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자님, 죽고 싶습니다. 전재산을 쏟아붓고 전 직원이 하나가 돼 겨우 제품을 완성했는데 정작 제품을 양산할 자금이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콱 죽어버릴까요?”
수개월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소재 VoIP(인터넷 전화통합) 주문형반도체를 생산하는 G사 ㄱ 대표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이 회사는 98년 국내에서는 최초로 전화교환기와 컴퓨터 기능을 하나로 통합한 VoIP 보드를 개발한 유망 벤처기업이었다.
그러나 이 회사가 정작 제품을 양산하는데는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ㄱ 사장에 따르면 당시 국내에서 주문형반도체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곳은 S전자와, H전자 두군데 뿐이었다.
그는 처음 S전자와 접촉을 시도하다 조건이 맞지 않아 결국 H전자와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H사는 계약이 체결됐음에도 불구, 단가 인상만을 요구한채 시간만 끌었다. 그 사이 1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촌음을 다투는 IT업계에서 1년이란 기간은 치명적이었다. 결국 제품이 출시됐을 때는 시장이 그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G사는 다시 시장에 맞춰 신제품 개발에 착수했고 수많은 연구비를 쏟아부었다. 그리고 드디어 개발에 성공했는데 이젠 꽁꽁 얼어붙은 자금시장이 그를 외면했다.
얼마전 ㄱ 사장과 통화를 시도했지만 더 이상 통화할 수 없었다.
벤처기업은 말 그대로 ‘모험기업’이다. 따라서 G사의 실패가 그 ‘모험(冒險)’의 관점에서 보면 평범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비정상적인 벤처 환경이 아까운 기업을 사라지게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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