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발 금융위기가 세계경제 전체로 확산되고, 실물경제에도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가의 폭락, 환율의 폭등, 부도업체의 증가, 휴·폐업체의 급증과 감원선풍 등 우울한 얘기들이 신문지면을 꽉 채우고 있다. 최근의 경기상황이 IMF외환위기 때 보다 더 어렵다는 얘기를 쉽게 들을 수 있다. 올 겨울이 유난히도 더 춥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이러한 경제 한파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엄동설한의 경영환경 속에서도 제자리를 꿋꿋이 지키며, 승승장구하는 기업들이 있다. 여러 언론매체에서 발굴해 소개하고 있는, 밝은 뉴스의 주인공들은 우리를 흐뭇하게 만들어 준다. 모 일간지가 소개한 화우테크놀러지(기계·조명), 아이디스(DVR), 두합크린텍(수처리·공기정화), 코텍(모니터), 화남전자(전자제어장치) 등이 바로 하나 같이 작지만 강한 기업들이다. 말하자면, 속이 꽉 찬 강소(强小)기업들이다. 이 불경기속에서도 매출을 늘리고, 국내외에서 시장을 넓히고 있으니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가?
모두 어렵고 죽는다고 아우성이지만, 스탠스를 확고히 유지하면서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는 중소기업이 의외로 적지 않다. 이들 기업이야말로 우리 경제의 튼튼한 버팀목이며, 회복국면 진입을 촉진하는 첨병들이 아닐 수 없다.

어렵지만 꾸준한 기업 적지 않아

이들 강소기업의 성공요인을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위기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고, 기본에 충실한 기업이라는 점에서는 일치된다. 강소기업들의 몇 가지 공통점을 찾아보자.
첫째, 기술을 소중히 여기고, R&D투자를 열심히 하고 있다. 그 예로 위에서 소개한 아이디스와 두합크린텍 등은 매출액의 10%이상을 R&D에 투자하고 있으며, 특허 또한 많이 보유하고 있다. 불황기에 미래지향적 투자를 서슴치 않는 공격적 경영을 하는 경향이 높으며, 원천 기술의 개발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이러한 독자적인 기술력이야 말로 강소기업의 제 1성공요건이라 하겠다.
둘째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다는 점이다. 고객의 요구와 불평이 무엇인가에 항상 귀 기울이고, 그것을 생산 과정에 반영시키는 일에 게으름을 피지 않는다. 끈질긴 집념과 승부근성으로 틈새시장을 비집고, 새로운 시장의 개척에 열정을 불태운다. 아무리 우수한 제품을 개발하여도 팔리지 않으면 기반이 무너지기 마련이기 때문에 바로 마케팅 중시 경영이 성공의 요체가 되는 셈이다.

기본과 원칙에 충실해야

셋째는 내부고객인 종업원들에게도 만족과 재미(fun)를 주기 위해 골몰한다는 점이다. 직원들의 기를 살리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들의 자기개발과 네트워크 확대 노력을 최대한 지원한다. 따라서 종업원들의 이직률이 낮아지고, 종업원들은 신나게 일하는 것이다.
강소기업의 CEO는 스스로 열심히 공부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다. 각종 세미나나 설명회에 부지런히 참석하여 시대의 흐름과 제도 및 환경의 변화를 재빠르게 파악한다. 결국 효율적인 인적관리와 노사관계의 안정, 정보력의 확충이 세 번째의 성공요건이 된다.
넷째로는 준비성이 대단히 강하다는 점이다. 경영여건의 변화를 예견하여 단계별 비상계획을 갖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한다. 차입금수준의 조정, 현금보유의 증대 등을 통해 재무 유연성의 확보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으며, 리스크관리를 상시화 하고 있다. 경기는 순환하고 여건은 언제나 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예상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전 구성원이 단계별 대응조치를 숙지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리스크관리와 신용축적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우리는 주변에 실패한 기업들을 수없이 많이 보고 있다.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위기관리를 소홀히 했거나, 과거의 성공에 안주한 것이 실패의 주된 이유로 꼽힌다. 앞에서 지적한 성공요건을 뒤집어보면 그것이 바로 실패의 원인이 된다. 바로 기본과 원칙을 소홀히 생각할 때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기업외적·경영외적 일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CEO도 실패할 확률이 높다.
호황기에는 수비경영, 불황기에는 공격경영을 하라는 얘기가 있다. 요즈음은 기업의 분수에 맞추어 적극적 공세경영도 한번쯤 생각해 볼 시기이다. 위기를 선용하는 기업, 불황의 바닥에서 호황기를 대비하는 슬기로운 강소기업이 장수하는 법이다. 위기에 대한 응전과정에서 성공기업과 실패기업의 운명이 갈라진다.

최용호
경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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