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령산 여행은 금곡영화마을에서 시작된다.
장성에서도 오지 마을이라고 일컫는 금곡마을은,
장성이 고향인 임권택 감독에 의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임 감독은 초가집, 방앗간 등 전통유적이 온전하게 남아있어
50~60년대의 마을경관이 그대로 간직되고 있으며 산 능선에 가려 외부 지역과 차단되어 다른 소음이 발생하지 않은
이곳을 영화촬영 장소로 최적지라고 판단했다. 임감독이 <서편제>, 〈태백산맥> 등 불후의 명화를 찍어내고 나서도 <내 마음의 풍금>,
<왕초> 등 영화, 드라마 촬영지로 이용되면서
‘금곡영화마을’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마을 입구에는 그늘막이 될 수 있는 정자가 있고 마을 현황을 알려주는 팻말이 상세하게 소개돼 있다. 마을보다 약간 올라간 언덕받이라서 마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곳은 부실하게 일부러 지어 놓은 영화 세트장이 아니다. 이 마을을 지키며 사는 토박이들이 여전히 일상의 삶을 꾸려가고 있는 전형적인 시골마을인 것이다.
마을안쪽의 돌담길에서는 허리가 땅끝까지 구부정해진 할머니들을 쉽게 만날 수 있고, 담장 너머 마당에는 작업을 하는 촌부의 얼굴이 정겹게 다가선다. 골목 어귀에 영화촬영지 팻말을 만들어 두어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게 되는데, 마을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행객들이 늘어나면서 토속주 파는 곳이라는 간판도 있지만, 눈에 띄게 변한 모습은 없다.
마을을 지나쳐 언덕 길로 올라서면 본격적으로 임도를 만나게 된다. 바로 축령산 조림지(장성군 서삼면 모암리, 북일면 문암리 일대)를 잇게 하는 길이다. 이 곳 축령산에는 약 300만 평 규모의 편백나무 숲이 조성돼 있다. 전 생애를 편백나무 숲 조성에 바친 임종국(林種國·1915-1987) 선생이 1958년부터 조림을 시작했고, 가뭄이 들면 물지게로 물을 나르며 정성으로 가꾼 숲이라고 한다. 근 40년 동안 90만평에 나무를 심어 정성껏 관리한 개인 삼림욕장인데 산림청이 지난 2000년 이 편백나무 숲을 ‘22세기 후손에게 물려줄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했고, 지금은 그곳에서 관리하고 있다.
장성8경 중 2경인 축령산 휴양림 ‘임종국 숲’. 차량 통행이 가능하다고, 비포장 길 먼지 폴폴 풍겨내면서 차안에서 그저 느끼고 지나치는 사람들은 이 숲의 묘미를 잃고 마는 것이다. 처음 시작부근의 산 능선 길은 가파름이 전혀 없다. 편백나무도 아직까지는 많이 눈에 띄지 않지만, 길가에 피어난 물봉선의 분홍빛 꽃이나 달맞이의 노란 꽃, 닭벼슬의 보랏빛 꽃 한송이와 친구가 되니 그저 걷는 발걸음이 가볍다.
숲의 묘미는 더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느낄 수 있다. 걸어도 걸어도 지치지 않은 것은 바로 숲에서 풍겨내는 신선한 공기 영향 덕분이다. 길을 따라 걷다보면 빽빽하게 들어차 있고, 사방팔방으로 하늘 향해 우뚝 솟아 올라간 편백나무와 삼나무 숲을 만나게 되는데, 절로 탄성이 나올 정도로 멋진 숲 풍경을 보여준다.걷는데 지치지 않은 것도 이곳 조림지가 한국 최고 밀도를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1㏊당(약 3,000평) 700-2,500그루 정도가 식재되어 있으며 나무의 평균 높이는 18m로 성인 키의 10배 이상이다. 수령도 대부분 30년을 넘는다. 한마디로 숲 천국인 게다. 숲속에 서 있는 사람은 한 낯 자그마한 미물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대한 숲이다. 향해 쭉쭉 뻗어나간 늘 푸른 침엽수림은 속세에 찌들은 침침한 눈을 깨끗하게 청소해주는 듯하다.
무엇보다 편백나무와 삼나무에서 풍겨내는 피톤치드(phytoncide)량이 가장 많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스트레스를 받은 실험용 쥐에게 소나무, 잣나무, 편백, 화백 등의 4종류 나뭇잎에서 추출한 정유(나무 생장호르몬)를 쏘인 결과, 스트레스를 나타내는 코르티솔(Cortisol) 치수가 20~50% 가량 급감했다고 한다. 숲에서 풍겨내는 피톤치드는 이제 말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우리에게 친숙하다.
숲에 들어가면 기분이 상쾌해지는 것도 바로 이 성분 때문이다. 그래서 울울창창한 편백, 삼나무 숲속에서 느끼는 기분은 확연히 다르다는 몸으로 느낄 수 있다.
한마디로 이 숲은 건강해지는 ‘산소공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피톤치드는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까지 가장 왕성하게 분비한다고 하니 그 시간을 염두에 두고 걸으면 더 효과적일 것이다.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건강을 챙길 수 있는 곳. 약간 가파른 길을 만나도 포장이 돼 있으니 발목에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는 축령산 임도길은 최상의 도보여행지라고 아니 할 수 없다.

■ 여행정보 : 모암산림욕장(471-2184, 축령산 영암국유림 관리사무소), 필암서원(390-7528), 홍길동 생가(390-7527). 장성군청 문화관광과(390-7224), 장성군청 농림과 산림보호담당(390-7243), 기차 정보(1544-7788, 1588-7788, www.korail.com) 버스 문의:장성터미널(393-2660), 사거리터미널(392-8900), 군청지역경제과(390-7366).
■ 찾아가는 길 : 호남고속도로 백양사 IC에서 1번 국도->상오에서 896번 지방도로(고창 방면)->문인림에서 금곡마을까지 2.5km 또는 호남고속도로 장성IC(또는 장성읍내)에서 898번 지방도 이용->문암리->금곡마을을 거쳐 오면 된다. 대중교통은 기차나 고속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장성→금곡(영화촌마을) 군내버스가 1일 4회 운행되고 장성→추암관광농원 군내버스가 1일 8회 운행. 약 40분 소요. 용산역에서 장성까지 KTX열차 하루 6회 운행.
■ 추천 맛집 : 금곡마을이나 추암관광농원에 토속음식을 판다. 또 홍길동 생가 쪽의 산꼴짜기(393-0955, 꿩요리)가 있다. 그 외 장성호 미락단지쪽에 있는 초야식당(393-0734, 메기찜, 장어요리)을 비롯하여 여럿 있다. 풍미회관(393-7744, 한정식)도 소문난 맛집이다.
■ 숙박 : 금곡영화촌에 위치한 산이네민박(393-4290), 금곡영화마을과 가까운 테마민박(393-4838), 추암관광농원(394-4600), 모암쉼터(393-9605), 방장산 휴양림(394-5523)이나 장성읍내의 모텔을 이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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