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새 겨울의 초입이다. 한 해의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는 11월. 몸도 마음도 바쁜 이맘때, 잠시 짬을 내어 충남 서산으로 철새 기행을 떠나보자.
겨울 철새가 날아드는 곳은 간월호와 부남호가 있는 천수만 일대. 철새들은 10월말~3월 중순까지 이곳에 머물며 겨울을 난다. 천수만에 새들이 모이는 까닭은 먹이가 풍부해서이다. 바다와 민물이 교차함으로써 다양한 어종이 살고,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2천여 만 평의 논에 흐트러진 벼 이삭도 철새들의 좋은 먹이가 되고 있다.
간월호는 수면이 무려 870여 만 평에 이르고 그 위에는 흑고니,큰고니,황새,흑두루미,재두루미,백조 같은 각종 철새들이 수만 마리씩 떼지어 노닌다.
특히 해질 무렵이나 동틀 무렵, 간월호와 부남호를 수놓는 화려한 ‘새들의 군무’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사를 터뜨리게 한다. 천수만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철새는 기러기와 오리류이다. 추수가 끝나고 찬바람이 일기 시작하면서부터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해 1월에서 2월 사이에 절정을 이룬다. 시베리아 동부 캄차카가 고향인 큰기러기는 부리는 검고 깃털은 어두운 갈색 얼룩무늬다. 청둥오리는 천수만에서 주인 행세를 톡톡히 하고 있다. 청둥오리는 암수가 같이 어울려 노니는데 노란색 부리에 색깔이 서로 다른 게 특징이다. 수컷이 암컷보다 화려하다.
철새를 감상할 때는 메모용 수첩이나 망원경, 조류도감, 사진기를 준비하고 새 모이를 가져가는 것이 좋다. 새들이 즐겨먹는 옥수수, 밀 등을 뿌려주면 보다 많은 새들을 관찰할 수 있다. 새들에게 경계심을 주는 원색복장은 금물. 그리고 새들 곁으로 너무 가까이 가면 그 서슬에 놀라 다른 곳으로 날아갈 수 있으므로 가급적 멀찍이서 바라보도록 한다.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은 새의 모양이나 색깔을 제대로 보기가 어렵고, 바람이 심한 날도 역시 좋지 않다. 하루 중 탐조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은 아침과 저녁 무렵이다.
때(10월 24일~11월 23일) 맞춰 이곳에서는 생태 체험 축제인 ‘2008 서산 천수만 세계철새기행전’이 열린다. ‘새와 사람의 아름다운 만남’이란 주제로 열리는 철새기행전은 행사장 규모와 시설을 지난해보다 대폭 늘려 방문객들의 편의를 돕고 있다. 철새 조형물 등을 갖춘 야외공원, 3곳의 탐조대, 생태체험관, 장터 등을 고루 갖췄다. 대만과 일본, 필리핀, 미국 등 국내외 철새 탐조코스를 살펴볼 수 있는 철새축제관도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국내외 철새 축제 전문가들과 생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세미나와 워크숍도 열리며 1박2일 코스로 주말에만 운영되는 심층 탐조기행 행사도 인기다. 천수만 간척지 일대 2개 탐조코스를 버스로 돌아보는 철새탐조기행은 철새기행전의 핵심이다. 철새탐조투어 요금은 1인당 5천원으로 참가자들에게는 생태체험관 무료 관람권도 주어진다. 이밖에 간월호 주변 둑에 고성능 망원경 350대를 설치해 관람객들이 철새들의 겨울나기 현장을 직접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행사장 주변에는 솟대 공원과 캐릭터 조형물이 들어서고 행사기간 일요일에는 박첨지 놀이와 오카리나 공연, 풍물놀이 등 문화예술 공연이 이어진다. 축제문의: 서산시 환경보호과( 660-2331, www. seosanbird.com).

■ 이곳에도 가보세요
서산 여행은 크게 가야산권, 천수만권, 가로림만권으로 나눠 둘러보면 좋다. 내포지방의 중심이 되는 가야산권은 백제의 미소를 만날 수 있는 권역으로 서산마애삼존불, 보원사지, 개심사 등 서산의 대표적인 불교유적지가 이곳에 몰려 있다. 여기에 천주교도들이 박해를 당한 해미읍성도 한 몫 한다.
천수만권은 철새를 비롯해 개펄과 간척지를 두루 볼 수 있는 곳이다. 팔봉면과 지곡면, 대산읍과 접해 있는 가로림만권은 순박한 어촌 인심을 느낄 수 있는 곳. 그 중에서도 서쪽의 웅도는 썰물 때만 출입이 가능한 섬으로, 달구지를 타고 갯일을 나가는 어부들을 볼 수 있다.
서산에서도 해미(海味)는 고풍스런 성과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어 한번쯤 들러볼 만하다. 서산에서 홍성으로 가는 29번 국도를 따라 15분쯤 달리면 해미면 소재지에 이르게 되는데, 이곳에 돌로 쌓은 해미읍성이 자리잡고 있다.
해미에서 신창리 쪽 647번 국도를 따라 7km쯤 가면 푸근함이 온몸을 감싸는 개심사(開心寺)가 나온다. 이름 그대로 마음이 열리는 절이다. 야산 초지와 저수지를 옆에 끼고 달리는 길은 고즈넉함이 물씬하다. 절로 오르는 길은 나무숲이 우거져 아늑한 느낌을 준다.
세심동(洗心洞)이라 씌어 있는 절 들머리의 표석을 바라보며 돌계단을 따라 800미터 정도 쉬엄쉬엄 올라가면 왼쪽으로 아담한 연못이 반긴다. 경지(鏡池)라 이름 한 네모반듯한 연못에는 외나무다리가 놓여 있다. 일주문인 해탈문과 상왕산개심사(象王山開心寺)란 현판이 걸려 있는 안양루, 보물 제143호로 지정된 대웅보전과 심검당(尋劍堂)이 옛 멋을 한껏 풍긴다. 대웅전 서쪽에 자리한 심검당은 휘어진 나무의 자연스러움을 그대로 살려내 눈길을 끈다.
개심사에서 나와 동북(당진 서산 방향)쪽으로 20여 분 가면 운산면 소재지인 고풍저수지를 지나 용현리에 이르게 된다. 백제의 미소로 불리는 서산마애삼존불(국보 제84호)이 있는 곳이다. 햇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달라진다는 마애삼존불의 미소는 아무도 그 신비를 풀 수 없는 수수께끼이다. 연꽃잎 대좌(臺座) 위에 서 있는 여래입상은 전체 얼굴 윤곽이 둥글고 풍만하여 백제 불상 특유의 자비로운 멋을 풍긴다. 머리에 관(冠)을 쓰고 있는 오른쪽의 보살입상과 왼쪽의 반가사유상 역시 눈과 입에 지긋이 미소를 머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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