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미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로 인해 우리나라 기업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 그래도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여 기업들의 수익구조가 악화되고 있는데, 미국의 금융위기는 국제금융시장으로 확대되어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발전하였다. 이에 우리 기업들, 특히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들은 판로, 자금 등의 분야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급한 불끄기 급급한 중소기업

이로 인해 글로벌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현시점에서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비한 경영전략의 수립은 아예 생각도 못하고, 우선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기에 바쁜 중소기업들이 많다.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인해 우리 금융기관들 스스로 유동성이 부족하여 기업들에게 자금을 공급하지 못하여 기업들이 단기적인 유동성 충격에도 도산할 위기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의 경제상황에 의하면 이러한 중소기업의 단기적인 자금난이 앞으로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정부는 자금조달에 애로를 겪는 중소기업들을 위하여 유동성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이 지원방안의 골자를 보면 크게 두 가지 축으로 구성되고 있다. 첫째는 은행들의 자율적인 중소기업 지원의 확대이며, 둘째는 KIKO 피해로 인해 일시적 유동성 부족에 직면해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에 대한 자금지원이다. 이에 대하여 중소기업들은 환영의 뜻을 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책이 발표된 지 거의 한 달이 다 되어가도록 지원을 받은 기업이 하나도 없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은 은행의 자발적인 지원대상의 선별과 은행의 유동성 부족이다. 은행들이 유동성이 부족한 상태인데, 단기적으로 유동성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에게 적극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결국 은행들은 정책당국과 다른 은행들의 눈치를 보며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주저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지원대책 중 다소 문제가 되는 부분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KIKO 피해기업에 대한 지원이다. 지원내용의 골자를 보면 KIKO 거래로 인한 손실액에 한하여 신규대출과 만기연장 그리고 출자전환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이 내용에 대해서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이대로만 실현된다면 이번 피해로 인한 손실이 만회되지는 않겠지만, 중소기업들이 흑자도산은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부도가 목전에 있는 기업들이 많은데, 대책의 실행이 너무 늦다는 것이다. 대책발표 후 거의 한 달이 다 되어서야 금감원을 중심으로 비공개 대상인「KIKO 계약은행 협의회를 구성하여 지원기업 30개사를 일차적으로 선별하겠다고 하고 있다. 이 대책의 실행이 너무 늦은 것도 문제이지만, 일차적으로 30개사를 정해 놓고 선별하는 것도 문제이다. 자금이 한시라도 급한 피해기업들을 일률적으로 지원해야 도산기업을 하나라도 더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신속한 실행으로 대책 실효성 높여야

다음으로 이번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문제점은 은행이 기업을 평가하고 신용등급이 일정 수준 이상의 기업을 선별하여 자율적으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실제 지원목표인 기업들이 지원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는 기업들은 은행이 신용평가를 하면 지원받을 수 있는 수준의 높은 신용등급을 얻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유동성 위기 및 KIKO 피해 이전에는 우량한 기업들이었을지라도 최근 유동성이 악화되면서 신용등급이 많이 하향 조정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대책이 더욱 효율적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대상기업을 명확히 지정하고 신속히 실행에 옮겨야 한다. 예를 들면 이번 위기 및 KIKO 피해 이전에는 신용등급이 높았었지만, 최근 금융위기와 환율상승으로 피해를 입은 기업들을 지원한다고 명확히 해야 실제 자금이 필요한 기업에게 자금이 공급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은행에 자율적으로 맡기게 되면 우량기업에만 자금이 공급되고 유동성 문제를 안고 있는 기업들에게는 자금공급이 지체되어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마지막으로 지원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현장에서 정책의지대로 잘 시행되는지를 감독하며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정부의 정책의지에 동참하도록 독려를 당부하고 싶다.

정남기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