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 경제로 파급되면서, 충격에서 예외적인 국가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올 2월부터 미국 금융시장의 불안은 한국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어, 예견하지 못한 일은 아니었다.
이러한 충격을 두고, 한국의 금융시장에 활동하는 외국 금융기관의 정보와 국내 금융계, 정부에서 발표하는 정보의 질적 격차가 너무 크다. 외국계 금융기관은 미국에서 전개되는 금융불안을 미국의 1929년 대공황에 비유하고 있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국의 금융계나 정부에서 발표되는 정보는 “미국발 금융시장 불안에 한국은 별 충격을 받을 것이 없다“라는 것이었다.
동남아시아 외환위기가 급속하게 진전되고 있었지만 ‘한국은 외환위기의 무풍지대’라는 안이한 판단으로 이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않아 외환위기를 겪었다. 한국 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해외 충격에 철저하게 대비하지 않으면 그것이 국내의 취약 요인과 결합돼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준다는 것을 알았다.
미국발 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기업과 정책 당국의 대비에는 큰 차이가 있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외환위기 책임으로 비난 받던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은 철저한 위험관리를 통해 강건해졌다.

美 금융불안 가능성 이미 예견

그러나 금융기관 및 금융 감독기관의 도덕적 해이와 연관된 금융 불안을 야기하는 사건, 해외 충격을 무시하는 정책 대응을 보면, 중소기업, 정책당국 및 금융기관은 겨우 10년 밖에 안 된 외환위기라는 엄청난 충격에서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 알 수가 없다. 시장경제에서 시장의 안정에 가장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할 한국의 정책당국 및 금융기관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적절한 선제적 대응이 부족했으니, 이제 사후적인 대책이라도 좀 더 효과적으로 이뤄지길 기원할 뿐이다. 큰 고통과 슬픔이 따르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정책을 잘 하는 것이 우리의 특기일지도 모른다.
이미 한국경제에도 미국발 금융위기의 충격이 서서히 경제 전반으로 파급되고 있다. 한국 경제성장률의 55~60%정도를 결정하는 수출 시장의 전망이 좋지 않다. 한국의 수출 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는 중국이고, 그 다음이 미국이다. 중국의 대미 의존도가 높은 것을 고려해 보면, 한국의 대미 무역의존도는 더 높아진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전세계 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하는 미국의 2008년 3분기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이다. 4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은 더 커질 것으로 예견되고 있고, 2009년 경제성장률은 -0.8%로 예측되고 있다. 2009년 G 3국가의 경제성장율 마이너스는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노사 한 배 타고 신뢰관계 구축해야

이러한 경제상황에서 한국경제의 2009년 성장률 예측치는 계속 하향 조정돼, 시티은행은 당초 한국의 민간경연구소와 비슷하게 3.4% 예측치를 발표했다가 10월에는 2.2%로 크게 하향 조정했다.
한국은행이 추계하기 시작한 1953년부터 한국경제 성장의 역사를 보면, 2.2% 이하 성장을 기록한 해는 1956년 -1.3%, 1960년 1.2%, 1962년 2.1%, 1980년 -2.1%, 1998년 -6.7%로 5번이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의 성장률이 3% 이상을 기록해 왔다. 그러나 2009년 예측 경제성장률은 지난 10년 동안 한국경제가 경험해 보지 못한 저성장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저성장의 불황 시대를 중소기업인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차다. 정부가 경기 부양을 통해 더 나은 국내 경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그러나 불황을 극복해야 할 가장 큰 책임은 중소기업 경영자에게 있고, 회사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동참할 수 있는 사람은 가장 가까이 있는 근로자들이다.
불황에 직면하는 회사의 상황을 알리고, 근로자와 함께 힘든 시기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 과거에 그렇게 해 오지 못했다면, 지금부터라도 해야 하고, 이를 통해 노사가 한 배를 타고 있다는 신뢰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어려운 시기에 근로자와 경영자가 서로의 손을 내밀어 끌고 밀면, 어떤 불황도 극복해 나갈 수 있다. 불황 극복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이 종 욱
서울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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