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금융위기 이후 한달여가 지난 지금 금융시장은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지만, 중소기업은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혹독한 ‘겨울나기’를 생각하면 내일이 보이지 않습니다”
정부가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실물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각종 대책을 연일 쏟아내고 있지만 중소기업 현장은 갈수록 꽁꽁 얼어가고 있다. 이 같은 중소기업계의 절박함은 자금사정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상반기 자금사정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자금사정 곤란 업체는 올 연초 43.5%에서 올 6월에는 65.7%로 22.2%포인트나 급증했다. 자금사정이 원활하다는 업체는 8.6%에 불과해 중소기업 자금사정이 심각함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은행의 중소기업대출은 금융불안이 본격화된 8월에 2조6천억원이 늘어나 7월의 6조1천억원에 비해 42% 수준에 그쳤다. 9월 중소기업 대출은 2조9천억원으로 다소 증가했다. 또한 작년 상반기 중소기업 대출은 37조4천억원 증가했으나 올 상반기에는 34조4천억원이 늘어 작년동기 대비 3조원이나 감소했다.
중소기업계의 어려운 자금조달 여건은 곧바로 생산활동과 11월 경기전망에 그대로 나타난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1천500개 중소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동률 조사 결과 9월 중소제조업 평균가동률은 조업일수가 2일이 많았음에도 전년동월 대비 1.6%포인트 하락한 69.5%를 기록, 6월부터 4개월째 60%대에 그쳤다.
11월 중소제조업체의 경기전망도 79.6으로 올들어 3번째로 80 미만을 밑돌았다. 또한 업종별로 5개월 연속 기준치 100을 넘는 업종이 하나도 없는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중소기업 전망 조사를 시작한 2002년 5월 이후 처음으로 있는 일이다.
한편, 통계청이 최근 8천여개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제조업 전체의 가동률은 78.5%로 최근 5년동안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한 중소기업 재고지수도 3분기에는 119.8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는 중소기업이 생산한 상품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따른 국내소비 위축으로 팔리지 않고 있다는 반증.
중소기업 재고지수는 작년 2분기 113.5, 3분기 112.4, 4분기 110.0으로 낮아졌다가 올들어 1분기 114.2, 2분기 115.1로 늘기 시작해 3분기에는 119.8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이 같은 중소기업계의 위기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정책자금 확대 등 유동성 지원과 실물경기 활성화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중소기업들이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기에는 아직까지 요원하다.
정부의 각종 대책에 대해 중소기업의 64.0%는 효과가 없을 것으로 응답했고 2.7%만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한 이유로 은행의 소극적 행동(53.4%), 정책효과 발휘까지 장시간 소요(49.3%), 정부정책 신뢰부족(43.8%) 등을 이유로 들었다.
중소기업계는 정부가 마련한 각종 지원대책들이 즉각적으로 현장에 와닿기를 절실히 바라고 있다. 특히, 은행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신속하고 충분히, 과감하게’ 집행해 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은행들은 장기 저리의 무담보 신용대출을 확대하고 대출금의 만기를 연장하며 꺾기·담보 등을 중지하는 한편 정부는 중소기업 은행대출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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