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의 살아 있는 교과서
100년 넘게 국내 소비재산업을 대표해 온 두산은 주력사업이던 맥주시장에서 1991년부터 하이트맥주의 추격에 휘청거렸다.
1995년 11월, 당시 창업 100주년을 앞두고 있던 두산은 이러다가는 100년은커녕 10년도 못 버틴다고 판단하고 구조조정의 결단을 내렸다.
두산그룹은 과거 OB그룹이라고 불렀을 정도로 OB맥주가 주력 기업이었지만, 과감하게 OB맥주를 비롯해서 코카콜라, 씨그램, 코닥, 네슬레, 3M 등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알짜배기 기업들을 처분함으로써 ‘구조조정 1호 기업’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인생만사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위기가 일찍 닥쳤던 것이 오히려 행운이었다. 두산이 구조조정을 마치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 있을 때 한국 경제는 IMF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30대 재벌그룹 가운데 대우·기아·한보 등 10개 그룹은 아예 공중분해 됐으나 이미 구조조정을 마치고 있던 두산에게는 그 위기가 새로운 기회였다. 두산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2000년대의 대반격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두산은 소비재와 서비스 중심의 사업에서 중공업으로 사업 방향을 선회하기로 결정하고 기업사냥에 나섰다.
이때부터 두산인프라코어의 박용만(1955~) 회장은 두산그룹의 최대 전략가로 등장했다.
3세 경영인인 그는 2001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인수를 시작으로 고려산업개발(현 두산건설),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미국 밥캣에 이르기까지 굵직굵직한 M&A를 성공시키며 두산의 주력사업부문을 소비지재에서 중후장대한 산업으로 바꿔 놓음으로써 ‘전문경영인 같은 오너경영인’, ‘M&A 야전 사령관’, ‘M&A의 살아 있는 교과서’라는 평을 듣고 있다.
특히 박 회장은 2007년 세계적인 중장비 업체인 밥캣 등 잉거솔랜드의 3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인수해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우선 인수 금액이 49억 달러(약 5조원)로 국내 기업의 최대 해외 M&A라는 점에 세간의 시선이 쏠렸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인수한 밥캣은 세계 1위의 컴팩트 건설중장비 사업체로 자동차 브랜드로 치면 벤츠와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를 가진 회사이다.
밥캣은 건설중장비(Compact Equipment), 어태치먼트(Attachment), 유틸리티(Utility) 등 3개 사업 부문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미국, 유럽 등지에 2천700여개의 딜러 망과 6개국에 16개 생산 공장을 갖추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에서의 시장점유율이 각각 38%, 43%로서 2006년 매출 26억 달러에 영업이익 3억7천만 달러를 올렸다.
이로서 두산인프라코어는 기존 중대형 건설중장비 사업 이외에 부족했던 컴팩트 건설중장비 사업을 보완하면서 완벽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게 돼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기술과 브랜드를 확보할 수 있었다.
두산그룹은 이처럼 M&A를 통해 그룹 체질을 바꾸고, 급성장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구조조정 원년’인 1996년에 그룹 총매출 3조9천억 원, 영업이익 3천억 원에서, 2007년에는 총매출 18조6천억, 영업이익 1조6천억 원으로 11년 만에 각각 4배와 5배로 성장했다. 박 회장은 밥캣을 인수 한 후, 밥갯의 모든 사업장을 돌며 직원들과 만남의 장을 열었다. 그 자리에서 그는 2012년까지 세계 5위의 건설중장비회사를 만들겠다는 비전과 전략을 밝혔다.
또 그는 2015년 그룹 전체 매출의 90%를 해외사업장에서 거두겠다는 목표와 매출액 10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전략을 밝히기도 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