찍은 자기 사진을 상표로 붙이면 되는 체험인 것이다. 사과와인은 술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순수 발효주인데, 11도 수준이다.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탄산음료를 마시는 것과 같다. 보통 3년정도 숙성을 시키고 일본으로 수출도 하고 있다는데, 이런 지역 특산물을 개발한 공로들이 더욱 빛을 발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일반인들은 10명정도면 체험 일정을 맞추기 좋다.
이제 끝 동선으로 고운사를 찾는 일만 남았다. 고운사(054-833-2324, www.gounsa.net, 단촌면 구계리)는 신라 신문왕(681) 시대에 의상조사가 창건, 그후 최치원이 중건하였으며, 임진왜란때 사명대사가 승군의 전방기지로 식량비축 및 승병의 뒷바라지를 한 곳이며, 조계종 제 16교구 본사로서 60여개의 말사를 관장하며 국가 및 지방지정 문화재와 27동의 건물이 유존하는 유서깊은 대사찰이다. 고운사에 눈여겨 볼 것은 바로 호랑이 벽화. 위에서나 아래서나 눈동자가 사람 얼굴을 향해 따라온다는 것이다. 고운사는 일반인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 템플스테이는 물론이고, 산사음악회등을 열면서 관심을 갖게 하고 있다.

찾아가는 방법:중앙고속도로-의성IC-5번 국도 이용하다가 917번 지방도로 우회전-경덕왕릉을 거쳐 나오면 28번 국도와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 탑리를 거쳐 춘산, 현서 방면으로 난 68지방도이용-가음면소재지-춘산방면(0.6km)-빙계계곡입구 표지판으로 좌회전-빙계계곡. 다시 읍내로 나와 옥산면을 찾아가면 금봉자연휴양림이다. 휴양림에서 930번 지방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다 옥산면을 거쳐 914번 지방도를 타다 점곡면에서 79번 이용. 사촌마을이 있고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한국애플리즈가 있다. 고운사는 더 북쪽으로 올라가다 팻말따라 우측으로 가면 된다.
별미집과 숙박:의성읍내에 강운참숯갈비(054-834-5539)라는 곳은 마을 먹인 돼지고기요리 전문점이다. 고기 질이 쫄깃하다. 서원(054-834-0054)한정식집은 보편 4인기준이며 마늘 코스요리가 나온다. 깔끔하고 맛이 좋으며 이 지역 특산물인 흙마늘도 먹을 수 있다. 의성의 봉양면 화전리 일원에는 한우촌이 형성되어 있다. 이화숯불가든이 밑반찬이 좋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