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폭등(원화가치 폭락), 주가폭락, 내수부진, 수출부진, 투자감소, 경기침체, 기업의 자금난과 구조조정, 국민의 불안심리 확산 등 한국경제의 현주소를 설명하는 요인은 수없이 많다. 총체적 위기상황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구제금융을 받지 않으면 쓰러질 운명에 처해있는 미국의 자동차 3사(GM, 포드, 크라이슬러) 최고경영자(CEO)들이 의회 청문회 참석 차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워싱턴으로 오자 의원들이 호되게 질책했다. 구제금융을 받겠다는 자들의 자세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바마 미국대통령 당선자도 자동차 ‘빅3’ CEO들은 도요타와 혼다의 CEO보다 훨씬 많은 봉급을 받는데도 적자폭이 훨씬 크다면 결국 미국 CEO들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쟁력 향상에 직결되는 비용절감을

자동차노조의 행태는 훨씬 더하다. 미국자동차 산업은 노조에 사로잡혀 고비용구조에 빠져 경쟁력이 추락했다. 독일 자동차업계도 경기침체의 직격탄에 휘청거리고 있다. 다임러와 BMW의 경우 회사의 존폐 여부까지 의심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는 보도도 나온다.
한국의 자동차산업도 미국과 비슷한 길을 가는 것은 아닌가. 1997년 외환위기 직전 기아자동차사태도 노조의 부당행위와 부실경영으로 파산직전이었지만, 당시 대선후보들은 모두 기아자동차를 방문, 책임을 묻기는 커녕 ‘국민기업’을 살리겠다며 지원을 약속했다.
지금은 어떤가. 한국의 자동차도 노조에 발목 잡혀 멈출 가능성은 있다. 수출이 잘 되는 소형차 생산에 인력을 더 투입하려해도 노조의 허락 없이 안 된다. 부품납품을 하는 중소기업 근로자의 처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높은 임금을 받으면서 자동차노조는 파업을 연례 행사화하고 있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경영진과 노조가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어떤 결과가 올 것인지는 자명하다.
위기를 맞고 있는 건 자동차산업만이 아니다. 모든 산업 모든 분야가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당장 서둘 일은 ‘저비용·고효율’체제의 정착이다. 그래야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 제고도 수출증가도 가능하다. 모든 부문에서 비효율적인 요인을 털어 내야한다. 임금인상 억제는 물론 인하까지도 고려해야한다. 단순히 비용을 줄이기보다 비용절감이 경쟁력 향상에 직결되도록 해야 한다.

저비용·고효율 체제 정착 위해 노력해야

한국은 주요 과학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기술을 하나도 보유하지 않고 있고 5년 뒤에도 이런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중점과학기술의 기술수준을 평가한 결과, 364개 세부기술에서 세계 최고기술은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이 각각 270, 60, 34개씩 보유해 독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기술개발의 절박성을 다시 한번 깨달아야한다.
흔히 위기를 기회라고 한다. 위기는 위기이지 기회일 수 있는가.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면 위기의 본질을 파악해 극복할 수 있는 전략이 있어야한다. 미국 발(發) 금융위기가 불거지기 전에도 한국경제상황은 좋지 않았다. 그런데도 광우병 촛불시위로 밤낮 없이 허송세월 했는가 하면 법과 질서는 무너지고, 노조는 여전히 파업위협을 하고, 정치권은 사사건건 시비만 한다.
야당은 그렇다 치고 거대 여당은 당내 의견도 분분해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밀고 나가지 못하고 무기력하기 짝이 없다. 여당 대표는 ‘왕이 피리를 부니 나라의 모든 근심과 걱정이 해결되었다고 전해지는 설화’를 인용하면서 “만파식적(萬波息笛)이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여당의원 중 몇 명이나 그런 피리를 찾으려는 노력이라도 하고 있는가.
지금은 비상시국이다. 사회와 경제의 각 부문에 남아있는 비효율적이고 불합리한 요소를 털어 내고 비용을 절감하는 노력을 광범위하게 또 지속적으로 펼쳐야한다. 막연히 세월 좋아지기를 기다리면 그 날은 오지 않는다.
오바마 당선자는 “불필요한 정부지출과 낭비가 심한 정부프로그램을 철폐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이는 우리의 대통령과 정부가 해야 할 말이다. 돈만 들어가고 효과가 미지수인 국가적 사업도 다시 한번 점검해야한다. ‘가시나무에 장미꽃이 핀다’. 어려울수록 긍정적인 자세로 ‘저비용·고효율’체제 정착에 온 힘을 기울여야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면.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