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환상적일 수 없다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The Fall>(2006) 만큼 영상으로서의 영화 목적에 충실한 영화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르네 마그리트, 살바도르 달리 등의 초현실주의 그림이 쉬지 않고 바뀌며 살아 움직인다고 하는 게 환상 세계 여행에 대한 답이 될 것이다. 따라서 <더 폴>은 깨끗한 대형 스크린이 있는 첨단 시설 극장에서 감상해야 한다.
관객을 환상과 모험 세계로 이끌기 위해 타셈 싱 감독은 20여 년 동안 광고와 뮤직비디오 연출가로 모은 전 재산을 털어 넣으며, 4년 동안 28개국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타셈 싱 감독은 특수 효과로 만들어진 장면은 단 한 장면도 없다고 선언했다. 네팔의 히말라야, 중국의 만리장성, 이집트의 피라미드, 파리 에펠탑과 같은 눈에 익은 경관은 눈도장만 찍고 사라질 정도로 잠깐 편집되고, 타셈 싱의 조국인 인도에서 찍은 놀라운 장면들이 주요 배경으로 등장한다. 그 외 피지, 케이프타운, 프라하, 안다만 아일랜드, 발리,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브라질, 캄보디아, 칠레, 터키, 몰디브, 루미나아가 로케 리스트에 올라 있다.
신비롭고 멋진 해외 명소 순례가 전부라면 <더 폴>은 저명한 평론가 로저 에버트로부터 “올해 최고의 작품 중 하나”라는 평을 듣지 못했을 것이다. <더 폴>은 영화의 근원을 생각게 하는 영화다. 스턴트맨이 아름다운 여배우에게 실연을 당했다거나, 무성 활극을 보며 즐거워하는 장면 때문만은 아니다. 하반신 마비의 스턴트맨이 어린 소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며, 이 이야기가 소녀의 시점으로 생생하게 구현되고, 그 상상 속에서 소녀와 아저씨가 여러 인물을 만나 모험을 한다는, 영화가 가진 판타지 기능을 기저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 부상자를 기다리는 듯한 한가한 병동의 모노톤에서 원색의 놀랍고 화려한 동화 세계로 들어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현실의 고통을 유보하고 컴컴한 어둠 속에서 스크린에 펼쳐지는 다른 세상을 기다리는 영화 감상과 다를 바 없다.
1차 세계대전 초반기인 1915년, 로스엔젤레스의 한 병원에 말을 타다 떨어져 하반신이 마비된 무성 영화 스턴트맨 로이(리 페이스)가 입원한다. 로이는 팔을 다쳐 기브스를 한 다섯 살짜리 멕시코 소녀 알렉산드리아(카틴가 언타루)에게 오디어스라는 악독한 총독을 죽여 원수를 갚으려는 5명의 영웅 이야기를 들려준다.
타셈 싱 감독은 앤 클라인 캠페인 광고와 리바이스 청바지 광고로 깐느 광고 대상을 받았고, 나이키, 리바이스, 코카콜라, 아우디, 밀러 라이트, 폭스바겐, 마이크로소프트 광고를 찍어 뉴욕현대미술관에 전시되는 영광을 누렸다. <더 셀>(2000)로 영화감독에 데뷔하면서 광고 감독의 화려한 이미지를 투영하고 있다.
불가리아 영화 <요호호>(1981)를 리메이크한 <더 폴>은 보통 사람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영상 체험에, 이야기 전개도 독특하다는 점에서 평가받아 마땅하지만, 외국의 흥행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더 폴>은 2007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수정곰상을, 2007년 시체스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옥선희┃영화칼럼니스트blog.naver.com/eastok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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