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시작된 이라크전도 이제 개전한지 열흘이 지났다. 단기전을 자신하던 미국의 의도와는 달리 현재 전황은 매우 불투명해지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자 전쟁 초기 큰폭으로 오르던 각국 증시가 하락세로 반전하고 유가와 금값이 뛰는 등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이 크게 증폭되고 있다. 또 많은 전문가들은 전쟁이 조기에 종결되도 미국과 세계 경제가 회복할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각국 증시 동반 하락= 지난주 뉴욕증시와 달러화는 하락세를 이어가며 장기전과 이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반영하고 있으며 국제유가와 금값도 가파른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27일 뉴욕증시는 이라크전이 앞으로 수개월간 이어지고 이에 따라 전쟁비용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로 이틀째 하락세를 기록,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장중 8천200선이 무너졌다. 이날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0.35% 하락한 8,201.45로 마감됐다.
■유가·금값은 급등= 뉴욕에서 거래되는 5월물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27일 이라크전으로 인한 공급차질 우려가 확산되면서 무려 6.1%나 급등한 30.37달러에 정규장을 마쳐 30달러선을 다시 돌파했으며 시간외거래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WTI선물가는 지난주 들어서만 10% 이상 올라 고유가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심화될 것으로 우려됐다.
국제 금값도 27일 장중 급등락을 반복한 뒤 결국 소폭의 하락세를 기록, 하루만에 다시 온스당 330달러선을 밑도는 등 지난 24일부터 매일 등락을 반복하며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OECD·IMF 잇단 경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라크전이 장기화될 경우 고유가 현상이 지속되고 기업 및 소비자들의 경기신뢰도가 떨어져 전세계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OECD의 장-필립 코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히면서 “전쟁이 빨리 끝날수록 세계 경제에 유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선 국제 원유 가격을 낮추는 것이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호르스트 쾰러 총재도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세계 경제가 경기후퇴(리세션) 국면으로 빠져들 수 있다”고 밝혔다.
또 IMF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라크전이 끝나도 시장의 신뢰에 타격이 가해져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전쟁후에도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상당 기간 계속돼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며 “전쟁이 단기간에 끝나도 불확실성과 함께 테러 위협도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금융시장과 세계경제 회복에 계속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美 소비자신뢰도 최저·기업 투자 기피= 美 컨퍼런스보드의 3월 소비자신뢰지수가 2월의 64.8에서 62.5로 하락해 지난 1993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번 소비자신뢰지수는 작년 5월 이후 40% 이상 하락한 것으로 주요 하락 원인은 이라크전 및 에너지가격 상승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한편 파이낸셜 타임스는 세계 기업들이 경기회복 지연이 우려되자 투자를 꺼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기업 경영진들은 “오랜 바람이던 기업투자 회복이 이라크전으로 중단됐으며 전쟁 종료는 경기호전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2001년에 시작된 세계 각국의 기업투자 위축이 작년부터 서서히 완화 기미를 보여왔으나 이러한 조짐들이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사라졌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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