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위기와 한율 급등의 영향이 가장 빨리 찾아온 곳 중에 하나가 바로 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남동공단’이다.
정부가 중소기업의 유동성지원책을 쏟아내고 금융당국이 은행들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지만 은행창구에서는 대출을 기대하기 어렵다. 기업들의 자금흐름은 여전히 경색돼 있다.
남동공단에서 만난 J모 사장은 “은행에서 환헤지 상품을 권유하는 등 각종 상품을 팔 때에는 그렇게 친절할 수가 없었다”며 “그런데 지금은 나 몰라라 하니 답답할 따름이다. 정부에서 매일같이 쏟아지는 수십조원의 지원금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환율 상승으로 수출 대금은 10억 가까이 늘었지만, 수입 원자재 대금도 덩달아 오른데다 은행에 환헤지 수수료로 나가는 돈 3억원 등을 제하고 나니 한 달 동안 2억원 넘게 적자를 봤다”고 말했다.
남동공단 소재 목재가공업체인 A사도 최근 은행권 대출을 못 받아 전전긍긍하고 있다. 목재 수입가격이 폭등하면서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은행권으로까지 전달돼 시중은행에선 대출 상담도 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캐피털 등 제2금융권 5~6곳을 찾아가 대출을 졸랐지만 모두 퇴짜를 맞았다. 이로 인해 목재 수입이 전면 중단되자 임직원들은 ‘급한 불부터 끄자’는 심정으로 사채까지 끌어 쓰는 지경에 이르렀다.
공단에 있는 업체들은 이런 식의 자금난을 그나마 주변 공단들보다 비싼 땅값을 이용, 공장을 팔아서라도 해결하려 하고 있지만 이 마저도 잘 되지 않는다고 한다.
플라스틱을 원료로 하는 B기업 C모 사장은 “수입원자개 가격 상승으로 생산단가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 하루를 버티기 힘들다”면서 “공장을 내놔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적자인 줄 알면서도 공장을 가동하는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C 사장은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지가가 싼 지방으로 이전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지만 가동중인 공장이 팔리지 않는 데다 이전비 또한 만만치 않아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남동공단 내 한 부동산중개인은 “자기 땅을 갖고 있는 기업들은 그나마 근근히 꾸려 나가지만 공장 부지를 빌려 쓰고 있는 업체들은 임대료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공장을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동공단 중소기업 사장들은 이구동성으로 정부의 실질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은행의 부실책임에 대한 면책사유를 마련하거나 자기자본비율 규제를 당분간 완화하는 등 업계에 와 닿을 수 있는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