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같은 반짝세일, 품질 그대로 가격은 10분의 1
서울시 도봉구 방학동 도깨비시장의 출발은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할머니들의 노점으로 시작된 골목시장은 구청 단속반들에게 쫓기고 나타나기를 반복하면서 그 모습이 마치 ‘도깨비와 같다’고 ‘도깨비시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도깨비시장은 현재 그것 때문이 아닌 다른 이유로 도깨비 시장이라 불린다. 바로 일주일에 3번 실시하는 깜짝 할인행사 때문.
250m 길이의 동서 2구역으로 나누어진 방학동 도깨비시장은 연립주택과 다세대주택이 많은 주거 밀집지역에 자리해 비교적 안정된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방학동 도깨비시장이 시설현대화 사업을 마친 것은 2004년 3월이다. 하지만 시설 현대화사업 이후 어느 정도 늘어났던 고객수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자 시장상인들은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했다. 시장반경1㎞이내에 대형마트가 4개나 포진하고 있어 고객들의 발길을 시장으로 끌어 들이려면 뭔가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주변의 대형마트와 차별화된 전략을 강구한 끝에 도깨비시장 상인들이 낸 아이디어는 반짝세일과 정기세일 등의 할인행사이다. 반짝세일은 한정품목을 파격적인 가격으로 판매하는 행사이고, 정기세일은 설·추석 등 명절을 중심으로 연 4~6회 실시되는 바겐세일을 말한다. 사람들이 전통시장을 찾는 이유가 좋은 상품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기 위해서라는 점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특히 방학동 도깨비시장의 반짝세일은 다른 시장에서도 비법을 배우러 올 정도로 대성공을 이룬 마케팅 기법이다. 반짝세일이 있는 날이면 순번표를 나눠줘야 할 정도로 시장 안은 고객들로 넘쳐난다. 또 주변의 대규모 아파트단지 주민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상인들은 자비를 들여 전통시장 최초로 대형마트에 필적하는 전단지를 제작·배포했으며, 시장 안에 대형 전광판도 설치했다. 대형마트에서나 볼 수 있는 바퀴 달린 이동식 판매대 50개도 만들었다.
2004년부터 시작한 반짝세일은 수·목·금요일 주 3회 오후 1~6시에 실시되며, 정기세일은 설과 추석을 중심으로 보통 열흘 이상 계속된다. 반짝세일은 한정된 품목과 수량을 정가의10분의 1 가격으로 판매한다. 100원짜리 참외, 500원짜리 삼겹살 등 가격이 원가이거나 그 이하일 경우가 많은데 점포와 품목·가격은 상인들이 스스로 정한다. 자율 운영이지만 점포의 50%가 반짝세일에 참여하고 있다. 반짝세일 시간이 되면 상인들은 자신의 점포 앞에 이동식 판매대를 설치하고 오늘의 세일 상품을 진열한다. 오늘은 어떤 점포에서 어떤 물건을 얼마의 가격에 판매할 것인가’하는 고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반짝세일이다. 세일상품은 모두 정품이며, 좋은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기 때문에 고객들의 호응이 높다.
윤종순 상인회장은 “할인행사는 눈앞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팔릴수록 손해를 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우리 시장을 알리고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해 앞으로 계속 방문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반짝세일은 점포끼리 상생하는 효과를 낳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정육점에서 삼겹살을 500원에 세일하면, 상추와 깻잎 등을 판매하는 채소가게의 상품도 덩달아 동이 난다. 따라서 고객의 발길을 끌어들이는 다양한 세일 행사는 시장 전체의 매출을 늘린다. 실제로 방학동 도깨비시장을 찾는 하루 이용객 수는 2004년 2천명에서 2006년에는 5천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주말에는 1만2천명이 넘는다. 이는 2003년에 비해 10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평일 하루 매출액 또한 2004년 3천만원에서 2006년 6천만원으로 증가했다.
점점 발전해가는 도깨비 시장이지만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도깨비시장의 주력 상품인 1차 상품은 대형마트보다 30~40% 정도 저렴하다. 그러나 이는 1차 상품에 한정되어 있다. 고객들이 많이 찾는 상품 중 하나가 공산품이다. 1차 상품과 함께 공산품도 병행해서 판매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모색 중이다.
이를 위해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이 경매이다. 경매는 고객들이 상품의 가격을 직접 정하는 것으로 2008년 초 시장 상품을 활용한 경매 이벤트를 진행했었는데 고객과 상인 모두에게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끊임없이 소비자를 끌어들일 고민을 하는 도깨비시장 상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전통시장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거듭나는 미래를 그려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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