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일감이 있는 업체를 찾기 힘듭니다. 제대로 된 일거리가 있는 업체가 10%나 되려나요.”
국내 금형업체의 25%가 모여있는 경기도 부천지역. 전체 금형업체 3천700여 곳중 수도권에 2천300여 곳, 이중 부천에 1천여 업체가 모여 있다.
국내 최대의 금형산업 집적지역인 이곳에도 경기침체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부천지역 금형업계의 가동률은 이미 몇달전부터 50%를 밑돌고 있는 상태”였다고 전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전부터 이미 지역 중소업계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는 것.
“국제유가를 비롯한 각종 원자재가격의 급상승, 예기치 못했던 환율급등으로 중소기업들은 이미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실물경제가 침체되면서 다시 한번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 중소기업인들의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금형은 전자제품, 자동차, 조선 등 국내 주력산업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기간산업이라 경기침체의 여파를 직접적으로 느낄 수있다”면서 “금형쪽 일감이 줄어들면서 사출·프레스 같은 후방산업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천지역 금형업체들의 경우 이미 조업단축, 더 나아가 조업중단에 들어간 업체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금형업체가 밀집돼 있는 지역경제도 이에 따른 영향을 받고 있다. 예전 같으면 점심식사 시간대에 식사를 하는 근로자들로 붐비기 마련이던 주변 식당 역시 손님이 크게 줄었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일감이 없어 오전에만 작업을 하고 점심식사 전에 직원들을 돌려보내기 때문에 점심시간에도 식당에 손님이 없다”는 것이 주변 관계자의 설명이다.
중소기업인들은 지금과 같은 경기침체가 얼마나 갈지, 더 심각해질지, 언제쯤 경기가 회복될지 모든 것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더욱 힘들어하고 있었다.
여기에 정부가 중소기업지원대책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체감하기 힘들다는 것이 중소기업인들의 의견이다.
공무원들이 느끼는 경기와 기업인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경기 사이에 괴리가 무척 큰 것 같다는 얘기도 나왔다.
금형과 사출을 같이하는 한 기업인은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으로부터 현금으로 원자재를 구매하고 제품은 외상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현금흐름을 조절하고 채권관리하는 것이 무척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업인은 특히 중소기업이 힘들어하면 은행은 오히려 전보다 더 가혹하게 나오는 것 같다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새 정부 들어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하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하지만 실제 기업현장에서 직접 느끼기 힘들다는 것도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오히려 정부의 무리한 정책추진으로 기업경영이 방해받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화성시 정남면 귀래리에 조성된 민간공단인 토리밸리 8차단지에 입주하기 위해 공장이전 및 설비구입 등 준비를 하고 있던 30여곳의 중소기업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지식경제부가 황해경제자유구역을 확정,지정한 뒤 사업을 사실상 중단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들 중소기업들은 정부 고시로 인해 공장 신축이 전면 금지되면서 손발이 묶이는 신세가 됐다.
투기수요를 막겠다는 명분만을 내세워 주민공람을 제대로 진행하지 않은 채 대상구역을 확정, 발표하는 등 행정편의에 맞춰 경제자유구역지정 사업을 추진한 탓에 공장이전을 하려던 중소기업들까지 피해를 입게 된 것.
당시 화성공단에 입주하려 했던 기업의 대표는 “관련부처를 뛰어다녔지만 해결할 수가 없어 결국 대체부지를 급하게 마련해야 했다”면서 “지금도 화성부지에 10억여원의 돈이 묶여 있다”고 말했다.
이 기업인은 “요즘 같은 시기에 10억여원이라는 큰 돈이 기업입장에서는 이제 쓸모없어진 땅에 묶여 있어 갑갑하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기업인은 또 외국투자기업에 대한 맹목적인 지원 역시 국내 산업기반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해외시장에서 경쟁중인 외국기업의 제품을 단순히 수입·판매하는 기업에게는 외국투자기업이라는 이유로 산업단지 장기 임대, 세금 우대 등 각종 혜택이 주어진다는 것.
이 기업인은 “공장부지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다 겨우 해결했는데, 외국기업의 에이전시에 불과한 기업이 외국투자기업이라고 해서 우리의 10% 정도 불과한 임대료로 산업단지에 입주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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