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키코(KIKO) 피해업체와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위해 내놓은 유동성 지원방안에 대해 현장의 지원 체감온도는 차갑기만 하다. 정부 발표와 달리 은행에서는 실제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가 키코 피해기업 75개사를 대상으로 정부의 금융안정화 대책에 대한 반응을 조사한 결과 94.7%가 정부의 대응이 ‘신속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적절했다는 응답은 5.3%에 불과했다.
또한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대해 효과가 없을 것(64.0%) 또는 그저 그렇다(33.3%)고 보았다.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응답은 2.7%에 그쳤다.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이유에 대해(복수응답) 중소기업들은 ‘은행의 소극적 행동’(53.4%)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정책효과가 발휘까지 장시간이 소요’(49.3%), ‘정부정책 신뢰부족’(43.8%), ‘글로벌 경기침체’(21.9%), ‘지원자금 규모부족’(19.2%), ‘글로벌 정책공조 부족’(9.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패스트 트랙 프로그램 신청여부에 대해 40.0%가 이미 신청했다고 답했지만 신청을 망설이고 있다(30.0%)거나 실효성이 없을 것 같아서 포기했다(28.6%)는 기업도 많았다.
신청하지 않은 이유(복수응답)로 높은 이자율(50.0%), 지원기준 불명확(36.1%), 자금지원 규모 소액(27.8%), 적기 자금지원 미흡(19.4%), 은행의 담보 등 추가요구(16.7%) 등을 들었다.
정부의 키코 피해중소기업 지원조치 이후 대부분이 소송을 계속 진행(52.2%)할 것이라고 응답했고 소송을 고려 중인 업체는 34.8%, 소송을 포기한 업체는 13.0%로 조사됐다.
실제로 중소기업 A사는 최근 한 시중은행에 정부가 발표한 유동성 지원방안, 이른바 ‘패스트 트랙’을 신청하자 황당한 조건을 제시받았다.
추가적인 담보로 부모의 부동산을 내놓고 매달 적금을 500만원 들라는 ‘꺾기’를 요구받은 것.
이 시중은행은 여기에다 현재 B등급으로 분류되나 이 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본 심사에서는 퇴출당할 수밖에 없다고 까지 이야기했다고 이 업체는 전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 B사도 유동성 지원신청을 했지만 상황이 답답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은행으로부터 현재 키코계약을 일괄 청산하거나 매월 결제일에 여신을 지원받는 방식 중 택일하라고 해 현재와 같이 환율이 최고조에 있는 상황에서 일괄 청산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매월 결제일에 대출을 받기로 했다.
그러나 매월 결제일에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으려면 그때마다 신용평가를 거쳐야 하는데 그 기간이 오래 걸려 자칫 정산일을 놓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현장에서 유동성 지원기준이 불명확하고, 은행마다 담보를 요구하며 기존 대출연장을 기피한다는 목소리가 크다며 금융안정화 대책이 일선 창구에서 실천되도록 정부가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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