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의 기회비용 커 ‘아이낳기’주저
자식을 가지면 얻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비용이 들어간다.
첫째, 먹이고 입히고, 아프면 병원 다니고 하는 데 돈이 들어간다. 둘째, 교육시키는 데도 돈이 많이 든다. 통계청이 2004년 발표한 ‘월평균 자녀교육비’를 근거로 국민은행이 자녀를 유치원에서 대학교까지 교육시키는 데 들어가는 총교육비를 산출한 것을 보면, 첫째 자녀 약 6천600만원, 둘째 자녀 약 6천900만원이다. 한편, 2006년에 실시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자녀 1명을 출생 후부터 대학교까지 교육시키는 총 양육비가 2억3천200만원에 달한다.
셋째, 결혼시키는 데도 돈이 많이 든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 2003년 전국 5대 도시에서 최근 2년 이내 결혼한 신혼부부 418쌍을 조사한 결과, 평균 결혼 비용이 쌍당 9천88만원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1.6%가 결혼 비용을 전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했다고 밝혀 자녀 결혼 비용은 고스란히 부모의 몫임을 알 수 있다.
넷째, 요즘 여성들은 대부분 사회에 진출해 있고, 높은 보수를 받는 여성들도 많다. 그런데 자녀의 출산이나 양육으로 직장을 그만두게 되면 매달 받던 월급은 물론, 자신의 사회적 실현도 포기해야 한다.
이러한 간접비용(즉, 자녀 출산으로 포기되는 소득 등)이 과거에 비해 굉장히 커진 셈이다. 앞의 네 가지 비용을 합한 것을 출산의 기회비용이라고 하는데, 이는 요즘 사람들이 자식을 적게 낳는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상과 같이 과거에 비해 자식을 낳음으로써 얻는 것은 줄어든 반면, 자식을 키우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크게 증가했다. 그 결과, 사람들이 자식을 적게 낳게 된 것이다.
이제 우리는 사람들이 자식을 더 낳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즉, 자식을 가질 때의 비용은 낮춰 주고 편익은 높여 주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지금도 산아제한을 위해 두 번째 자녀부터 많은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웬만한 부자가 아니면 자식을 2명 이상 낳을 수 없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자식이 2명 이상이면 부의 상징이 된다.
반면, 인구 감소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선진국에서는 편익은 높이고 비용은 낮추는 정책을 쓰고 있다. 즉, 출산 및 양육비 지원, 교육비 지원, 공공 탁아소 운영 등을 통해 비용은 낮춰 주고, 자녀수에 비례해 돈을 지급함으로써 편익은 높여 준다.
출산장려 정책을 추진하는 대표적인 나라가 프랑스다. 1770년에 세계 최초로 보육시설을 설립했고, 1981년에는 유치원 무상 교육을 실시한 데 이어 지금은 대학까지 무상 교육이다.
출산을 앞둔 ‘예비 엄마’들은 임신 8개월이 되면 800유로(약 150만원)의 출산장려금을 받으며, 출산 후 3년 동안 매달 양육수당으로 160유로(약 30만원)를 받는다. 18세 미만의 첫 두 자녀에 대해서는 매달 육아보조금으로 월 109유로(약 20만원)를, 셋째부터는 월 250유로(약 47만원)를 지급한다.
우리나라에서 자식을 낳으면 국가가 돈을 준다는 것은 10년 전만 해도 생각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2000년부터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출산 장려를 위해 돈을 주기 시작했다.
또 정부가 2005년 수립한 저출산종합대책의 내용을 보면 출산의 비용을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다.
1960년대 초반에는‘아들 둘 딸 하나, 셋만 낳아 잘 기르자’, 1960년대 후반에는‘아들딸 하나씩, 둘만 낳아 잘 기르자’, 1970년대 말에는‘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그리고 그 후에는‘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라는 표어를 내걸고 출산을 억제했다.
그러한 산아제한 정책 40년 만에 상황이 역전돼 이제는 출산을 장려해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자료 제공 : 통계청 ‘통계 속의 재미있는 세상 이야기’(개정증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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