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년 장인정신으로 흑백 바둑알에 모든 것을 건다

현재 바둑을 두는 국내 인구의 수는 1천만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정작 ‘바둑알’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신광바둑은 1948년에 창업해 60여년간 장인정신의 투철한 사명감을 가지고 바둑알만을 생산해온 한국을 대표하는 바둑알을 생산하는 전문 업체.
우리가 흔하게 볼 수 있는 바둑알의 십중팔구는 신광바둑 제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국제화시대에 발맞추어 미국을 비롯하여 일본, 네덜란드까지 전 세계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한국의 유일한 바둑관련 수출업체다.
국내 업계 최초로 1천800℃의 고열의 전기로 방식을 도입해 바둑알의 선명한 색상과 잘 깨지지 않는 고품질 제품을 보급하고 컴퓨터 자동선별기와 자동포장기를 도입하는 등 선구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다.
창업주 허복래 회장은 유리 단추 공장에서 일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바둑알 제조를 접하게 됐다.
플라스틱이 공급되면서 유리 단추의 수요가 급격히 떨어질 시점에 단추 공장을 과감하게 나와 열아홉 살이라는 나이에 독립해 ‘신광특수초자’를 설립했다. 이것이 신광바둑의 시작이다. 이때부터 허 회장의 ‘바둑알에 대한 외사랑’은 시작됐다.
처음에는 모든 공정이 수공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바둑 인구가 늘어나면서 주문수량이 폭주하기 시작했고, 수제품으로는 수요를 맞추기 어려웠다.
연구 끝에 1981년 바둑알 자동화 기계를 개발, 특허를 냈다. 비로소 국내 바둑알의 대량 공급이 가능해 진 것이다. 1984년부터 일본, 미국, 네델란드에 수출을 시작했다.
허 회장은 여기에 벙커C유를 때워 연기가 많이 나던 기존 제작 방식을 버리고 바둑알 생산에 적합한 ‘전기로 방식’을 직접 고안해 냈다. 바둑알 자동화 기계에 이어 전기로 방식도 신광바둑이 최초다.
국내 바둑알 보급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신광바둑은 바둑알의 품질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 첫 번째 제품이 ‘컬러 바둑알’. 허 회장의 야심작이다. 옥색, 녹색의 컬러 바둑알은 눈의 피로를 덜어줄 뿐만 아니라 은나노 항균코팅 처리를 함으로써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하는 바둑알의 세균 걱정을 없앴다.
두 번째 제품은 허윤구 대표가 내놓았다. 황토와 백토 등을 섞어 만든 ‘원적외선 바둑알’. ‘검은 돌’, ‘흰 돌’로만 알고 있던 바둑알이 머리를 상쾌하게 해주는 데에까지 이르게 된 것.
“바둑알을 만드는 일은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이 일에 자부심이 있습니다. 해외로 방향 전환을 한 이상 바둑 실력 뿐만 아니라 바둑알도 ‘한국이 세계 최고다’라는 것을 알리고 싶습니다.”
허 대표는 ‘바둑은 평생 해야 할 사업’이 됐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허 대표는 “가업승계는 자연스레 이뤄져야 하는 것인데 외국에 비해 너무 열악한 것이 현실”이라면서 “정부에서 100년, 200년을 내다보는 세계 속의 가업을 위해 ‘가업 승계’에 대한 총괄적인 프로젝트를 제시해줘야 한다”고 다시 한번강조했다.

“부친은 ‘기업가정신’가르쳐 준 스승”
현재 신광바둑은 창업주 허복래 회장의 뒤를 이어 3남 허윤구 대표가 가업을 잇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귀금속업에 10년 정도 종사했던 허 대표는 이민을 간 큰 형과 다른 사업을 시작 한 둘째 형을 대신해서 2000년부터 신광바둑을 승계하게 되었다.
“내가 가업을 이을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못 했습니다. 아버지께서 연로하셔서 누군가는 이 사업을 해야겠는데, 형들이 각자의 길을 걷고 있어서 나 밖에는 없었죠. 입사해서 처음 2~3년간은 다른 직원들과 똑같이 생활했습니다. 작업의 진행과정과 어려움을 제대로 파악해야 경영을 바로 할 수 있단 생각이었죠.”
어린 시절 집 옆에 바둑알 공장이 있어서 ‘바둑알’만큼은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경영을 맡으려니까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 허 대표의 이야기다.
입사 후 모든 공정에 직접 참여하면서 막 일부터 차근차근 쌓아간 것이 훗날 큰 도움이 됐다.
허 대표는 본격적으로 경영을 맡은 이후에는 건강기능을 접목한 신상품 개발에 주력했다. 이미 국내 바둑알 시장의 90% 이상을 신광바둑이 차지하고 있지만 기존 바둑알로는 더 이상 회사가 성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자 열네 살에 단추 공장에 취직하셨다고 합니다. 어린 나이지만 꾀도 안 부리고 성실하게 일하신 덕인지 공장에 들어간 지 4년 만에 공장장이 되셨다고 합니다.”
만약 제품이 마음이 들지 않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다시 제작을 하셨던 아버지는 대전에서 가장 품질 좋은 단추 생산자였다고 자랑한다.
허 대표는 “지금도 아버지는 사소한 하자라도 그냥 넘기시는 법이 없다”면서 이러한 기질은 자신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고 말한다.
허 대표는 “언뜻 보기에 이상 없어 보이는 제품이라도 사소한 흠이 있는 제품이라면 과감히 골라내야 한다”면서 “그것은 오직 신용 하나로 60여 년 동안 가업을 키워 온 아버지의 가르침이자 진정한 기업가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설명 : 신광바둑 창업주 허복래 회장(왼쪽)과 3남 허윤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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