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준비하는 정보화 시장
전통시장의 시설현대화 사업이 날로 활기를 띠고 있는 가운데, 주변 인프라뿐만 아니라 내실 또한 다져가고 있는 시장이 있어 화제다.
화지시장은 2006년 8월 정보화 시범시장으로 선정돼 중소기업청과 전국시장상인연합회, KT로부터 컴퓨터 130대를 지원받았다. 전통시장의 주먹구구식 경영을 벗고 인터넷과 정보화로 무장하기 위해서다. 현재 시장에는 점포 당 1대의 PC가 보급돼 있다.
충청남도 논산시 화지동에 자리 잡은 논산화지시장은 면적 26,083㎡에 점포 수 184 개, 종사 상인 수 247 명에 이르는 규모의 시장이다. 구한말에 자연발생적으로 태동한 논산화지시장은 50년대를 거치면서 정식 상설시장으로 등록되었으며, 14만 명의 논산시민 뿐 아니라 인근 공주시, 부여군, 심지어 전라 익산시, 완주군 등 타지에서도 찾을 만큼 충남의 중심적 상권이 형성되고 있다.
1950년대 논산 화지시장은 평양장·대구장 등과 함께 전국 3대 장으로 손꼽힐 만큼 잘 나갔던 곳이다. 그러나 논산 인구는 줄고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주민들은 더 이상 논산에서만 쇼핑을 즐기지는 않았다. 최근에는 대형마트까지 들어와 시장에는 고객이 남지 않게 됐다.
이곳 역시 2002년 중기청으로부터 34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주차장·아케이드 설치 등의 시설현대화 작업을 추진했다. 아케이드 공사는 총 3년에 56억원이 소요됐고, 중기청 지원금에다 충청남도·논산시·시장 상인들이 사업비를 보태 완성될 수 있었다.
백광복 논산 화지시장 상인회장은 공사를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시장이 새롭게 달라진 모습을 보면 더없이 기쁘고 뿌듯하다고 말한다. 그는 “아케이드를 설치하니 고객이 늘어나고 자연히 매출도 많이 늘었다”며 “아케이드 설치 전 30여개에 달하던 빈 점포도 이제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2006년 PC가 보급된 후 상인연합회에서는 무료로 컴퓨터교육을 실시했다. 상인들은 꾸준히 컴퓨터를 배워 나갔고, 처음에는 컴맹이었던 상인들이 연말이 되니 인터넷 쇼핑몰에 물건을 올릴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시장에서 사람들과 직접 부딪혀가며 물건을 팔던 상인들은 온라인으로도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렇게 컴퓨터와 가까워지면서 상인들은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점포 문을 열면 빗자루로 청소부터 했지만, 지금은 컴퓨터 전원을 켜고 인터넷으로 주문 상황부터 체크한다. 한 상인은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황금배 300상자를 판매하기도 했다고 한다.
2007년 인터넷 연결과 함께 화지시장은 또 한번의 차별화를 꾀했다. 콜센터 개통이 바로 그것. 전통시장의 질 좋고 저렴한 물건을 전화 한 통으로 집에서 받아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상인들의 사기 진작과 고객 편의를 위해 휴게실도 설치했다. 이곳은 고객지원센터와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방 시설까지 갖춰져 지역 주민들을 위한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곳에서 상인들은 지친 다리를 쉬게 하고 서로 만나서 정보도 공유한다.
현재 화지시장의 과제는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서울을 비롯한 외지 관광객들을 불러들이는 것이다. 그래서 4월에 열리는 논산 딸기축제와 연계해 시장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런 축제 연계 외에도 상시적으로 노래자랑·풍물놀이·댄스공연·팔씨름대회 등의 행사도 개최하고 있다.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시설을 고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장이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고객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며 “미래의 고객인 10대, 20대 젊은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많이 열어 이들이 전통시장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히는 백 회장의 모습에서 논산 화지시장의 2~30년 후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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